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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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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안을 설명한 14일은 박종철 열사의 31주기였다. 이날 오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는 200여 명이 모여 추모식을 열었고, 오후에는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 1년 선배인 조국 수석이 권력기관 개편안을 직접 설명했다.

박종철 열사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와 검찰, 경찰(치안본부) 등 권력기관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됐다는 점을 헤아리면 '열사의 선배'가 이날을 권력기관 개편안 설명일로 잡은 것은 아주 적절했다.       

조국 수석은 권력기관 개편안을 설명하기 전 '31년 전 오늘'을 언급했다. 그는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라며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돼 남영동으로 끌려가 선배의 소재를 대라는 강요와 함께 물고문을 받고 숨졌다"라고 '그날'을 회고했다.

"당시 검경, 안기부가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영화 <1987>에 나오는 것처럼 '검사 개인'은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검찰 전체'는 그러지 않았다."

조 수석은 "독재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 시대가 온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이익과 권력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왔다"라며 "물대포 직사로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었고, 촛불과 대통령 탄핵의 원인에는 검경, 국정원의 잘못이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수석은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라며 "촛불 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기관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게 하면서도 특성에 맞게 전문화하는 방법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고자 한다."

[국정원 개혁] 정치정보-대공 수사에서 완전 손 뗀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기본 방침은 ▲ 과거의 적폐 철저한 단절.청산 ▲ 촛불 시민혁명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 통제 세 가지였다.

이에 맞추어 먼저 국정원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기관명을 바꾸고, 간첩 조작 등에 남용된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한다. 그동안 정치개입과 간첩 조작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국내정치정보 수집과 대공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대북·해외정보 수집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조국 수석은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하고, 지식인·종교인·연예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하고, 비밀보장이 된다는 점을 악용해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라며 "이러한 국정원의 불법행위는 국정원을 정치에 악용한 세력과 함께 방대한 권한이 제대로 견제되는 시스템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국정원 권한을 분리해야 하는데 국내정치정보 수집 금지는 즉각적으로 이뤄졌고, 이미 국정원 IO(정보수집 요원)도 (각 부처 등에서) 완전히 철수했다"라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등을 통해 국정원 권한 분산을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현재 OECD 국가 다수가 정보와 수사를 분리하고 있다"라며 "정보기관이 수사기관을 겸할 때 각종 부작용이 드러난다는 것은 각 나라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왜 대공수사권을 검찰이 아닌 경찰로 이관하느냐?'는 문제 제기와 관련, 이 관계자는 "왜 하필이면 경찰이냐,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을 검찰에 두는 게 맞지 않냐고 할 수 있다"라며 "국정원 외에 대공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 경찰이고, 영화 <1987>에서 보듯 경찰의 대공수사도 오남용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으로부터 떼어와 경찰로 옮기고 경찰의 대공 수사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식으로 개혁안을 마련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의 해외.대북정보 수집 등은 일체 훼손없이 그대로 둔다"라며 "정보수집 기능을 훼손하거나 축소할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나 간첩과 관련해서 지리적으로 대한민국 남쪽이든 해외든 상관없이 국정원이 다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테러나 산업스파이, 간첩과 관련된 사안이면 서울이든 미국이든 연변이든 대공 정보는 다 취합하고, 취합한 후에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한다는 방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조 수석은 "국정권의 권한 남용은 국회와 감사원의 통제를 받는 방안을 통해 견제.통제하려고 한다"라며 "지금까지 국정원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았지만 문민정부 아래에서는 국정원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 경찰-1차적 수사권, 검찰-2차적 보충 수사권

검찰개혁의 기조는 권한 분리·분산과 기관 간 통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고위공직자 수사의 이관), 직접수사의 축소 등을 통해 권한의 분리·분산을 이루고, 법무부의 탈검찰화, 공수처의 검사 수사 등을 통해 검찰권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검찰의 직접수사는 경제나 금융 분야 등 특수수사에 한정하고, 법무부 국장급과 평검사 보직에 비검사출신들을 임명한다. 이미 법무부 법무실장과 출입국본부장, 인권국장 자리에는 비검사 출신이 가 있고, 조만간 범죄예방정책국장 자리에도 비검사 출신이 임명될 예정이다.

조국 수석은 "평검사 직위의 10개 정도 자리가 외부에 개방돼 공모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라며 "이런 자리에 비검사가 고용되면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수사지휘권 문제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는 아주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경은 물론이고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들이 논의할 것으로 본다"라며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도 수사지휘권이라는 단어를 유지할지,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논의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영창청구권은 개헌 사안이어서 국회 사법개혁특위와 청와대 밖의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1차적 수사권, 검찰이 2차적 보충 수사권을 가진다"라며 "현재 수사지휘권의 경우 경찰이 초기 수사만 진행하더라도 검찰이 나서서 사건을 가져올 수 있는데 그것은 (개혁안에서 들어있는) 2차적 보충 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수사권을 1차와 2차로 나누면 경찰이 수사를 쭉 진행할 수 있다"라며 "다 수사하고 난 다음에 검찰에 넘기면 공소기관인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면 되고,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보완 수사를 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와 관련, 이 관계자는 "공수처가 신설되기 전 검사의 범죄를 검사가 수사하는 것에 걱정이 있다"라며 "경찰에서 수사하는 것이 더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검찰이 특임검사를 즉각 임명해 철저하게 수사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를 만든다고 전제하면 공수처에서 검사나 판사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라며 "또 공수처의 검사나 수사관의 범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이렇게 기관별로 자기 범죄를 자기조직에서 수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개혁] 자치경찰 전면 시행...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

경찰개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대공수사권 이관과 이후 '가칭' 안보수사처 신설 등을 통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안보수사처의 지위 문제는 확정되지는 않았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국이냐 처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다"라며 "처가 될지 국이 될지의 문제는 향후 부처 간 협의하고, 최종적으로는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만들어질 조직('안보수사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국정원과 경찰이 협의해야 할 것이다"라며 "얼마만큼의 인원이 국정원에서 이동할지, 행정안전부가 이들에게 어떤 직급을 부여할지, 조직의 이름을 어떻게 할지, 처장 등 (책임자의) 계급을 어느 정도로 할지 협의해서 확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공수사권을 이양하게 되면 국정원에서 훈련된 인력이 경찰로 가는 것이다"라며 "기존 인력과 합쳐지기 때문에 대공 수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권한 집중으로 경찰조직이 비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이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등을 통해 불식힐 계획이다. 자치경찰에는 지역 치안과 경비, 정보 분야뿐만 아니라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에 한정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조국 수석은 "2013년에 지방행정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자치경찰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법부의 선택이 있었다"라며 "현재 제주도에 한해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입법부의 요청을 이어받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분리에 이어 경찰 내부를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도 분리할 방침이다. 국가치안과 경비, 정보 분야는 행정경찰(일반경찰), 1차 수사는 '가칭' 국가수사본부에 소속될 수사경찰, 대공 수사는 가칭 '안보수사처'에 맡긴다는 것이다.

조국 수석은 "이러한 내부 분리를 통해 행정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며 "이러한 내부 분리 외에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공동형사변호인제를 도입해 경찰권의 오남용을 견제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장관급, 경찰청장-차관급의 지위 비대칭 문제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잘 논의할 것이다"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공수처 신설은 보수-진보 문제 아니라 국민 여망"

이러한 권력기관 개편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특히 개헌문제가 있어서 여야가 긴장 상태에 있는데 여당 지지율이 50%,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70%, 공수처 지지율이 80%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야당에서 공수처 등을 반대하는 것은 알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는 좌우,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여망이라는 것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에 개방된 마음으로 논의했으면 한다"라며 "국회 사법개혁특위 2개 소위에 우리가 발표한 방안이 다 들어가 있다, 6월까지 의논한다고 약속했다"라고 전했다.


태그:#권력기관 개편안, #국정원, #검찰, #경찰,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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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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