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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가뭄 해소를 위해 물주기를 한 양파밭,월동작물은 추위보다 겨울가뭄이 더 힘들다.
 겨울가뭄 해소를 위해 물주기를 한 양파밭,월동작물은 추위보다 겨울가뭄이 더 힘들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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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농부로 다섯해를 맞이하는 올해 겨울이 가장 춥다. 농사는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농부는 항상 기상예보에 민감하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는 농부들도 날씨앱을 통해서 지역의 기상상황을 들여다본다.

길고 오래 가는 한파에 월동을 하는 작물들은 안녕하신지 걱정되는 마음에 꽁꽁 얼어붙은 밭을 둘러보았다. 설날이 언제인지 달력을 열어보니 입춘(立春2.4)보다 열이틀(2.16) 뒤에 자리하고 있다. 24절기의 해석으로 보면 따뜻해야 하는 날씨인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겨울은 물(水)의 기운이 충만한 시기로, 흙에 뿌리를 내리고 월동을 하는 작물은 꽁꽁 얼어있는 흙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눈도 내리지 않는 겨울가뭄이 지속되면 작물은 생육이 부진하여 수확의 결실을 제대로 맺을 수가 없다. 겨울에 눈이나 비가 내리는 것은 작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겨울에 물을 주면 흙과 작물이 얼어서 생육에 문제가 있을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월동을 하는 작물은 어지간한 추위에도 얼어죽는 경우는 없다. 한여름 더위에는 잎의 기공을 통해서 물을 배출하는 '증산작용'으로 생육에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듯이, 겨울에는 추위에 맞서 잎을 접고 흙속에 뿌리를 활착시켜 물과 양분을 흡수하면서 봄이 올 때까지 살아남는다.

월동작물은 얼어죽지 않는다

흰눈이 내린 밭의 작물에 쌓인 눈은 일찍 녹는다. 꽁꽁 얼어서 뻣뻣할 것 같은 잎도 만져보면 탄력이 느껴진다. 겨울에 작물은 냉(冷)한 기운을 뿌리를 통해서 배출하고 물을 흡수하면서 추위를 밀어낸다.

이렇듯, 겨울에도 월동작물은 물을 충분히 공급받아야만 봄이 왔을 때 힘차게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목(木)의 기운을 힘껏 발휘한다. 그렇지 못한 작물은 도태되거나 생육이 부진하므로 겨울에도 적절한 수분유지가 중요하다.

눈 내린 시금치 밭, 혹한의 강추위에도 월동작물은 뿌리를 통해 냉(冷)기운을 밀어낸다.
 눈 내린 시금치 밭, 혹한의 강추위에도 월동작물은 뿌리를 통해 냉(冷)기운을 밀어낸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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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굳어진 흙은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부드러워진다. 이렇듯,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흙은 되살아난다. 그러나, 겨울 가뭄이 지속되면 흙은 메마르고 갈라진 틈 사이의 모세관현상으로 흙속의 물은 사라진다.

수분이 증발하여 가벼워진 겉흙은 바람에 쉽게 날려서 깍여지는 침식이 발생한다. 눈비가 오지 않는 메마른 가뭄이 계속되면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표토층의 겉흙이 사라지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작물은 생육장애를 겪는다.

대표적인 월동작물인 마늘과 양파는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봄을 기다린다. 그러나, 얕게 심거나 가뭄으로 겉흙이 갈라지면 수축과 팽창을 하는 과정에서 뿌리가 흙속에서 들뜨거나 스프링처럼 밖으로 튕겨지기도 한다.

봄이 오면 주변의 농부들로부터 마늘과 양파가 얼어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겨울이 춥기도 했으니 얼어죽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뿌리가 흙에 활착되지 못하면 수분공급이 부족하여 말라죽은 것이다. 마늘과 양파밭에 보온용 비닐을 씌워주기도 하는 것은 냉해를 막는 보온효과도 있지만 수분을 유지하는 보습 효과도 있다.

마늘밭에 나가보니, 뿌리가 들뜨거나 튕겨진 것들이 드물게 보인다. 어떤 농부는 새의 소행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겨울에 흙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으로 예방은 가능하다.

마늘은 크기만큼 흙속에 심어주고 양파도 뿌리를 깊이 심어주면 뿌리가 들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뿌리가 들뜬 것은 눌러주고, 튕겨진 것은 제자리에 다시 꽂아주고 흙을 한 줌씩 올려준다. 봄이 오면 보리밭의 새순을 밟았던 것도 들뜬 뿌리가 말라죽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농사법이었다.

겨울가뭄으로 흙이 메마르고 수축과 팽창을 하는 과정에서 뿌리가 들뜨고 튕겨진 마늘
 겨울가뭄으로 흙이 메마르고 수축과 팽창을 하는 과정에서 뿌리가 들뜨고 튕겨진 마늘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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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맨살을 보이지 마라

겨울에도 겉흙이 드러나 있으면 수분증발과 바람으로 침식은 계속되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농사에 유용한 표토층의 고운 겉흙은 조금씩 사라진다. 겨울에는 물을 주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겉흙이 보이지 않도록 수확이 끝난 작물의 잔사(줄기, 잎)와 낙엽과 같은 유기물을 흙 위에 덮어주면 수분을 유지하고 소중한 흙을 보존할 수 있다.

작년에도 겨울과 봄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월동작물의 작황이 좋지 못했다. 인근 농장들의 마늘은 물을 대지 못해서 꽃대(마늘쫑)를 올리지도 못하고 말라죽었다. 양파와 생강도 씨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 수확을 포기할 정도였다. 겉흙이 드러나지 않도록 낙엽을 두껍게 덮어준 농장의 마늘과 생강은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가뭄속에서도 알차게 수확을 했었다.

흙의 침식을 막고 수분유지를 위해 낙엽을 덮어준 마늘밭
 흙의 침식을 막고 수분유지를 위해 낙엽을 덮어준 마늘밭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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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에게 물은 목숨과도 같으며, 농사에서 물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전업농부나 텃밭을 하는 도시농부도 흙을 소홀하게 대하고 수분유지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비료와 농약도 안쓰면서 농사가 잘 되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하는데, 특별한 비법이나 기술은 없다. 농사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흙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소중히 다루는것이며, 그것의 기본은 흙의 맨살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태그:#마늘, #양파, #농사, #입춘, #증산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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