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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이들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다시 붙을 전망이다.
 2016년 6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이들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다시 붙을 전망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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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영선 의원이 9일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 시장은 4일부터 구청장이 초청 의사를 밝힌 서울시내 20개 자치구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역시 경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같은 당 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과는 거의 매일 행사장에서 마주치고 있다. 9일 하루에만 2,3시간 간격으로 성북구와 종로구, 은평구의 신년인사회가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종로구 신년인사회에서는 이 지역의 현안인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활용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소나무로 뒤덮인 언덕'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송현동은 해방 이후 주한미국대사관 숙소로 사용됐으나 2000년 미 대사관이 이전하면서 대한항공으로 소유권으로 넘어간 땅이다. 이 땅을 약 2900억 원에 사들인 대한항공은 7성급 호텔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용처 불명'의 땅이 되어버렸다.

종로구 국회의원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금년에는 어떻게든 서울시든 정부가 이 땅을 사서 공영개발을 추진해야겠다"며 "이 자리에는 박원순 시장도, 민주당 최고의 여성리더인 박영선 의원도, 동대문에서 열심히 리더십을 키우고 있는 민병두 의원도 있다. 셋 중에 한 명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면 이 부지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지 않도록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으로서는 차기 서울시장 도전자들에게 지역구 현안에 대한 해법이 있는지 숙제를 내주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먼저 연단에 올라온 박 시장은 서울시가 가진 재정적 한계를 거론하며 '중앙정부 역할론'을 얘기했다.

"대한항공 땅, 그걸 서울시가 살 돈은 없다.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또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로 내려간다는 얘기도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방균형이 당연히 있어야 되지만, 그래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서울에)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로 가느냔 말인가. 저는 최근에 얘기되는 국립한국문학관도 이 부지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심지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서 '서울시가 가난하지만 일부 (비용을) 대겠으니 그 땅을 사시라'는 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 땅은 민간이 개발할 곳이 아니다"며 "정세균 의장님이 큰 결단을 내려달라"고 정 의장에게 공을 다시 넘기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20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미군기지가 이전한 후의 용산 부지 조성 방안을 놓고 "용산에 국방부·전쟁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이 이미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쓰겠다고 한다"며 "이런 식으로는 온전한 용산공원 복원이 힘들다. 예산은 중앙정부가 대되, 운영은 서울시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박 시장의 발언은 용산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를 견제하면서도, 중앙정부를 끌어들여 송현동 부지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한편, 지난해 10월 8일(덕수궁)부터 종로구를 중심으로 '서울을 걷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경복궁-창덕궁과 인사동-삼청동을 잇는 '문화 교차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박 의원은 송현동 부지 옆에 있는 덕성여자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지연'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박 시장은 서울시가 그것을 사들일 돈이 없다고 걱정했는데, 그 땅을 가지고 있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도 평창동에 사는 종로구민이다. 저는 일단 조 회장을 만나 뵙고 종로구민들의 염원과 서울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7년간의 행정 경험을 토대로 중앙정부와의 '빅딜'에 무게중심을 둔 박 시장과 달리 발로 뛰는 정치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시정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박 의원은 전날에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시장에 대해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특별히 잘한 것도 없고,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태그:#박영선, #박원순, #민병두, #전현희,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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