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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교육계 첫 번째 의제는 교장공모제 확대 여부이다. 교장공모제란 혁신학교 등 단위 학교에서 교장을 공개적 모집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민주적, 효율적 학교운영을 맡기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다. 서울의 경우 교장을 공모하는 학교에서 학부모·교사·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적격자를 뽑아 지원자 중 3배수를 교육지원청에 추천하고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다시 한번 면접 등을 거쳐 본청에 2배수 추천하면 서울시 교육감이 발령하는 절차로 되어있다. 4년 임기를 보장한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얼마 전 모 교육지원청에 공모 교장 심사에 간 경험을 공유한다.

공모 교장 심사를 하러 가니 그 지역 두 초등학교 공모 교장에 한 학교는 단독지원, 한 학교는 단위학교 1차 선발을 거쳐 3배수가 추천된 상태였다. 지원자들은 교장에 공모하기 위해 리더쉽과 학교발전계획과 지역사회 연계 등 300~500여 페이지 분량의 계획서를 제출했다.

오전 정량평가를 마치고 오후에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심층 면접 질문은 아무래도 지역의 현안들-초임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장의 노하우, 시설개선 문제, 학교폭력으로 발생되는 구성원 간의 갈등 극복 등 다양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계획서를 쓰기 전 공모 교장지원자들은 지원할 학교에 미리 여러 차례 방문하고 그 학교 교육 주체들과 깊이 논의하고 협의하고 그동안의 교직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대한 계획을 세우며 그리고도 면접 등 수차례에 걸쳐 검증을 받기 때문에 그 관심과 노력, 그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 학교가 새 학년도가 시작되기 바로 전 상급 교육청의 전근 명령을 받아 부임하여 그때부터 해당 학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는 데 반해 공모 교장들은 달랐다.

기존에는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육경력 15년 미만인 평교사가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비율을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의 15%로 엄격히 제한해 왔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 2017년 27일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이런 학교 비율의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도입된 학교라면 모두 경력 15년 이상 평교사의 지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교총이 적극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고 일부 언론은 이를 교총 대 전교조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교총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장 자격이 있는 분들만 교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한 교총·교육부 갈등이지만 전반적인 새 정부 교육개혁에 대한 불만이다.

학창시절 겪어봐서 알듯이 교장은 한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분으로서 어떤 교장인가에 따라 학교 운영에 큰 차이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2급 정교사 3년, 1급 정교사 3년, 각종 연수 성적, 그후 교감 자격이 생긴다. 그후 교감 임명 3년을 거치면 교직경력 최소 25년 차 이후에게 교장 자격이 생긴다. 이에 교사들은 상급자 점수에 의해 통제되는 연공서열적 승진구조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점점 나이들수록 보수적이 되어갈 수 밖에 없다. 어릴 적 국어 교과서에 소개된 퀴리부인전에 나온 장학사, 장학관보다 더 높은 분이 교장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종 근무평정, 연수성적 합쳐 소숫점 첫째 자리까지 같은 성적을 받은 50대 교장 후보라 하더라도 막상 단위학교에 부임하면 학교운영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교사의 양성, 임용, 연수, 승진제도가 꽉 막혀 교장 역량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대체적으로 폐쇄된 학교행정-갑을이 분명한 환경에서는 교육청으로서도 그 역량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처럼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인사 발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장 임용 방식의 다양화 차원에서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교장공모제 절차는 까다롭지만, 기존 교장승진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교장으로서는 원하는 학교에서 근무하니 만족도가 높아지고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원하는 교장이 일하게 되니 학생 행복도가 높아지는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말 교과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교장공모제 성과 분석 및 세부 시행 모형 개선 연구'(연구책임자 김갑성)를 보면, "내부형(평교사도 응모 가능)이 '교장공모제 실시 후 교원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 항목 8개 전체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정부 교과부가 '올인'해 온 '초빙형'(교장 자격증 소지자만 응모 가능)은 4개 항목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1등은 단 하나도 없었다"라고 한다. 교장공모제의 긍정적인 면이 절대적인 것이다.

점수만 가지고 구성원을 통제하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연공서열을 따지는 학교현장에 젊은 교사들의 보수화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 젊은 교장이 최고책임자가 된다면 그 통솔이 쉽지 않겠지만 수평적인 리더쉽, 상하협력적 조직문화가 학교에도 접목되어야 한다. 학교행정이란 것이 리더쉽뿐만아니라 교사 전문성 향상 도모, 학교 내 갈등 해결 등 위기관리능력, 시설관리, 지역사회에서 역할 등 등 다양한데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문성으로 교육행정의 전문성을 익히려면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를 것이다. 그 부분은 교총 출신 교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날 면접관을 한 경험으로 볼 때 지원자 모두 긴장한 가운데 성실히 대답하였지만 30분 면접만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절차의 부족함을 절감하기도 했다. 대상교사들은 교사근무 시절 내내 평판관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개선되어 가는 것이니 앞으로 공모비율이 늘어나면 면접 및 공모방식은 계속 개선되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 현재 교총이 주장하는 몇 가지는 운영상의 문제이므로 미리 예방하면 된다.

4차 산업시대를 준비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교육의 변화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와 함께 학교의 자율과 분권, 자치를 꽃피울 수 있는 사람을 주권자들의 손으로 선택하는 제도는 필수이다. 새 정부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이 변화하여 학생 행복에 기여할수 있도록 교장공모제를 확대 실시해 학교변화, 학생들 행복 증진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페북에 내용중 일부 사용



태그:#교장공모제, #교장선출보직제, #학부모, #교육시민단체,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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