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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왼쪽)과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각각 들어서고 있는 모습. 최경환, 이우현 의원은 4일 새벽 구속됐다.
▲ 최경환-이우현, 모두 '구속'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왼쪽)과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각각 들어서고 있는 모습. 최경환, 이우현 의원은 4일 새벽 구속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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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최경환·이우현이 4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서 구속됐다.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곧바로 법원의 실질심사를 거쳐서 구속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경우 '방탄복'을 입고 있으면 절차가 복잡해진다. 우리 헌법에서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헌법 제44조).

국회법에서도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얻으려면 관할 법원의 판사는 영장(令狀)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한 뒤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한다(국회법 제26조).

정부는 체포·구금된 국회의원이 있거나 구속기간을 연장할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의장에게 영장의 사본을 첨부해 통지해야 한다(같은법 제27조). 국회의원이 체포·구금된 국회의원의 석방요구를 발의(發議)할 때에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연서(連署)로 그 이유를 첨부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같은법 제28조).

여타 국정농단 사건과 다르게 구속 이뤄진 이유

그러므로 현행범이거나 회기 중이 아닌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동의 없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서 곧바로 구속할 수 있다. 최경환 의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11일, 이우현 의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26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당시에는 국회 회기 중이었으므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회기가 끝났기 때문에 두 의원은 방탄복이 벗겨진 것이고, 법원은 바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른 국정농단의 사건과 다르게 별다른 고민 없이 구속이 이뤄졌던 이유는 뭘까. 두 의원이 모두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다투고 있는 마당인데 말이다.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 과정과 대조된다.

우선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돈을 줬다는 관련자들이 구속됐거나 진술이 일관되기 때문에 이미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충분한 소명이 이뤄진 셈이다. 더욱이 두 의원의 경우 수사기관의 여러 차례 출석요구를 따르지 않았던 것이므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나 더, 최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영장이 기각됐고, 검찰이나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 하는 분위기여서 험악한 국민 여론이 느껴지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기각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견됐다.

불체포특권은 '금배지 방탄복'이 아니다

4일 구속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4일 구속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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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자정을 넘기면서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을 남기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실 범죄혐의가 있느냐의 여부는 오랜 시간을 거치지 않더라도 기록검토가 쉽게 끝난다. 구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사의 정도, 제출된 증거, 앞으로 수사의 필요성,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보여준 태도 등을 중심으로 깊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그렇게 시간이 걸릴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 야당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많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기회에 생각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은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의미있는 제도이므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특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국회나 국회의원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서 인정된 제도이므로 공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것이지 개인의 비리를 피해나가기 위해서 남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방탄복'으로 쓰지는 말라는 이야기다.

또한 정치인이나 유력 경제인에 대한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는 일반 국민들과 같은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그토록 인색하던 다툼의 여지나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정치권력자나 재벌들에게는 쉽게 인정되는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판사의 권한은 객관성과 일관성, 그리고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 헌법에서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최경환이우현, #최경환구속, #최경환뇌물, #방탄국회, #국회의원불체포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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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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