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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일째인 한 위원장은 21일 서산시민 718명의 서명을 받아, 자신을 대표 청구인으로 산폐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공익 감사청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단식농성장 앞에서 하고 있다.
 단식 3일째인 한 위원장은 21일 서산시민 718명의 서명을 받아, 자신을 대표 청구인으로 산폐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공익 감사청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단식농성장 앞에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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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집회에 참석하고, 항의 방문을 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사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평범한 전업주부가 이런 경험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여기 그런 경험을 지난 5월부터 7개월 간을 이어온 한 사람이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 오스카빌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한석화 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은 서산 주변 지역의 화력발전소와 대산 화학공단에서 내뿜는 미세먼지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우리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최소한 지난 5월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 그가 모두가 만류하는데도 지난 19일부터 차디찬 바닥에 1인용 텐트를 설치하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위원장은 왜 단식 농성에 돌입했을까.

한 위원장은 한두 번 주민들이 하는 손팻말 시위에 동참하면서 산폐장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그 이후 한 위원장은 매일같이 주민들과 함께 시청 앞 항의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면서 산폐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9월 제2기 비대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나 건강하게 살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됐단다. 지난 21일, 두사람 정도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텐트를 방문해 한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추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3일째 단식을 하며 온종일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한 위원장의 책상에는 죽염 소금과 성경책이 놓여져 있었다. 조금 지쳐 보이기는 했지만, 자신을 걱정해 농성장을 방문하는 지역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9일 '산폐장 반대'를 외치며 서산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오스카빌 비대위 한석화 위원장. 단식 3일째인 21일 텐트안 책상에는 죽염 소금 과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지난 19일 '산폐장 반대'를 외치며 서산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오스카빌 비대위 한석화 위원장. 단식 3일째인 21일 텐트안 책상에는 죽염 소금 과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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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단식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위원장 되기 전부터 산폐장에서 이상하고 위험한 물질이 나올 수 있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단식이라도 해서 막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했다. 또한 아들, 딸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마음 속에 있던 생각이다.

저는 (단식을)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고, 늘 마음 속에서 생각했다. 임원 회의 때 여러 비대위원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만류해서 미뤄왔다. 지난 11일 서산시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서 우롱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주민을 우습게 알면 이럴 수 있나'라는 마음이었다."

- 서산시에서는 산폐장이 법적인 의무시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산폐장이 왜 문제인가?
"지금 건설 중인 산폐장에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 비율이 5대5로 정해져있다. 왜 서산만 5대5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정폐기물은 우리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한 물질이다. 우리 생존권에 침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어떤 근거로 지역의 폐기물양을 산정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주민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 지난 11일 이완섭 서산시장과의 면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지난 11일 서산시장과 면담에서 우리가 제시했던 요구사항이 잘 받아졌으면 시위를 중단하고, 최초 이 사업을 허가한 충남도청이나 금강환경유역청에 다시 우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자 했다. 당시에 면담 전 담당부서와 사전조율과정에서 5가지 요구사항(아래 사진 참조)을 전달했는데, 정작 시장은 우리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주민들을 기만했다(관련 기사 : 서산 산업폐기물 매립장 백지화 위한 강력 투쟁 예고)."

11일, 이 시장과의 면담에서 비대위는 5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15일 비대위에게 서산시의 답변서가 전달됐다. 서산시 측은 이 답변서에서 '타 지역 폐기물매립장 가동현황 및 인근 주민 피해사례 등 함께 조사 연구' 요구안에 대한 적극 수용 입장만 밝혔을 뿐,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의견을 통보했다.

▲일반폐기물은 허가 시 영업구역 제한(단, 소송 등 법원판결 결과수용), 지정폐기물은 금강유역환경청에 허가 시 제한 건의, 환경공단에서 설치 관리토록 건의 ▲지정폐기물 비율 재산정은 불가 ▲매립장 공사 진행 과정 관리는 사업주와 협의 후 결정(CCTV는 설치 가능) ▲타 지역 폐기물 매립장 가동현황 및 인근 주민 피해사례 등 함께 조사연구는 적극 수용 ▲이장 당선자에 대한 임명장 교부는 면장이 판단토록 의견 개진 ▲2차 면담 실시는 수용 불가 등.

현재 이 같은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서산시청 관계자는 "면담 이후 시장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서 공문으로 답변했다"며 주민들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서산시장의 면담과정에서 주민들이 요구한 사항과 관련하여 서산시는 15일 검토결과를 회신했다.이에 대해 그동안 산폐장 반대 항의시위를 해왔던 주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서산시장의 면담과정에서 주민들이 요구한 사항과 관련하여 서산시는 15일 검토결과를 회신했다.이에 대해 그동안 산폐장 반대 항의시위를 해왔던 주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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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투쟁을 해왔나.
"시청 앞에서 봄부터 시작해서 겨울까지 항의 손팻말 시위를 진행하고, 도보 행진, 천막농성, 그리고 집회를 7개월간 계속해왔으며, 충남도청에 찾아가기도 했고 금강환경유역청에도 찾아가 봤지만 누구 하나 우리 말을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내부 문제다. 어디나 이런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부에서조차 찬성 단체를 조직해서 산폐장 반대 단체와 갈등이 생기면서 정말 힘들다. 또한, 시와의 어려운 점은 그동안 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화 자체가 안된 다. 처음으로 대화가 됐던 게 지난 11일 만남이다. 그런데 저는 그 결말이 '사기였다'고 정의하고 싶다."

한 위원장은 네 아이들 둔 가정주부로, 50대의 중반의 나이에 남편과는 주말부부다. 인터뷰 도중 이날 뒤늦게 한 위원장의 단식 소식을 접한 남편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과 통화를 마친 한 위원장은 "걱정이 된다"는 남편의 말과 함께 "소식을 듣고 도저히 일에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이달 말까지 휴가를 내고 곁에서 돌보겠다"며 서산으로 오겠다는 내용을 전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예정인가.
"나는 지정폐기물이 독극물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우리 지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서산 지역 전체의 문제다. 에어돔이라는 것 또한 완벽히 안전할 수 없고, 그 자체가 안전한 공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나올 수도 있는 유해물질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서산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추위속에서 '산폐장 반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텐트안에서 오스카빌 비대위 한석화 위원장이 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서산시장은 지난 11일 첫 만남을 가진 이후 이들을 외면한 채 응답하지 않고 있다.
 강추위속에서 '산폐장 반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텐트안에서 오스카빌 비대위 한석화 위원장이 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서산시장은 지난 11일 첫 만남을 가진 이후 이들을 외면한 채 응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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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폐기물 매립장 관련 공익 감사청구를 하셨는데.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관련해서 매립량 산출이 적정했는지, 환경영향평가가 올바르게 됐는지, 승인 과정이 적절했는지 등 충남도·환경부의 인허가 행위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가정주부가 단식을 통해서라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너무 억울하고 이해를 할 수 없어 감사청구를 했다. 도와주길 바란다. 우리 주민은 너무 아프다."

- 단식으로 인한 건강을 걱정하는 주민들에게 한마디.
"저는 담담하다. 제가 단식투쟁으로 함으로써 비대위가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죄송스럽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저의 심정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서산시에 요구하고 싶은 것.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것, 충족시킬 수 있는 오토밸리 산업단지 내의 폐기물량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달라. 지정폐기물과 일반폐기물 관련해서도 오토밸리 산업단지내의 것만 매립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자료들을 알려달라. 다시 말해서 산폐장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의심이 가니, 우리에게 공개해서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했으면 좋겠다.

인허가 과정과 환경영향평가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살펴보고 폐기물 발생량은 정확히 얼마인지 주민들이 참여하고 함께 조사해보자. 우리 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 갈 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고, 논의 절차를 통해서 서로 협의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 주민들이 정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서산시나 충남도나 금강환경유역청이 이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하고, 주민들의 충분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싸움이 끝난다고 본다."


태그:#서산산업폐기물매립장, #서산시, #한석화위원장, #단식농성, #공익감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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