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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충청지역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안을 집중 취재합니다. 기획 <미세먼지의 경고, 당신의 건강이 위험하다>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뿌연 서울 도심. 사진은 2014년 2월 25일 촬영한 모습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뿌연 서울 도심. 사진은 2014년 2월 25일 촬영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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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계절이 다가온다. 기상청은 내년 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고 강수량은 적을 거라고 예측했다. 대기 정체로 경기북부와 강원지역 등에서 국지적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방독면 쓰고 경기?
실제론 어떨까? 올해 기록을 살펴봤다. 2017년 국내 연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24.4㎍/㎥였다. 2016년 연평균 농도인 26㎍/㎥에 비해 다소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되는 1~5월의 경우 상황은 달랐다. 올해 이 기간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0㎍/㎥으로 전년 29㎍/㎥보다 높았다.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횟수도 92회로 지난해 66회보다 증가했다.

미세먼지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내년 1~3월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높은 시기다. 정부가 시행한다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공공차량 2부제나 배출사업장 단축 운영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쓰고 선수들이 경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유가 있다. 최근 동해안 지역의 거대한 굴뚝이 희뿌연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대형 화력발전소가 차례로 가동됐다. 2016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북평화력 1·2호기와 삼척그린파워 1·2호기 등 신규 선탁발전소 4기가 차례로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게 다가 아니다. 강릉안인 화력발전소와 삼척 포스파워 석탄발전소도 추가 건설예정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강릉~동해~삼척은 '동해안 석탄화력발전 벨트'가 된다. 시커먼 먼지띠가 동네를 뒤덮고 주민들은 지금보다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마셔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다. 동해안의 미래는 서해안에 있다. 국내 석탄발전소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충남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해지역 주민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이 보인다. 동해안 석탄발전 사업은 강원도나 경북 지역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해 거대한 굴뚝을 세운다. 충남과 똑같다. 삼척과 강릉에 석탄발전소가 건설되면 동해안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200여 km 구간에 고압직류송전(HVDC) 송전설로가 들어선다. 400여 개가 넘는 송전철탑이 땅에 꽂힌다. 충남 지역주민이 겪은 희생과 고통이 동해안에서도 반복될 거다(관련기사: NASA도 놀라게 한 충남의 '거대' 굴뚝들).

시커먼 먼지 뒤엔 거대한 굴뚝이 있다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된 지난해 4월 24일, 서울에선 조선일보 주최 '서울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를 앞두고 환경보건시민센터(최예용 소장, 사진)와 환경운동연합(염형철 사무총장)은 대기오염 경보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도권에서 최악의 대기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마라톤대회 중단과 수도권 차량2부제 즉각 실시'등을 주장하는 긴급성명서를 발표한 뒤 행사장 주위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최악의 대기오염속 마라톤대회 '매우 위험'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된 지난해 4월 24일, 서울에선 조선일보 주최 '서울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를 앞두고 환경보건시민센터(최예용 소장, 사진)와 환경운동연합(염형철 사무총장)은 대기오염 경보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도권에서 최악의 대기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마라톤대회 중단과 수도권 차량2부제 즉각 실시'등을 주장하는 긴급성명서를 발표한 뒤 행사장 주위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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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공기를 위해 전기요금이 오르더라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

충남 지역주민들의 여론이다. 충남도가 올해 9월 충남 지역주민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0%가 이같이 답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와 화력발전소 증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대답도 40%를 넘었다. 왜일까?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폐해를 깨닫게 된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여론이 들끓자 정책이 바뀌었다. 오래된 석탄발전소인 서천화력 1·2호기가 1년 앞당겨 올해 조기 폐쇄됐다. 당진 시민들이 8년 넘게 반대한 당진에코파워 신규발전소도 백지화됐다. 충남도는 '석탄화력발전소 대기 배출허용 기준 강화 조례'를 제정해 미세먼지 저감 기준을 높였다. 발전회사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지속가능상생발전협의회 거버넌스도 구성됐다.

이게 다가 아니다. 충남도는 석탄발전소를 2050년까지 '제로'를 만들고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겠다며 '탈석탄 비전'을 채택했다. 여론의 힘이었다.

'탈석탄'의 정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충남도는 한 달간 노후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고 주민들의 건강영향조사를 했다. 결과는 이렇다. 호흡기 질환인 기관지염의 호전을 경험한 비율이 53.4%였다. 굴뚝에서 연기가 새어나오지 않자 기침도 멈춘 거다. 충남연구원은 727명의 주민들도 대면 조사했다. 정신질환(우울증, 스트레스) 51.5%, 결막염 50.0%, 심장질환 48.8%, 천식 44.2% 등이 나아졌다. 

강릉시와 삼척시는 다르다. 석탄발전소를 유치하려 애를 쓰고 있다. 충남의 교훈을 외면하는 이유가 뭘까?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최고 수준의 오염저감 설비를 장착한 '친환경 석탄발전소'여서 미세먼지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최신 설비와 고효율 성능을 갖추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보다 4배가 많은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말은 안 한다. 2차 생성물질인 황산화물이 100배나 더 배출한다는 사실도 침묵하고 있다.

속내는 돈이다. 석탄발전소가 건설되면 보조금과 세수가 흘러들어오고 각종 개발로 인해 경기가 활성화됐다는 논리다. 하지만 충남을 보면 석탄발전소 때문에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생겨나는 '반짝 건설경기'조차 이익은 일부에게 돌아갈 뿐이다. 석탄발전소로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삼척시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두 가지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5년 삼척시는 원전 백지화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정에너지 친환경 도시 건설' 원년을 설포하고 2020년까지 태양광 풍력을 비롯한 총 200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를 5글자로 '언행불일치'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을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20%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규 원전 5, 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8%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에너지원으로 65%가 재생에너지를 꼽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다가 아니다. 시커먼 먼지 뒤에는 거대한 굴뚝을 세운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이제는 에너지시스템을 지역 자립형 재생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 올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은 1GW(기가와트)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전환, 시민의 참여로 이룰 수 있다. 충남도가 그랬다.


태그:#미세먼지, #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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