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은 시간 아내가 차를 운전하며 가는데, 어디서 경보음이 들립니다. 예전에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땡땡땡, 땡땡땡."
우리는 금세 이곳이 철도건널목임을 알아차렸습니다. 눈앞에 기찻길이 보입니다. 곧이어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집니다.
건널목을 지키는 간수(看守) 아저씨는 수신호로 우리 쪽 차뿐만 아니라 반대쪽 차도 멈춰 세웁니다.
아내는 차단기 앞에 얌전히 정차합니다.
"여기가 어딘데 철도건널목이 다 있을까?"
"여기요? 남가좌리 건널목이에요!"
"당신은 어떻게 잘 알지?"
"우리 결혼 전, 나 이곳 모래내에서 살았잖아요!"
수도 서울에서 아직도 철도건널목이 남아 있다니!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허름한 건널목 사무소에 '남가좌리 건널목'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걸 보니 아내 기억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잠깐 기다리자 열차가 쏜살같이 지납니다. 차단기는 서서히 올려지고 다시 찻길이 열립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흔적이 남아있는 풍경이 이색적입니다. 제복을 입은 건널목 간수 아저씨 모습도 정겨워 보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