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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행사에서 일어난 기자 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유경근 시민기자가 '기자의 특권의식'이라는 면에서 이번 사안을 살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반론 등 다양한 논쟁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을 취재하던 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매일경제와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지난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집단폭행을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매일경제 사진기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중국 경호원 집단폭행, 부상 사진기자 귀국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을 취재하던 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매일경제와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지난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집단폭행을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매일경제 사진기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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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라디오에서 한 연예부 기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날 취재 후 현장에서 리포트를 해야 했었다. 노트북이 거의 방전되어 써놓은 글을 보면서 리포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급한 마음에 근처 파출소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경찰관의 도움으로 글을 출력을 해서 리포트를 무사히 마쳤다.'

다소 의아했다. 저 내용이 방송에서 태연하게 말할 만한 일일까? 우리 같은 일반인이 파출소에 가서 사적인 일로 출력 도움을 요청했다면 당연히 거절당했을 것이다. 설사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사로 끝날 일이다. 기자라고 공공기관의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이 인정 많은 사람이라 도움을 줬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건 다른 문제다. 한마디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 특권의식이다. 본인이 하는 일은 공적인 일이고 따라서 저런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특권의식과 기자정신, 그 차이를 구분해야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취재를 해야 한다는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때론 정해진 규칙 심지어 법을 위반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행위 모두가 다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 결정은 기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진실이 위반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땐 위험을 무릅쓰고 그 책임 또한 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 기자정신이 더 높이 평가를 받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부처에 출입한 기자가 정부 문건을 무단으로 들고 나와 기사를 썼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논란이 있었다. 주어진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없기에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기자의 논리와 정부 문서를 무단으로 들고 나온 건 분명 불법이라는 논리가 부딪쳤다. 참여정부는 브리핑제도를 도입했고 부서 내 기자들의 무단출입을 막았다. 기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이 또한 어떠한가. 진실을 알리는 것이 법 위반보다 더 크다고 생각된다면 책임을 각오하고 진실을 알리는 것이 진정한 기자정신이 맞다고 본다. 그것이 살아있는 기자다. 하지만 기자이기 때문에 공공문서라도 얼마든지 볼 수 있고 그걸 가지고 기사를 쓴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한다면 그건 특권의식이다.

나는 기자가 아니기에 기자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애로사항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진실을 알리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은 기자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제3의 규제 하에 관리감독을 받는다. 기자라고 딱히 더 심하다고 할 순 없다.

통제선이 있었다. 기자들은 근접 취재 비표가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인지 경호원들이 취재를 막았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경호원들이 지나치게 고압적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들은 취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처사가 매우 부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공식취재단의 취재를 막고 폭행까지 한 중국 측 경호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향후 정확한 사실관계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한사람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곳은 대통령을 포함한 대한민국 외교사절단이 있던 장소다. 게다가 우리와는 체제가 다른 중국이란 나라다. 한중관계는 살얼음판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기자단은 실무자인 경호원이 아니라 행사 책임자에게 항의를 했어야 옳다. 시간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 대상이 일반인이었다면 중국이라는 특수성과 대통령이 있는 엄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하게 대우를 받았다고 그렇게 현장에서 바로 실랑이를 벌이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자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기자들과 일부 국민들 사이에 이번 일을 느끼는 감정이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일부 언론들은 이 사건을 문대통령 방중외교활동과 별도로 크게 보도하고 사설까지 썼다. 사고 당일 대부분의 언론은 방중외교보다 이 사건을 더 크게 다뤘다. 심지어 몇몇 언론은 이 사건과 방중외교활동을 엮어 교묘하게 비꼬거나 비판하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당연히 국민들의 위로와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런 모든 점들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일부에서는 좀 격한 표현도 오가고 있다. 심지어 출입기자단과 해외순방 수행기자단을 해체하자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나는 이 사건을 통해 기자 집단 스스로가 기자정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때론 특권의식으로 취재를 임하고 있는 경우는 없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향력 큰 매체를 집단의 감정을 해소하는 데 쓰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다시 한 번 부상 당한 기자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태그:#기자폭행, #중국, #기자정신, #특권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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