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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MBN은 "중국경호원 기자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라는 무기명 기사를 출고해 독자들로 부터 질책을 받았다 (모바일 화면 캡쳐)
 지난 15일 MBN은 "중국경호원 기자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라는 무기명 기사를 출고해 독자들로 부터 질책을 받았다 (모바일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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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누리꾼들 사이에선 종편 방송 채널 MBN이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로 출고한 아래 제목의 기사가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중국경호원 기자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 (2017.10.15)

얼핏 제목만 보면 14일 발생한 중국 경호원의 문재인 대통령 취재 기자 폭행 사건 당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마치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근데 실제 기사 내용은 김 여사가 중국 예술인(화가)을 접견했다는 평범한 동정 소개 기사였고 본문 말미에 "한편 이번 중국 방문 당시 중국 경호 인력이 한국 기자들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한중간 외교 관계에 긴장감이 조성됐습니다"라는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기자 폭행 나눌 때"라는 생뚱맞고 엉성한 제목도 문제였지만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 소속부서명 등 기사의 기본적인 사항조차 담겨 있지 않았기에 상당수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한 사람을 억지로 끌어오는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라며 네이버 뉴스 해당 기사 하단에 이를 비난하는 댓글을 수백 개 이상 남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출고된지 4시간여가 흐른 후 오후 1시 무렵 아래와 같이 제목이 변경됩니다.

출고 4시간여 만에 달라진 제목


MBN은 당초 기사 출고 4시간여 만에 "방중 '김정숙 여사' 한메이린 작가 재회"라는 제목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 + 부서명은 등장하지 않았디. (모바일 화면 캡쳐)
 MBN은 당초 기사 출고 4시간여 만에 "방중 '김정숙 여사' 한메이린 작가 재회"라는 제목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 + 부서명은 등장하지 않았디. (모바일 화면 캡쳐)
ⓒ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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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소지가 있는 제목을 평이한 스트레이트성 기사 제목으로 슬그머니 바꿔치기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외교 관계 긴장감" 등을 언급한 본문 마지막 문장도 삭제됩니다.

하지만 계속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제목 변경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작성자, 소속부서명은 여전히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몇몇 누리꾼들은 "이 기사 쓴 본인도 자기 이름 넣기 부끄러운 모양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은 상당히 심각한 일입니다. 원인과 책임 소재를 확실히 따져야 할 중요한 사건인 만큼 상세하고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한 중대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N은 무책임에 가까운 기사 작성 및 사후 처리로 독자들의 빈축을 자아냅니다.  이건 매체로서의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오·탈자 발생 등은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때론 본문 내용을 부득이 수정해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15일 MBN과 같은 방식의 기사 처리는 책임 있는 언론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MBN의 조건부 재승인...기본 망각한 매체의 자업자득

종합 편성 채널 MBN은 지난 11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매일 방송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이과정에서 MBN은 기준점 650점을 고작 1.01점 상회하는 651.01점 획득에 그쳤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 개선 계획에서 제시한 연도별 콘텐츠 투자 금액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랐습니다.

제작비 적게 드는 보도, "떼토크" 위주의 토크쇼 위주로만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종합편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양질의 방송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했고 이는 결국 위태로운 심사 점수로 연결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최근 들어 MBN은 지난 수년간 외면했던 드라마 제작을 다시 추진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마냥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사실 이번 논란이 된 인터넷 기사 같은 분야는 방송사업자 선정 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책임 있는 종합 방송사라면 프로그램 편성 못잖게 보도 부문에 대해서도 독자 및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업무 처리를 해주는 게 올바른 행동일 겁니다.  

방송국이자 언론매체라면 제발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기본도 못 지키는 언론 + 방송 매체라면 사업자 재승인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해도 마땅합니다. 어떤 면에서 최근 빚어진 MBN의 조건부 재승인은 사소한 기본조차 망각한 매체의 자업자득처럼 보이기기도 합니다.

어뷰징 기사 논란... 상당수 대형 매체의 고질적 병폐

200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인터넷 언론 매체들이 난립하면서 포털 기사 제휴, 검색 제휴 임점을 위해 치열한 업체 간 경쟁도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입점 업체들은 속보 경쟁, 검색어 장사를 위한 이른바 어뷰징 기사 송고로 독자들을 피곤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만 바꿔 시차를 두고 출고하는 건 차라리 약과입니다.

"새삼 화제", "알고 보니", "재조명"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서 과거 사건, 유명 연예인 사진 올려 억지 기사 만들어 내보낸다든지 타 언론 매체 기사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이란 표현 하나로 도둑질 해오다시피 하는 수준 이하 경쟁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태는 특히 계열사 매체를 여럿 둔 대형 언론사닷컴들의 기사에서 손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15일 MBN이 보여준, 낚시성 또는 악의적인 뉘앙스의 제목을 달았다가 부랴부랴 180도 다른 내용의 제목으로 변경은 차라리 "기사 삭제"만도 못한 일이 아닐까요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해당 기사는 "온라인 속보팀", "인터넷 뉴스팀" 같은 이른바 어뷰징 목적으로 운영되기 일수인 부서명 출고도 아닌 "무기명" 출고라는 상식 이하의 운영마저 보여줍니다.

이른바 "기레기"라는 표현은 독자들 사이에선 흔하디흔한 단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여기엔 사실에 기반한 공정 보도는 외면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페이지 뷰 경쟁 등)만 얻으려던 언론사들의 무책임 운영도 일정 부분 한몫을 한 게 아닐까요? 

아직도 작성자 본인의 이름조차 달지 못하는 기사를 계속 작성한다면 이제라도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 부끄러움 만큼은 가지길 바랄 따름입니다.

2017년 대한민국 독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태그:#MBN, #어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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