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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를 못해서-레전드니까, 지명타자 출장 득일까 실일까

[KBO 리그] 지명타자 출장 보다 오히려 수비 맡았을 때 더 좋은 성적 기록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지명타자: 수비는 하지 않고 투수 대신 공격만 하는 타자. 각종 백과사전은 지명타자(DH)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전 상 정의는 아주 심플하게 투수 대신 공격을 대행하는 포지션이지만, 실제로 지명타자의 의의는 더욱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노장들이 선수 생활 말년을 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수비력이 약한 선수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구제안으로 이용된다.

그러나 지명타자 제도의 마지막 의의인 '타격 능력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물론 지명타자 출장이 체력 안배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경기 감각 유지나 '루틴'(선수들이 최상의 운동 능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상태를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을 하는 것-기자 주) 등을 이유로 지명타자 출장을 꺼리는 선수도 많다. 대표적으로 추신수, 최형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지명타자로 꼽히는 에드가 마르티네즈 역시 인터뷰를 통해 지명타자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명타자 출장이 타격 성적에 미친 영향은 어땠을까. 2017 시즌 지명타자로 최소 45타석 이상 나선 선수 24명의 타격 성적을 조사해봤다. 조사에는 가장 심플한 타격 지표인 OPS(출루율+장타율)의 증감폭을 사용했다.

DH 출장 시 OPS가 상승한 선수 ⓒ 청춘스포츠

가장 효과를 본 타자는 SK 와이번스 정의윤이다. 야수로 출장한 69타석에서는 OPS가 0.692에 그쳤지만, DH로 출장한 299타석에서는 0.869로 훨씬 우수한 성적을 냈다. 흥미롭게도 수비 출장을 선호하는 KIA 최형우 역시 DH로 출장한 타석에서 결과가 훨씬 좋았다. 최형우는 삼성 시절인 지난 3년간 지명타자로 62타석 밖에 들어서지 않았는데, KIA로 이적한 올 시즌에만 125타석을 소화하며 OPS 1.116을 기록했다.

이외 전문 지명타자 중에서는 두산 에반스와 한화 김태균만이 더 높은 OPS를 기록했고, 넥센 서건창과 한화 로사리오의 경우 체력 안배 차원에서 나선 DH 출장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였다.

DH 출장 시 OPS가 하락한 선수 ⓒ 청춘스포츠

흥미롭게도 전체 24명 중 16명, 즉 3분의 2는 DH 출장 시 타격 성적이 더 좋지 못했다. 특히 NC 박석민, LG 박용택, 넥센 이택근, 롯데 최준석, 이대호의 경우 DH 출장 시 OPS가 2할 이상 하락했다. 이대호와 최준석은 롯데의 1루수와 DH를 양분하고 있는데, 두 선수 모두 1루수로 나섰을 때 더 뜨거운 타격을 선보였다. 최준석이 1루수에서 기록한 타격 성적을 DH에서 기록했다면 올 시즌 타석은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같은 관계에 있는 삼성 이승엽과 러프 역시 DH 출장 시 성적이 더 좋지 못했다.

NC 모창민의 경우 kt 윤석민과 함께 DH 출장 타석과 야수 출장 타석 수가 가장 엇비슷했던 타자다. 그러나 윤석민이 DH에서 조금 더 재미를 본 반면 모창민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외 전문 지명타자가 아닌 선수들, 즉 포지션 플레이어 중 상당수가 DH 출장 시 OPS가 오히려 하락했다는 부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조사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팀에서 지명타자 출장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DH 타석 수 배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상 기간 또는 회복 기간에 지명타자로 나선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박석민은 부상에서 완치되지 못한 시즌 초반 DH로 많이 나섰고, NC 스크럭스와 롯데 전준우 역시 부상 회복 이후 타석에서 적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DH로 나선 타석이 적지 않다. DH 타석 수는 1경기 당 4~6타석 선에서 끝나는 만큼 '공격력 극대화'에 사용되지 않은 경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샘플 부족 역시 조사의 허점이다. 우선 45타석이라는 타석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에는 많이 부족한 숫자이고,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샘플이 24명밖에 되지 않아 섣부르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윤규 시민기자는 청춘스포츠 5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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