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고창담양고속도로의 한 터널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전광판에 이런 안내문이 번쩍인다.

"터널 화재 시 소화전, 피난갱 이용"

이 안내 문구는 요즘 사고가 나기만 하면 대형 참사를 초래하는 터널 안이나 부근에서의 차량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차원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난갱'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아마도 여기서 지칭하는 '갱(坑)'은 사전적 의미로 '(광물 등을 파내기 위해) 땅속을 파 들어간 굴이나 굴 안에 뚫어 놓은 길'을 이르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피난갱'이라는 이 단어를 잠깐 스치는 몇 초 사이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도로 터널 방재시설 지침을 찾아보니, 피난갱은 화재 발생 때에 터널 안의 운전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비상통로다. 이와 같은 피난 대피시설은 또 있다. 터널 내 사고 때 안전한 구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시설로는 피난갱 이외에도 피난연락갱이나 피난대피소 등이 있다.

피난연락갱은 본선 터널과 병설된 상대 터널이나 본선과 평행한 피난갱을 연결하는 통로이며, 피난갱은 본선 터널과는 별도로 설치하여 화재 발생 때 운전자를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통로다. 둘 다 화재 발생 때 피난 대피를 위한 주요한 비상통로다.

현행 관련법 상 1000m 이상의 터널은 화재 시 공기 환기와 연기 제거 기능을 하는 '제트팬'과 상하행선 터널을 서로 연결하는 '피난갱'을 일정 간격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난갱은 일반적으로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재 시 터널 내부가 순식간에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이 피난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을 통해 터널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용과 대인용으로 구분된다.

터널 안에서 사고나 차량결함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차량을 갓길이나 비상 주차대에 세우고, 엔진을 끈 다음 키를 그대로 둔 채로 차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휴대전화나 터널 안의 긴급전화를 이용해 신고하고, 터널 밖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초기 화재 발생 시 진화가 가능하면 터널 안의 소화전을 이용할 수 있지만, 화재가 커진 경우에는 먼저 대피부터 해야 한다. 이때 연기 반대 방향의 터널 밖으로 이동하거나 비상대피통로를 통해 옆 터널로 대피한다.

전광판에 번쩍이는 '피난갱'이라는 표현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오히려 '비상대피통로'나 '반대편 차선 연결통로'가 더 와 닿는다. 유럽에서는 'Cross Passage'(교차통로, 횡단통로)라는 표현을 쓴다. 쉽고 이해가 빠른 단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다. 대책 없는 축약어나 한자어가 능사는 아니다.

"터널 내 화재 시 반대편으로 대피하는 비상통로를 이용하세요"




태그:#모이, #피난갱, #도로공사, #터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