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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정책협의회
 학교자치정책협의회.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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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권한을 넘겨주는 교육자치를 시행하겠다'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지침 80여 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등 학교자치기구 법제화 안건은 통과시키지 않아 교육감과 교장의 '권한 배달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자치기구 법제화 안건' 유보 논란

12일 오후 두 기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고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과 이재정 교육감협 의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이 협의회가 이날 통과시킨 로드맵을 보면 1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지침 83개를 폐지'한다. 하지만 교육자치를 위한 법령 개정은 내년 하반기 2단계 과제로 미뤘다.

두 기관이 폐지키로 한 지침은 '교복구매 운영 요령',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학교회계 운영방안', '학교운영위원회 길라잡이', '초등돌봄교실 안전 길라잡이',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지원사업'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 가운데 일부는 학교재정의 투명성을 규정하고 있는 등 교장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특혜고 지정 막는 권한도 포기하겠다고?

이날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지정과 취소에 관한 교육부 동의권'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혜학교에 대한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반대로 지정권한 또한 교육감에게 줬다. 일부 보수교육감이 외고와 자사고를 무분별하게 지정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교육부가 포기한 셈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인사말에서 "각종 규제성 지침의 폐지와 학교로의 권한 재배분을 위한 과제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정작 '학교자치기구 법제화 우선 추진' 안건은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체 16명의 위원 가운데 7명의 외부위원들은 공동 안건의견서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던 사업을 교육청으로 단순 이전하는 방식은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면서 "교육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현저히 침해하는 명령, 규칙, 시행령 등은 우선적으로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생회, 교무회의, 교사회, 학부모회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치를 실현할 학교자치기구가 없는데 교육부가 지침 폐지 등을 통해 학교자치를 실현하겠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안건은 이날 통과되지 않은 채 다음 회의로 넘겨졌다.

이에 대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답답한 것은 교육부가 권한을 학교구성원에게 넘기겠다면서 지침 폐기를 단행하고 있지만 학교엔 법제화된 자치기구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교육감과 교장의 권한만 높이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런 현상이야말로 교육부로부터 받은 권한의 배달사고"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원도 "학교자치기구를 우선 법제화하지 않은 채 교육자치를 하겠다는 것은 교장과 교육감에게 힘을 몰아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먼저 해야할 것은 하지 않고 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따라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초창기인 2008년 4월, 당시 교육부는 "학교와 교육청에 자율성을 주겠다"면서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내놓아 1년가량 큰 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에도 학교자치기구 법제화를 추진하지 않은 채 우선 27개 교육부 지침을 폐기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전교조 교사들 "자치기구 없는 학교자치? 앙꼬 없는 찐빵"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협 관계자는 "오늘 자치기구 법제화 안건은 무산된 것이 아니라 유보된 것"이라면서 "실제로 교육부와 교육감협의회도 자치기구 법제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로드맵에서는 '제도 개선' 방안 항목에서 학교자치기구 법제화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날 오후 회의장 밖 청사 주변에서는 전교조 교사들이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학교자치 법제화 없는 학교 민주화는 '앙꼬 없는 찐빵'".


태그:#학교자치, #교육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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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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