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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란목교 전경. 신안군 압해읍 분매리와 가란리를 잇는 다리다. 2012년 12월 완공됐다.
 가란목교 전경. 신안군 압해읍 분매리와 가란리를 잇는 다리다. 2012년 12월 완공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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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란도는 섬 속의 섬이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대교로 연결돼 있는 신안 압해도에 딸려 있다. 아름다운 난이 많다고 '가란도(佳蘭島)'다. 면적은 40여만 평, 해안선이 6킬로미터에 이른다. 섬의 해안을 따라 돌며 소박한 풍광과 만날 수 있다.

가란도는 갯골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매리와 마주하고 있다. 거리가 불과 200여 미터 남짓 된다. 이 갯골 위로 다리가 놓였다. 5년 전이다. '가란목교'다. 지금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분매리 숭의선착장에 차를 두면 된다.

 해 뜰 무렵 가란도 풍경. 바닥을 드러냈던 갯벌에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다.
 해 뜰 무렵 가란도 풍경. 바닥을 드러냈던 갯벌에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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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란도 앞바다 풍경. 굴 양식장에 들렀다 나오는 사이, 바닷물이 가득 들었다.
 가란도 앞바다 풍경. 굴 양식장에 들렀다 나오는 사이, 바닷물이 가득 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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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 갑시다. 늦었소. 물이 들와 불믄 볼 수가 없어라."

이제 해가 떠오르는데, 양식장 관리인 김씨가 독촉을 한다. 바닷물이 빠르게 밀려들고 있어 조금만 늦어도 굴밭을 볼 수 없단다. 밀물에 갇히면 썰물이 되는 저녁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씨엉씨엉 길을 재촉했다. 유려한 갯골과 질펀한 갯밭이 자꾸 해찰을 유혹하지만, 이내 못본 척 했다.

가란도 둘레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20여 분 걸었을까. 드넓은 갯밭 위로 굴 양식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언뜻 물고기를 말리는 '덕장'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줄을 맞춘 말뚝 위로 동아줄이 씨줄날줄 엮여 있고, 거기에 굴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가란도의 굴 양식장.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수평끈식 양식이다.
 가란도의 굴 양식장.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수평끈식 양식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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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우리 마을 굴 양식장입니다. 이 방식을 배울라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 기존의 투석식보다 생산량이 많고, 힘도 덜 들고요. 수하식으로 키우는 굴보다 크기는 작아도 맛있고 품질도 좋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다 돌아온 신용주(45) 가란도 어촌계 총무의 말이다.

기존의 굴 양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하식'과 '투석식'이다. 수하식은 줄에 굴 포자가 붙은 껍데기를 매달아 바다 속에 늘어뜨려 키우는 방식이다. 여수나 고흥 등 남해안에서 많이 한다.

투석식은 갯벌에 돌을 가져다 놓고, 이 돌에서 굴을 키운다. 신안이나 무안, 함평 등 갯벌이 드넓은 서해안에서 주로 쓴다. 가란도의 굴 양식법은 새로운 수평끈식이다. 갯벌에 말뚝을 박아놓고 줄을 연결해 키우는 방식이다.

밀물 때면 물에 잠겨 먹이활동을 하고, 썰물 때엔 햇볕에 몸을 맡기는 셈이다.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에 잠기고, 햇볕에 노출되면서 육질이 치밀해진다. 맛도 깊어진다. 자연산이나 진배없다.

 가란도에서 만난 가우라. 섬의 해안을 따라 철 지난 꽃이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란도에서 만난 가우라. 섬의 해안을 따라 철 지난 꽃이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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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란도 마을 풍경. 갈대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고즈넉하다.
 가란도 마을 풍경. 갈대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고즈넉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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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란도 '꿀(굴)'하면 알아줬어. 섬을 뺑 두른 갯밭에 꿀이 천지였어. 말도 못허게 많았는디, 지금은 삭신이 늙어갖고 일을 못 한당께. 그림의 떡이여. 꿀을 까서 자식새끼들 다 키웠어. 푹푹 빠지는 갯밭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일 했는디, 이제는 못 혀."

몇 해 전까지 갯밭에 나다녔다는 김순자(70) 어르신의 말이다. 어르신은 갯벌에서 굴을 주워 그물포대에 담아 부표로 표시해 두고, 밀물 때 배에 실어 나르곤 했단다. 하루 100포대는 기본이었다고.

"널려 있는 마을의 자원인데, 내버려두는 것이 안타까웠죠. 옛날 방식으로 갯밭에 들어가 굴을 주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일할 사람도 없고. 소나무를 갯벌에 박아 굴을 키우는 '송지식'도 해봤는데, 실패했어요. 수평끈식을 접한 게 그 때였죠."

성기완 가란도 어촌계장의 말이다.

 가란도 굴 양식장 풍경. 썰물 때 드러난 굴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햇볕을 쬐고 있다.
 가란도 굴 양식장 풍경. 썰물 때 드러난 굴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햇볕을 쬐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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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다시피 했던 마을 갯벌의 활용도를 높이고, 옛 가란도 굴의 명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기존의 방식보다 노동력을 적게 들이고도 굴을 채취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신안군의 도움으로 양식장을 만들었다. 2년 전이었다.

작황은 예상보다 좋다. 갯벌에서 자라는 굴답지 않게 알이 크고 단단하다. 풍미가 짙고 맛도 담백하다. 가란도의 굴은 좀 더 키워서 새해 3월께 채취할 예정이다. 수평끈식으로 키운 굴의 맛은 어떨까. 그 때가 기다려진다.

 호젓한 까치섬 풍경. 가란도 해안에서 만나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호젓한 까치섬 풍경. 가란도 해안에서 만나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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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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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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