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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김경년 기자, 정리 : 손병관 기자, 사진 : 이희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 이희훈
'정치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지난 1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이 속한 민주당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극적인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그에게는 마음고생이 좀 심한 한 해였을 것이다.

서울시의 인프라를 총동원해 촛불혁명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했지만 의외의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탈락해야 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을 덤덤히 지켜봐야 했다.

6년 전 취임 이후 줄곧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왔고, 2015년 여름 메르스 사태를 선방한 뒤엔 한때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올 만한 순간이었다.

겨우 상처를 딛고 서울시정에 집중하려는데 국감을 앞두고 직원의 자살사건이 터져 시 공무원들과 정치권으로부터 '일 욕심만 많지 부하직원의 어려움은 외면하는 시장'으로 질타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급기야 당 안팎에서는 이때다 시피 중량급 인사들의 내년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지고 '당이 이번에는 박 시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 ⓒ 이희훈
연말을 맞아 박 시장의 3선 도전 여부 등 향후 정치행보를 묻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소 의기소침해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박 시장은 그러나 예의 자신있고 힘있는 어조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평소 일중독으로 불리는 그는 이 날도 23개나 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을 하면서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박 시장은 "내가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서울시가 정치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3선 출마에 대한 확답을 주저했지만 여유있는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박 시장은 "정치에는 국회로 가는 길도 있고 여러 가지 길이 있으나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하지 않냐"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일축하고 시장 3선쪽에 무게를 두었다.

기자가 만나본 대다수 사람들이 3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알고 있는데 언제까지 공식선언을 미루고만 있을 거냐고 다그쳐 묻자 "이미 다 알고 있다면서요"라고 말해 출마의 심증을 굳히게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에서 열린 소속 지자체장 성과 평과 자리에서 자신의 임기중 치러진 주요한 선거에서 당의 서울지역 승리에 큰 기여를 해왔고, 세월호천막과 촛불집회 등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온데 대해 "굉장히 확신에 찬 음성으로 얘기했다"고 뿌듯해 했다.

역시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57.5%의 서울시민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후보별 지지율도 약 38%를 기록해 10% 이하를 기록한 2위 후보에 큰 차이로 앞서갔다. 수많은 악재와 주위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일 것이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민주당 집권, 서울시가 긴 인수위 역할을 한 셈"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으로서 민주당에 기여한바에 대해 '민주당의 승리', '민주당의 가치', '미래'를 언급 했다. ⓒ 이희훈
- 내년에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늘 오전에는 당에 가서 지자체장 성과 평가를 받았는데, 3선에 도전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다 간다고 그러던데?"

- 3선 출마를 접은 것으로 알려진 안희정 충남지사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당이 그동안의 시정의 성취에 대해 평가하는 자리니까 어쨌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으로서 시의회나 언론이나 시민들의 평가도 받지만, 동시에 당이 있기 때문에 당의 평가를 위한 요청에 당연히 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무슨 질문이 나왔고 어떻게 답변을 했나.
"서울시의 비전과 목표,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민주당 시장으로서의 기여 등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눠서 PPT를 먼저 했고, 분권과 균형발전, 자치경찰, 예산 등의 질문이 당연히 나왔다."

- 시장님이 서울 시정을 펼치면서 민주당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얘기했나.
"굉장히 확신에 찬 음성으로 얘기했다. 첫째는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2014년 재선되면서 수도권에서 경기와 인천은 졌지만 서울은 압도적 우위 기반에서 승리했고, 20개 구청장과 70%에 이르는 시의원들이 다 당선됐다. 그 다음 총선과 대선도 서울 심지어 강남에서 다 이겼다.

또 민주당의 가치를 지켰다. 예를 들어 세월호 국면에서 광화문광장 세월호 캠프를 지켰고, 메르스사태 같은 경우 시민들의 안전을 지켰고, 서울의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지켰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6.15선언과 10.4선언 기념행사를 중앙정부가 안하니까 서울시가 계속하고 지지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미래를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의 검증된 정책과 많은 인재들을 가져다 쓰겠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로 서울시의 많은 정책들이 중앙정부에 채용됐고 서울시의 인재들도 굉장히 많이 갔다. 국정이 서울시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민주당의 집권을 준비하는 긴 인수위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 얘기하니까 박수치는 분위기였다."

"내가 의사표명 하는 순간 서울시가 흔들릴 수 있다"
"내가 그런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서울시가 정치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해야할 일들이 막중한데, 내가 중심을 잃어버리면 굉장히···. 그리고 아직 6개월이 남았지 않나?" ⓒ 이희훈
- 오늘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는 "국민들이 바라는 길이 여의도식 정치만은 아닐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정치에는 국회로 가는 길도 있고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하지 않냐는 얘기를 한 거다.

- 국회의원보다는 시장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글쎄, 서울시를 어쨌든 능숙하게 해왔으니까."

- 국회의원 보다는 시장을 계속 하는 게 대권 가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미인가.
"나는 지난번 대선행보를 해보면서 느낀 점이 대통령이든 서울시장이든 하늘의 뜻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고 때로는 안하고 싶어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이라는 책에서도 한 얘기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것 같다.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대권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건 언론이나 하는 소리지, 대권 얘기를 함부로 할 상황은 아니다. 현재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 내년 선거는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 치열할 거라고 하는데, 당원들에게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것인가.
"그건 3선을 전제로 한 유도심문이다. 난 그런데 잘 안 걸려든다.(웃음)"

- 3선 도전 공식선언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대다수 정치권이나 서울시 주변 사람들은 3선에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무슨 고민을 하고 있나.
"내가 그런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서울시가 정치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해야할 일들이 막중한데, 내가 중심을 잃어버리면 굉장히···. 그리고 아직 6개월이 남았지 않나?"

- 오히려 선언해 놓으면 중심이 잡히지 않을까.
"이미 다 알고 있다면서요? 허허... 어쨌든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고, 시민들은 선거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기자들만 그러지, 시민들은 급하게 요구하는 게 아닌 것 같다."

-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3선에 도전하면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53.2%, 반대로 '지지하지 않겠다' 36.8%가 나왔다. 이 정도면 만족할 수치인가.
"만족이 안 되는데... (웃음) 개인 욕심은 끝이 없지만 사회의 사고 다양성에 비춰보면 사실 굉장한 수치다. 왜냐하면, 내가 6년 재임하면서 보니까 정책이라는 게 100% 지지가 아니더라. 늘 반대가 있고 그런게 많이 축적됐을텐데, 그래도 시민들 다수가 저렇게 지지한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 내가 이만큼 노력했는데 시민들이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한 섭섭함은 없나.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시의회나 언론들의 비판을 늘 받잖나. 처음에는 그게 납득이 안 갔다. 그러나 그게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북한식 전체주의가 아니면 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거니까. 그것이 또 나 자신한테 늘 도움이 되는 거라고 본다."

"한 방 터뜨리는 것은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
"이른바 한 방 터뜨리는 것은 내 체질이나 철학에 맞지 않다. 물론, 많은 홍보 전문가나 주변에서 박원순 하면 딱 생각나는 한 개를 하라고 한다. '하나의 메시지를 500군데를 가서 계속 똑같이 말하라'는 분도 있다.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못하겠다. 그래도 시민들이 저 정도 지지해주니 대단하지 않나." ⓒ 이희훈
- 대선경선 하차한 후에 "박 시장이 일은 많이 하는데 그게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 뭔가 큰거 하나를 하든지 여러 가지 일을 묶어서 하나로 브랜딩을 잘 하든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 내 생각의 기본이 서울이라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도시에서 시장이 할 일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인데 이걸 해결하다보면 정말 많은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걸 정치적 목표에 따라서 아주 몇 개 정책에 올인하는 것, 이른바 한 방 터뜨리는 것은 내 체질이나 철학에 맞지 않다. 물론, 많은 홍보 전문가나 주변에서 박원순 하면 딱 생각나는 한 개를 하라고 한다. '하나의 메시지를 500군데를 가서 계속 똑같이 말하라'는 분도 있다.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못하겠다. 그래도 시민들이 저 정도 지지해주니 대단하지 않나."

- 그러나 아직도 박원순 하면 떠오르는 게 마땅히 없는데.
"근데 왜 (여론조사 결과가) 저렇게 나왔나."

- 서울시장에 처음 취임하셨을 때 '이거 하나만은 꼭 해놓고 나가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아직 완성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점을 하나만 들어달라.
"그런 게 많다. 요새 다시 내가 주문하고 있는 일이 예컨대 저출산 문제를 좀 더 본격적으로 다뤄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청년 문제도 우리가 나름대로 했지만 좀 더 획기적인게 뭐 없나 고민한다."

- 그와 관련 구상하고 있는 정책이 있나.
"지금 한창 논의하고 있다. 우선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연간 공공주택 2만호를 지었다. 그게 대부분 취약계층에게 돌아갔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결혼과 출산이라는 워낙 절박한 문제가 걸려있으니 신혼부부들을 위해서 그 중의 절반, 아니면 추가로 더 지어서라도 올인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보육 대책도 조금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내년 임기 안에 서울시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이 전체의 30% 정도 된다. 그런데 어린이집 다녀온 다음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지 않나? 그런 걸 보완하는 틈새보육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걸 예산과 권한이 있는 중앙정부가 하면 좋겠는데... 아니면, 서울시가 하는 걸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든지. 그럼 뭔가 확고히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프랑스는 그런 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질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나 정보기관 이용하는 거나 민생 정책에 있어서 1970년대 이후 개발지상주의, 고도성장시기의 이데올로기와 똑같았다. 9년이 역사를 후퇴시킨 정권이었다."고 답변했다. ⓒ 이희훈
- 현 정권과는 협조가 잘 되고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는 새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는 일이 많았다. 서울시장으로서 두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내가 유일한 야당 출신 국무위원이었다. 나는 그런 게 정치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봤는데 이분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잘 알다시피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박원순 제압문건이나 저격특위가 만들어졌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거의 나는 눈엣가시였던 것 같다. 이건 두 정권과 두 대통령 스스로에게도 불행한 일이었다고 본다. 왜냐면 서울시장과 협력해서 서울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의 요체였다. 예를 들어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하면서 서울시를 빼놓고 한 게 납득이 안 간다.

선거와 선거과정에서는 정당이 중요하지만, 막상 대통령이나 시장이 되고나면 그런 문제는 떠나야 한다. 정파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지 않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나 정보기관 이용하는 거나 민생 정책에 있어서 1970년대 이후 개발지상주의, 고도성장시기의 이데올로기와 똑같았다. 9년이 역사를 후퇴시킨 정권이었다."
태그:#박원순, #3선도전, #서울시장, #지방선거, #이명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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