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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굳게 다문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입술 굳게 다문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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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 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해외은닉재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회장이 금융 관련 법을 위반했다면 삼성생명 대주주로 남아있기 어려운데, 이를 심사해야할 금융위가 기획재정부 등의 조치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은닉재산을) 자진 신고했는지 자체를 모릅니다. 저희가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신고를 받은 기관에서 개인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신고자나 신고내용에 대해 대외에 알리지 않아 모릅니다."

대외적으로 수차례 논란 제기됐지만 "모른다"는 금융위

이 회장이 만약 해외에 숨겨둔 재산을 자진 신고했다면, 관련 정보는 신고를 받은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에서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그는 "다만 위법사항이 있어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면 신고 받은 기관에서 검찰 고발 등 추가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형사절차가 진행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저희 쪽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금융위 쪽 설명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 건은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자진 신고자 중에 이 회장이 있다고) 들은 것 같다"고 밝혔었다. 이후 2달가량 흘렀음에도 금융위는 이를 모른다고 한 것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건희 본인이 조세포탈 등 범죄에 대한 자진 신고를 했고, 이것은 이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최 위원장은 "자세한 내용을 기재부 등과 협의해 알아보겠다"며 "그에 따라 저희가 해야 할 일을 빠뜨리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나온 지 1주일 넘게 지났지만 금융위 쪽은 여전히 "모른다"고만 했다는 얘기다.

박찬대 의원 "금융위는 즉각 필요한 조치 시행해야"

이처럼 금융위가 모르쇠로 나오는 이면에는 복잡한 셈법이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이자 최다출자자인 이 회장이 금융회사 대주주로 적합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해야한다. 이 회장이 해외은닉재산을 신고했다면 말이다. 해외에 재산을 숨겨둔 자체가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조세범처벌법과 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한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는 즉각 삼성생명에 대해 경영건전성 유지를 위한 계획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31일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를 받은 바 있다. 자진신고 세금을 모두 납부한 사람의 일부 가산세, 과태료, 명단공개 등을 면제해주고 이를 형법상의 자수로 간주, 형사상 관용을 베푼다는 취지였다. 중요한 것은 자수를 했다하더라도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형사처분이 떨어지면 이를 감경 조치해줄 수 있는 것"이라며 "무죄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찬대의원실 쪽은 이 회장이 만약 연간 10억 원 이상의 세금을 포탈했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수로 인한 형 감경 등을 적용해도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위는 이 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20.76% 중에서 10.76% 지분에 대해 의결권 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박찬대의원실 쪽 설명이다. 사실상 이 회장이 삼성생명 경영에 간섭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의지 있다면 살펴볼 수 있어...협조 요청해 권한 최대한 동원해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삼성 차명계좌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삼성 차명계좌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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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 이 회장이 숨긴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따라 내지 않은 세금은 얼마 만큼인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자신 신고를 한 정황도 김 부총리의 발언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회장이 법을 어겼을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가 나왔음에도 금융위는 형사처분이 떨어져야만 삼성생명 대주주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과장은 "사전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어떤 사람이 어떤 위반을 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위는 삼성생명 쪽에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 회장 해외은닉재산과 관련해)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의지가 있다면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금융위가 가진) 권한을 최대한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경제팀 기자입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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