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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언제나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고양이 보호자들에게 닥치는 첫 시련이자 고민은 아마도 중성화 수술이 아닐까 싶다. 수술 과정은 물론이고 수술 후 고양이가 아파하는 모습, 회복 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증상들이 보호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지난 주말, 이제 겨우 6개월이 지난 고양이 꼬꼬가 중성화수술을 했다. 보통 고양이는 생후 6개월 무렵 중성화수술을 한다. 암컷 고양이는 수컷에 비해 수술시간도 두 배 정도 더 걸린다. 암컷인 꼬꼬는 오후 4시 40분부터 5시 20분까지 40분 정도 수술을 받았다.

중성화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까. 수술 직후 꼬꼬는 한동안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수의사는 "마취에서 깨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심한 아이들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수술실에서 나와 눈을 말똥 뜨고 있다고 해서 마취가 풀린 것은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집에 돌아온 꼬꼬는 한동안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조차 못했다. 화장실에 가려고 애를 썼지만 마취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번번이 쓰러졌다. 그리고 공포에 질린 듯 부들부들 떠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런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저 안아 주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고양이들은 겁이 많아서인지 퇴로가 없거나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없을 때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위험이 닥쳐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은 고양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꼬꼬는 오후 9시경 마취가 풀려 몸을 조금씩 가누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심하게 떨지는 않았다. 평소 좋아하던 간식을 주자 배가 고팠는지 잘 먹었다. 수술 전 8시간 이상을 굶었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중성화수술 전에는 보통 8시간 정도 금식을 한다. 꼬꼬는 마취가 풀리자 간식을 먹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구토를 했다.

아마도 수의사가 "오늘은 사료나 음식을 먹으면 토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수술 전 금식을 하는 이유도 고양이가 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마취 상태로 토하면 기도가 막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꼬꼬는 토한 뒤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 상태로 조금 쉬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꼬꼬는 일어나자마자 캔에 담긴 참치를 먹었다.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서인지 사료는 입에 대지를 못했다.

중성화 수술 후 이틀째, 꼬꼬가 레깅스를 입었다. 피곤했는지 내 취재수첩 위헤서 자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중성화 수술 후 이틀째, 꼬꼬가 레깅스를 입었다. 피곤했는지 내 취재수첩 위헤서 자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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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부위를 핥지 못하도록 고양이 넥카라를 씌우려고 했지만 너무나 답답해 해서 씌우지 못했다.
 상처부위를 핥지 못하도록 고양이 넥카라를 씌우려고 했지만 너무나 답답해 해서 씌우지 못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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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부위 핥을까봐 레깅스로 옷 만들어 입히다

수술 이틀 째.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동물 병원에서 입혀준 망사 옷을 벗기고, 여성들이 입는 타이즈(레깅스)에 구멍을 뚫어 옷을 만들어 입혔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는 과정에서 수술 부위를 핥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실오라기 하나만 보여도 물어뜯는 습성이 있다. 상처 부위를 핥아 실밥이 풀리는 일이 없도록 옷을 만들어 입힌 것이다.

꼬꼬가 수술 후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심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가끔씩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녀석이 몹시 아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평소에는 사방팔방 뛰어 다니던 녀석은 평소에 비해 활동량도 현저히 줄었다.  

고양이가 아픈 것을 잘 참는 동물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새삼 느낀 것이지만 고양이는 비교적 아픔을 잘 견디는 것일 뿐,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만 허락된다면 중성화수술 보다는 고양이를 밖에서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집안에 사는 반려묘의 경우, 고양이의 엄청난 번식력과 발정이 났을 때를 감안한다면 중성화수술을 하는 편이 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중성화수술이 생각보다 간단한 수술이 아니다. 또 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플 수 있다. 보호자들은 그것 만큼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태그:#고양이 중성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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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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