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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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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3일) 버스를 타고 집에 오던 중 인도에서 보도블록 교체작업 중인 모습을 봤다. 어릴 적부터 주변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연말 보도블록 교체는 예산 낭비의 예시처럼 거론되곤 했다. 지나가는 길에서 본 보도블록 교체작업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했다.

그날 저녁 영통에 있는 대진인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무슨 일거리일까 궁금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은 영통도서관 앞 보도블록 교제 작업을 제안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기도 하고, 영통도서관은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시험 기간 때마다 들르던 곳이다. 학창시절 영통도서관은 그렇게 잘 꾸며놓은 공간이라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몇 년간의 내외부 공사를 거쳐 나름 멋진 자태를 가진 듯하다.

오늘(14일) 아침 날씨는 예상보다는 춥지 않았다. 따뜻하진 않았지만 매몰찬 바람이 없어 작업하기 좋았다. 아침 7시 30분쯤 영통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같이 대진인력에서 파견 나온 형님이 먼저 와있었다. 우리는 영통도서관 안에서 작업을 의뢰한 사장님을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 사장님과 함께 일하시는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님 몇 분이 도착했다.

사장님과 일행분들은 차에서 주섬주섬 보따리를 꺼내시더니 도서관 근처에 자리를 잡으시고 보따리에 싸 놓은 도시락을 꺼내었다. 우리는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따뜻한 미역국과 만두가 포인트인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곧이어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교체할 보도블록을 봤을 때, 사실 블록은 모두 멀쩡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움푹 팬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우천 시에 빗물이 배수로로 흐르지 않고 고이는 것이 문제가 됐고, 원활한 빗물 배수를 위해 공사를 한다고 했다.

보도블록을 걷어내기 전 수북이 쌓여있는 가을 낙엽이 먼저 쓸어 치웠다. 다음으로 곡괭이로 블록을 걷어냈고, 수레와 나무 파레트를 이용해 블록을 옆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할까 했는데, 숙달된 전문가들의 손길은 달랐다.

블록을 걷어내는 작업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사장님은 우수구 입구 입구를 낮추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빗물받이를 잘라 높이를 낮춘 후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반죽으로 잘린 부분을 붙였다.

점심시간에 우리는 영통도서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당으로 가 허기진 배를 채웠다. 늘 그렇지만 노동 후 먹는 식사는 모든 음식을 산해진미로 만든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면서 아픈 허리와 허벅지를 풀었다.

블록을 걷어내고 나서 우리는 땅을 고르기 위해 옆에 쌓아 놓은 모래를 수레에 옮겨 담았다. 모래가 가득한 수레를 바닥을 들어낸 땅 위로 가져와서, 움푹 팬 곳을 없애고 우수구로 빗물이 흐르게 하려고 흙을 고르게 흩뿌렸다. 흙을 고르게 하는 작업이 끝날 때쯤, 블록을 올렸을 때 땅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다짐기로 땅을 다졌다. 이 작업을 땅의 경사를 확인하며 몇 번을 거쳤다.

땅을 고르게 다지고 오전에 뜯어냈던 블록들을 땅에 가지런히 맞췄다. 두 명은 블록을 나르고 2명은 블록을 맞추고 손발이 척척 맞았다. 오랜 작업으로 지친 것도 있지만 일이 빨리 끝나면 집에 일찍 갈 수 있었기에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블록을 반쯤 맞췄을 때 새로운 새로 주문한 보도블록이 도착했다. 사실 새 보도블록이 왔을 땐 조금 의아했다. 뜯어냈던 블록은 하실 큰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몇십 년은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큰 파레트 두 개를 가득 채운 보도블록이었다. 깨진 블록을 몇 개 교체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이 많은 블록을 더 구매할 필요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찌어찌해서 원활한 우수배수를 위한 보도블록 교체 작업이 끝났다.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었다. 힘든 일을 끝내서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몇백 개가 되는 블록을 뜯었다가 다시 맞추는 작업은 나쁘진 않지만, 굳이 그렇게 많은 블록을 새로 바꿀 필요가 있었나 싶다.

집에 와서는 샤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저녁을 먹고 잠시 쉬었다. 몸이 뻐근하지만 오랜만에 지치게 운동한 기분이라 기분이 좋았다. 잠시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쉬는 것이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을 하게 될까?!



태그:#모이, #영통도서관, #보도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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