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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에 앞서 백악관에서 인사하며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에 앞서 백악관에서 인사하며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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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일,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양국 정상의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가 최대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중국과의 사드(THA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갈등을 봉합하면서 약속한 '3불 정책'에 대한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 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압박과 제재'라는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단순한 제재 조치를 넘어 군사적 행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보다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온도에는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가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에 "한반도에서 한국 정부 동의 없이 어떠한 군사행동도 할 수 없다"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압박과 제재는 최대 강도로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와는 별도로 이산가족상봉, 군사회담 등 남북 간의 대화 재개에도 공을 들였다.

보수 야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가 '코리아패싱'(북한 문제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상황)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비판을 잠재우고 '한미동맹 강화'라는 상징적 메시지와 함께 자신이 그동안 힘을 실어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조에도 재차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서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대 과제인 셈이다.

정부가 6일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 조치도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 자락을 깔아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에 올린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북한인 18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실효성이 높은 제재 조치는 아니다. 이들 모두 지난 9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제재대상 북한인 26명에 포함되는 인사들로, 미국과의 대북 정책 공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다. 한·미 양국의 군 장병을 격려하고 합동 브리핑을 받는다. 평택기지 방문에서는 북한에 거듭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이어지는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로 뜨겁게 달궈진 트럼프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그 열기를 식히고 '대화'와 '평화'를 함께 말할 수 있을까.

트럼프 '미치광이 전략', 24년만에 국회 연설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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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번 동아시아 순방 첫 행서지인 일본에 도착해서 "순방 주요 의제는 무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미FTA를 주요하게 제기 할 것이 분명해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모든 무역관계를 부당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일명 '미치광이 전략'을 보이고 있다. 한미FTA 개정과 관련한 양국 간의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더 민감한 요구를 해 올 가능성도 크다.

이후 양국 간의 회담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연설한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7월 10일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 이래 24년만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한미동맹과 한미FTA를 주제로 연설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떠한 돌발 발언이 나올지는 외교 당국도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UN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으로 불렀다.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한 차례 쓴 표현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애초 로켓맨이라는 단어는 연설문 초안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할 수 있다거나, 세계 곳곳이 분쟁으로 '엉망이 되고 있다'(지옥으로 가고 있다, going to hell)는 등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한미FTA 관련해서도 돌발 발언이 나올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FTA가 발효 된 이후 미국의 적자폭이 110억 달러 증가했다"라며 "한미FTA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협상을 선언한 것이다. 당초 정부 당국은 "한미FTA 재협상 논의는 없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밖에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협상에서 밝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공조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말로 간접적인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마치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점에서 한중 간의 갈등요인을 부각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행동은 예측이 어렵다. 중국과 동아시아 주도권을 놓고 강경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태그:#문재인, #트럼프, #북핵, #사드,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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