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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선물로 받은 GX카드
 아이가 선물로 받은 GX카드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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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큰 아이는 요즘 '포켓몬카드'에 빠져 있다. 집에서 TV를 많이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학교 친구들에게서 그리고 놀이터에서 포켓몬카드를 접한 아들은 카드 모으기에 열심이다. 카드라고 해서 다 같은 카드가 아니다. 'GX카드'라고 불리는 것이 제일 강하다면서 친구들과 GX카드를 몇 장이나 가지고 있는지 서로 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처음에는 포켓몬카드가 뭔지도 몰랐다가, 큰 아이 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아 생일선물로 사주면서 알게 됐다. 남자 아이 생일선물로 무엇을 사주면 좋겠냐는 내 말에 동네 엄마는 포켓몬카드를 추천해줬다.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데 가격은 한 박스에 1만 1000원이었다. 수십 장이 들어있는 박스 안에 GX카드는 단 2~3장. 나머지는 점수에 따라 카드의 강약이 결정돼 있는데, GX가 가장 세다고 했다.

이 GX카드는 희소성이 강하단다. 이 GX카드 한 장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1만 원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몇 박스 사서 GX카드를 모으느니 그냥 중고나라에서 GX카드를 사주는 부모들이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더니,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대답은 이랬다.

"GX카드는 만 원이지, 유희왕 카드라고 있어. 가장 비싼 거는 4만 원이야. 그리고 그런 카드만 중고로 거래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고..."

카드 한 장에 그 정도의 가격 형성이 되는 게 정말 이해되지 않지만, 결국 장난감값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캐릭터라는 무기를 업고 설정되고 있었다.

터닝메카드의 추억

 유행할 때 사서 모은 터닝메카드
 유행할 때 사서 모은 터닝메카드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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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장난감 유행 역사는 비단 GX카드뿐만이 아니다. 큰 아이 6살 즈음에 '터닝메카드'라는 만화 영화가 유행하면서 해당 캐릭터의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장난감업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정가는 1만 6000원인데, 터닝메카드의 모든 캐릭터 장난감이 품절이었다. 게다가 터닝메카드 캐릭터 중 '에반'이라는 로봇은 시중에서 4만 원 이상 거래되기도 했다.

이렇게 터닝메카드 에반이 한참 품귀현상을 빚던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큰 아이의 친구가 에반을 샀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 모양이었다. 동네 엄마들은 이 어려운 걸 어떻게 구했냐고 하니 그 아이 엄마가 말하길... 남편이 동네 문방구에서 1만 6000원에 구매했다고 했단다. 아직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해줬고, 동네 엄마들이 우르르 동네 문방구로 몰려갔다.

가서 보니 에반은 1만 6000원이 아니라 4만 2000원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 보니 그 아빠는 4만 2000원에 구매했지만,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 걸 염려해 터닝메카드 에반의 가격을 정가인 1만 6000원으로 말한 것이었다. 아내는 그것을 동네 엄마들에게 전했고, 그 남편의 거짓말은 웃기면서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로 끝났다.

나 또한 터닝메카드 에반을 구하기 위해 온라인몰과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졌지만, 구할 수 없었다. 시중에서는 이미 정가를 넘어서 3만~4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에반을 사는 걸 포기해야 했다.

다른 캐릭터를 사서 주겠다고 아이에게 약속을 했다. 가끔 온라인몰에서 터닝메카드 판매 알람이 뜨곤 했는데, 1인당 구매개수가 1개로 한정돼 있었다. 아이가 두 명인 나는 2개를 구매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1개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회사 동료에게 부탁을 했다. 9시 땡 울리자마자 '클릭'을 부탁해 겨우 2개를 구매했고, 어린이날 선물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사야 했나 싶지만, 아이가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터닝메카드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다.

장난감의 유통 그리고 A/S

터닝메카드라는 장난감에 시달리면서 회사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하지만, 중고나라에서 비상식적으로 거래되는 금액을 방관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의 장난감 생산을 늘리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보였기 때문이다.

되레 노이즈마케팅을 이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장난감의 유통은 제조→도매→소매의 경로를 거쳐 일반 물품과 비슷한데, 제조업체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는 정가로 판매를 하는데, 대부분 품절이었고 인기있는 캐릭터 상품은 품절 상태에서 풀리지 않았다. 동네 문구점에 왜 비싸게 파느냐고 물어봤다. 주인아저씨의 말로는 도매점에서 인기있는 상품만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재고로 쌓여있는 비인기 장난감까지 덤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터닝메카드의 에반 캐릭터에는 재고로 쌓여있는 비인기 장난감의 값까지 더해져 있는 셈이었다.

이렇게 산 장난감을 오래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내구성이 약해 부모들의 불만이 컸다. 터닝메카드 장난감은 변신 로봇이고, 시합을 하는 게임판을 제공하는데, 몇 번 변신하거나 한두 번 아이들끼리 시합을 하게 되면 쉽게 고장이 났다.

택배로 수리를 보내게 될 경우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택배비와 수리비는 고객 부담이었다. 직접 제조사 본사까지 가서 터닝메카드를 수리해 보니, 말이 '수리'지 제조업체에서는 동일한 캐릭터의 새상품으로 '교체'해줬다. 교체 가격은 상품 정가의 50%에 육박하는 7500원이었다.

장난감 장사가 아닌 사업가를 원한다

 레고. 레고는 합리적으로 부품을 구매할 수 있다.
 레고. 레고는 합리적으로 부품을 구매할 수 있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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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레고의 경우 부품만 별도 판매한다. 레고에는 각 부품마다 고유번호가 있어서 고유번호를 대면 본사에서 무료로 배송해준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부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놨다.

사업과 장사의 차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물론 레고의 가격에는 이런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장난감의 종류와 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장사가 아닌 사업가의 마인드라면 유통단계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수요와 공급을 파악해 가격 책정을 잘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기가 있으니 당장 돈을 조금 더 벌어야겠다는 마음보다 다음 아이템과 비전을 가지고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제 유행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장난'에 더 이상 놀아나기 싫기 때문이고,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장난감을 접하는 경로가 달라진 이유도 있다. 큰 아이는 내가 사주지 않아도 GX카드가 4장이나 생겼다. 친구들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았단다.

터닝메카드의 추억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터닝메카드는 이후로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품절 현상을 겪기는 했지만,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 유행은 말 그대로 1회성이다.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터닝메카드는 장난감 상자에 고이 담겨 추억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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