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소소갤러리
▲ .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소소갤러리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1

헤이리 노을 동산 산자락에 산의 일부인양 키 큰 소나무와 참나무 사이에 있는 갤러리 소소에 8명 작가들의 작품이 걸렸습니다.
 
설치, 드로잉, 유화 등 작품의 소재와 매체, 스타일 그 어느 것에서도 'PARTI-CIPATION VI'라는 한 그룹으로 모인 전시의 공통점을 유추할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의문은 독일의 비스바덴(Wiesbaden)에서 30년째 갤러리 하프만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고트프리트 하프만(Gottfried Hafemann)에 의해 풀릴 수 있었습니다.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에서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갤러리하프만의 하퍼만 관장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에서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갤러리하프만의 하퍼만 관장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저희 갤러리는 전속작가 12명, 준전속 작가 12명, 그리고 프로젝트별로 참여하는 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온 작가들이지요. 제 친구인 카를로스 마터(Carlos Matter)의 작업실인 이탈리아 베르두노(Verduno)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친구와 얘기 중에 '작가들의 이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방문해서 전시를 하면 좋겠다'는 내용이 제안되었지요.

그 첫 전시가 2012년 칼 그르취(Karl Groetsch)의 고향인 독일의 Iphofen (이프호펜), 2회(2013년)는 카를로스의 베르두노, 3회(2014년)는 피어 베네만(Peer Veneman)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4회(2015년)는 프란시스코(Francisco Klinger Carvalho)의 브라질 오비도스(Óbidos), 5회(2016년) 모니카 린하드(Monika Linhard)의 독일 플라둔겐(Fladungen), 그리고 갤러리 창립 30주년이 되는 올해 송영화(Young W. Song)의 서울입니다. PARTI-CIPATION 전시의 6회째인 올해는 확장된 서울로서의 헤이리에서 송영화를 비롯한 스위스의 카를로스 마터(Carlos Matter)와 마리안느 아이겐헤어(Marianne Eigenheer), 독일의 모니카, 네덜란드의 가비 레츠(Gabi Rets) 등 5명의 하퍼만갤러리 작가와 송영화의 동료 작가인 한국의 정승운, 한수정, 김형관 등이 함께했습니다."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소소갤러리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소소갤러리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이번 전시의 호스트인 송영화는 실뜨기를 통해 익숙한, 그러나 낯선 곳으로서의 여정을 표현했습니다.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의 호스트 송영화작가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의 호스트 송영화작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저의 뜨개실은 드로잉의 선입니다. 펜이나 붓 대신 뜨개실로 드로잉을 하는 것이지요."

서울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90년, 23세의 나이로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부모가 살고 계셔서 매년 방문하지만 27년간의 독일 생활로 인해 서울은 점점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송영화작가의 dripping color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송영화작가의 dripping color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2
 
작가들은 소소갤러리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밤을 보낼 모티프원으로 모였습니다.
 
짐을 풀고 거실에 모였습니다. 맥주 한캔씩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의 제약이 없어진 기회에 저는 중요하거나 사소한 질문이 가능해졌습니다.
 
모티프원에서의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참여작가들
 모티프원에서의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참여작가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전시 제목이 왜 'PARTICIPATION(참여, 관계)'이 아니라 'PARTI-CIPATION'인 건가요?
"나딘 한(Nadine Hahn, 갤러리 하퍼만 큐레이터) | 단어를 나누어 보니 이 전시의 특색이 더 선명해지더군요. 'Part(부분)'로서의 개인 작가들이 모여 '우리'가 되었는데 이 전시는 그 부분을 더 잘 알기 위한 여정인 셈이지요. 또한 이 전시가 Party가 되기를 원하기도 했어요. 이 전시의 중요한 역할은 결국 소통인데 파티는 모두가 섞이는 소통을 대변할 수 있으니까요."
 
- 작가의 중요한 장소를 찾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딘 한 | 그 작가의 예술적 입장을 이해하는데 장소성은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이 전시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작가들의 작품에 점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지인 작가의 장소에서 그 작가의 안내를 받아 여행을 하고 오늘 밤처럼 마음의 장막이 없이 솔직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전시의 큰 차별이자 장점이지요."
 
갤러리하퍼만의 큐레이터, 나딘 한(왼쪽)
 갤러리하퍼만의 큐레이터, 나딘 한(왼쪽)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사실 저희들도 외국과의 교류전을 해보면 지속되기가 어렵더군요. 비용 때문에요. PARTI-CIPATION이 이렇듯 여러 나라에서 계속될 수 있는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하퍼만갤러리가 부자인가요?
"하퍼만(갤러리 관장) | 하하하... 전 부자가 아니에요. 전 필름을 전공했는데 작업을 하기보다 컬렉션에 더 흥미가 있었지요. 제가 수집한 작품으로 전시를 하곤 했는데 그것이 하퍼만갤러리가 된 거예요. 2년 전 브라질의 오비도스에서 전시를 할 때였어요. 브라질은 전시의 모든 경비를 갤러리에서 부담하는 전통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 그곳사람들은 제가 항공료를 비롯한 모든 경비를 부담할 큰 부자로 알더군요.

사실 저는 이 전시를 조직하고 주최하면서 작은 전시 인쇄물 정도를 부담할 뿐이고 모든 여행경비는 각 작가의 부담이랍니다. 호스트 작가의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자신의 경험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에 방점이 있는 것이지요. 해서 작가뿐만 아니라 보통은 가족과 친구가 이 전시 여정에 함께 하곤 합니다. 이번에 이곳에 온 작가들은 모두 한국의 첫 방문일뿐만 아니라 아시아 방문조차도 처음인 사람들입니다."
 
PARTI-cipation 展의 태동을 설명하고 있는 갤러리하퍼만의 하퍼만 관장(왼쪽)
 PARTI-cipation 展의 태동을 설명하고 있는 갤러리하퍼만의 하퍼만 관장(왼쪽)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송영화 작가가 이곳 한국을 전시장소로 지명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아시아조차 방문하지 못했겠군요?
"하퍼만 | 그렇지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제 아시아의 이해를 향한 첫걸음이 이루어진 셈이지요."
 
- 모두들 언제 입국하신 거예요?
"가비 레츠 | 모두가 자신들의 형편에 맞추어 입국하고 출국한답니다. 저는 2주 전에 입국했어요. 종로의 고시실을 하나 얻었답니다. 큰길 뒤의 좁은 골목에 있는 곳이에요. 그런데 좁은 골목의 밤길에도 아주 안전하게 느껴지더군요."
 
- 종로는 궁궐과 관청들이 가까이 있었던 곳이라 큰길은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들이 왕래하던 곳이라 당시 서민들은 그들에게 번번이 엎드려 예를 갖추어야했지요. 그것이 귀찮은 일이었으므로 대로를 두고 그 뒷길을 활용했어요. 그래서 그 좁은 길을 피맛골이라고 했답니다. 말을 탄 고관대작을 피하는 길이라는 뜻이지요. 예로부터 서민들의 길이었고 지금은 다양한 맛집들이 있는 곳이지요.
"모니카 | 송영화와 함께 속초와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단풍이 너무나 화려했어요. 단풍과 달리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표정에 변화가 없더군요. 포커페이스와는 좀 다르지만...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즉시 감정을 드러내거든요."
 
PARTI-cipation 서울展 한국 방문뿐만아니라 첫동양방문의 계기가 되었다는 모니카(왼쪽에서 두번째)와 가비 레츠작가(오른쪽)
 PARTI-cipation 서울展 한국 방문뿐만아니라 첫동양방문의 계기가 되었다는 모니카(왼쪽에서 두번째)와 가비 레츠작가(오른쪽)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 정확히 보았네요. 동양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겼지요. 그래서 감정을 절제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은 따뜻하고 친절해요. 그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먼저 말을 거는 거예요. 지금 문밖에 나가면 들리는 한밤의 스피커 소리가 무엇인 줄 아세요?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입니다.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여기는 김정은의 확성기 방송이 들리는 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계신 거에요. 기분들이 어떠세요?
"당신이 얘기하기 전에는 이곳이 이렇게 북한과 가까운지를 몰랐어요. 오늘 밤 편히 잠을 잘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 하하하. 그가 트럼프와 벌이는 모든 행위들이야말로 정교한 행위예술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상인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한국인의 안전을 걸고 벌이는...
"그렇지만 그들의 미사일이 바로 발밑인 이곳에 떨어질 수는 없잖아요. 전쟁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독일이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잖아요."
 
- 독일은 젊은 예술가들이 더 찾고 싶어 하는 자유정신이 충만한 현대미술의 메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현지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하퍼만 | 동의할 수 없어요. 현대미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그 미술의 중심이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퍼만의 얘기가 다시 불씨가 되어 "당신은 공산주의 자인가?"라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현대미술이라는 논쟁은 빈 맥주캔을 더 쌓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중심'이라는 말을 혐오했습니다. 그들은 기꺼이 1년 중 대부분의 휴가를 모으고 생활비를 쪼개어 'PARTI-cipation'의 'part'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달려와 밤을 지세우고 있었습니다.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소소갤러리
 PARTI-cipation Ⅵ 2017 Seoul 전, 소소갤러리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기간 | 2017년 10월 20일 _ 10월 29일
●장소 | 갤러리 소소
●참여 작가
Chung, Seung Un 정승운
Marianne Eigenheer
Han, Soo-Jung 한수정
Kim, Hyung Gwan 김형관
Monika Linhard
Carlos Matter
Gabi Rets
Young W. Song 송영화

●일련의 기획전인 PARTI-cipation은 독일, 비스바덴 소재의 갤러리 카퍼만 (Hafemann) 소속 작가 중 한 명이 자신의 이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선정하여 매년 열리고 있다. 새로운 장소성과 서로 다른 예술적 입장들은 심도 있는 다이얼로그를 통하여 결과물로서의 작업과 전시 및 소통 방식을 결정하는 전제조건으로, 매회 전시마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다. 2017년은 작가 송영 화가 그의 고향인 서울로 선정하였다. 갤러리 소소와 공동 기획으로 이루어지는 올해 전시는 그를 포함한 하퍼만갤러리 소속 작가 5인과 3인의 현지 작가들과의 또 한 번의 특별한 교류전이 되었다.

Chung Seung Un, SL 170106
 Chung Seung Un, SL 170106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Marianne Eigenheer, from the series 'A Legacy'
 Marianne Eigenheer, from the series 'A Legacy'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Han, Soo-Jung, Peony
 Han, Soo-Jung, Peony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Kim, Hyung Gwan, LINEHOUSE
 Kim, Hyung Gwan, LINEHOUSE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Monika Linhard , 하동군민신문
 Monika Linhard , 하동군민신문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Gabi Rets, suitables
 Gabi Rets, suitables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독일 갤러리하퍼만의 PARTI-CIPATI, #갤러리하퍼만, #갤러리소소, #송영화, #GOTTFRIED HAFEMANN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