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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우리는 '인생'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사용하여 '인생 경기' '인생 책' '인생 음식' 등 다양한 단어를 만들어 의미를 강조한다. 최근 치러진 롯데와 엔씨 두 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인생 경기'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굉장히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들이 깜짝 슈퍼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만약 '인생 문장'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어떤 문장을 떠올리게 될까?

현재 나에게도 '인생 문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장이 두 문장 정도가 있다. 그중 한 문장은 "사람은 마음 하나로 하늘을 날 수 있어"라는 문장이고, 또 다른 한 문장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있다. 하지만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라는 문장이다. 이 두 문장은 모두 일본 영화에서 만났다. 이 두 두 문장은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관련되어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역사적 한 획을 그은 이승엽 선수도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자신을 다잡았다.

어떤 이는 그래 봤자 겨우 '한 문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한 문장'이 가진 힘은 한 사람이 힘든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살면서 한 문장 정도는 '인생 문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새겨둘 만하다. 만약 아직 인생 문장이 없다면 지금부터 자신의 '인생 문장'을 찾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이번에 읽은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라는 책은 자저가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다가 젊었을 때 적은 '명언집'이라는 공책을 읽으면서 새로이 감상을 추가하기 시작해 만든 책이다. 19살~ 20살 정도에 적은 명언집에 새로운 문구를 더하고 그에 대한 가벼운 생각을 덧붙이며 이 명언집을 완성한 글이다.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책의 본문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문장은 "네가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느라 네가 가진 것마저 망치지 마라. 기억하라. 지금 가진 것도 한때는 네가 꿈꾸기만 하던 것임을. (에피쿠로스, 그리스 철학자, 쾌락주의자)"라는 문장이다. 처음부터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더퀘스트 출판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더퀘스트 출판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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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이 문장은 낡은 명언집에 맨 처음 수록한 구절이라고 말한다. 19살 정도의 시기에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의 말을 적은 것은 분명히 무언가를 심히 갈구하는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20대에 걸쳐 있는 나 또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확 느껴지는 게 있었다.

20대는 사실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살기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갈구하는 시기다. 조금 더 좋은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조금 더 주변 사람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 수 있는 명품 옷과 이성 친구를 가지고자 한다. 일종의 완벽주의를 끝없이 추구하는 굴레에 빠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20대에 품은 욕심과 달리 현실은 우리에게 너무나 초라함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싶은 욕심을 내기 전에 이미 차를 사거나 유지비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오늘을 살지 못한다. 오늘을 내일을 위한 준비만 하면서 사는 거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 새롭게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은 뭘까?'는 내 삶을 오랫동안 지배했다. 어렸을 때는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좀 더 큰 다음에 대학을 졸업하면 내 삶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했다. 계속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 충만한 삶을 살지 못했다.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언제나 살아갈 준비를 할 뿐, 정작 삶을 살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지금은 너무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후회하느라 시간을 쓰는 것 또한 바로 내 앞에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에 딱 좋은 행동 아닌가. 게다가 내 나이와 지극히 세속적인 내 세계관에 따르면, 이다음에 올 것이 뭔지는 뻔하지 않은가. (본문 20)

시간이 흘러 저자는 현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은 아직도 저자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내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다음은 뭘까?'를 생각하며 써버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지금을 살고자 하고 있다. 과거의 완벽주의는 현재를 살지 못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었다.

물론, 완벽해서 나쁜 것은 없다. 모자란 것보다 완벽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우리는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완벽'이라는 것을 위해서 지금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바로 '지금'을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이었다.

한때 페이스북을 통해서 스타 반열에 오른 롱보드 여신 고효주씨 또한 직장에 다니면서 살아갈 준비를 하는 대신에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서 "비록 전처럼 수입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나 자신을 위한 일을 하기 때문에 성취감도 크고 행복합니다"라고 전했다.

고효주씨는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읽은 것이 아니다. 2014년 사내 수업 중에서 꿈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 당시 선생님이 "왜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 하나, 늦지 않았다. 나도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 퇴사를 고민하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직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어느 정도 미모가 뛰어난 데다가 자본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녀가 삶을 살기 위해서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처럼 즐겁게 삶을 살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무조건 하고 싶은 건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하나의 가치관이 삶을 바꿀 수 있는 법이다.

책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사는 데에 정답이 없다는 걸 말하고, 여든이 다 되어 되돌아본 젊었을 적의 명언집에 세월만큼 쌓인 삶의 지혜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무척 인상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다면 그것은 삶이 아니다"라는 말로 삶의 의미란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건 내가 사는 의미를 '나'가 아니라 '남'에게 두고 있다는 게 아닐까?

오늘 당신은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의 삶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일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월요일이 되면 무정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나를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는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를 통해 그때그때 나를 일으켜 세운 문장 39가지를 읽으면서 저자와 함께 내 삶의 문장은 무엇이 있었는지 고민해보자. 그리고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만화, 책 어느 장르라도 좋으니 나만의 인생 문장을 하나 정도는 스마트폰에라도 적어서 매일 되뇌어 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 한 문장으로 우리 인생은 아주 살짝 궤도를 틀어 놀라운 곳에 도달할지도 모르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 그때그때 나를 일으켜 세운 문장들 39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현철 옮김, 더퀘스트(2017)


태그:#사는 데 정답이 어딨어, #인생 문장, #책 서평,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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