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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 구미시장이 지난 3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박정희 대통령 영전 앞에 드리는 글'을 읽고 있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지난 3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박정희 대통령 영전 앞에 드리는 글'을 읽고 있다.
ⓒ 구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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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등 성역화에 앞장서왔던 남유진 구미시장이 추석을 앞둔 지난 3일 "좌파들과의 이념전쟁의 최전선에 나서도록 하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밝혔다. 하지만 구미시민단체들은 남 시장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박정희 우상화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남 시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관에서 직접 읽은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박정희 대통령 영전 앞에 드리는 말씀'을 통해 "60, 70년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선호하는 내부지향적인 경제모델을 탈피하고 과감히 외부지향적, 수출지향적 성장을 채택했다"면서 "오늘날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박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남 시장은 그러면서 "미국은 최근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을 싣고 한국의 기적적 고도성장의 비결을 가르친다고 한다"며 "세계가 칭송하는 새마을운동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외면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새마을 깃발도 내린다고 한다. 자기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 어리석음은 어떻게 하느냐"며 "요즈음 일부 젊은 세대들 중에는 님을 독재자로만 인식하고 있다. 신세대들의 진보적 성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잣대로 생존이 먼저였던 산업화시대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 시장은 또 "지금의 민주주의는 민주화세력 자체보다 민주주의의 토양인 경제건설을 위하여 피땀 흘려 일한 산업역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부모세대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좌초 직전의 난파선처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 시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정신과 대통령님의 근대화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계획을 취소했다. 전직 대통령의 기념우표 한 장 못 만드는 나라가 자유민주국가냐"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대구경북인을 중심으로 보수우파의 전열을 가다듬고 좌파들과의 이념전쟁의 최전선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남 시장은 오는 12월 말 구미시장 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 지지 못 받는 사업에 200억 쏟는다니"
 
남유진 구미시장이 지난 3일 박정희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박정희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읽고 있는 모습.
 남유진 구미시장이 지난 3일 박정희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박정희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읽고 있는 모습.
ⓒ 구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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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 시장은 매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를 지내고 11월 14일에는 탄신제를 지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11월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으로 하늘이 내렸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 시장은 구미시 장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에 새마을 테마공원을 곧 준공하고 오는 10월에는 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유물전시관' 착공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구미시민들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미시가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한 달간 구미시민을 대상으로 '민선 6기 10대 역점시책 중 가장 우선 투자해야 할 부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운동, 조국근대화 유산 재조명'은 5.8%로 7위에 그쳤다.

구미시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역점사업은 구미공단 재창조와 창조경제 선도로, 23.2%를 기록했다. 행복일자리 8만 개 창출과 서민경제 실현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쾌적한 녹색도시 조성, 시민중심의 안심특별시 조성을 들었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내세우며 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하자 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참여연대는 10일 성명을 통해 "연말에 사퇴할 시장이 200억 박정희 유물 전시관 건립이라니"라며 "박정희 기념물 운영비 75~85억 원은 구미시 재정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해결을 촉구했다.

구미참여연대가 박정희 유물관 건립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
 구미참여연대가 박정희 유물관 건립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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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참여연대는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업에 2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남유진 시장의 개인적 사욕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정당의 도지사 후보 자리를 얻기 위한 정치적 행보에 시민들의 혈세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구미참여연대는 이어 "조만간 완공될 새마을 테마공원은 한해 운영비가 최소 40억에서 50억에 이를 것이라는 용역 결과가 최근 나왔다"면서 "거기에 생가와 민족중흥관, 유물전시관까지 더하면 한 해 운영비만 75억에서 85억 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박정희 우상화를 위해 시민혈세를 낭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구미참여연대는 "10월부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유물전시관 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시민 서명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 사업의 부당함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남유진, #박정희, #경북도지사, #구미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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