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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의 위엄. 수직으로 깎아자른 듯한 적벽이 호수에 반영돼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화순적벽의 위엄. 수직으로 깎아자른 듯한 적벽이 호수에 반영돼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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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경(仙境)이었다. 가을 빛깔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적벽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었다. 호수의 에메랄드빛 물이 옹성산을 넘어온 산들바람에 일렁이는 모습도 수줍어 보였다.

억새를 화사하게 비추는 한낮의 가을 햇살도 감미롭다. 그 호수에 거룻배 한 척 띄우면 금상첨화겠다. 김삿갓의 풍류가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9월 30일 화순적벽에서다.

노루목적벽을 보러가는 길에서 본 동복호.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는 귀한 풍경이다.
 노루목적벽을 보러가는 길에서 본 동복호.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는 귀한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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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 지난 9월 30일 적벽문화축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힐링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한 여행객들이다.
 화순적벽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 지난 9월 30일 적벽문화축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힐링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한 여행객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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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년 만에 화순적벽을 다시 찾았다. 화순적벽은 적벽문화축제가 열리는 날, 일반인에 문턱 없이 개방된다.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리는 힐링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이 날만은 하루 종일 적벽에 머무는 것도 허용된다.

화순적벽은 평소 일주일에 세 번, 수요일과 토·일요일.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한 버스투어 이용객에게만 개방된다. 버스를 타고 들어가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버스로 나와야 한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귀한 풍경이다.

전망대에서 본 화순적벽. 옹성산이 품은 노루목적벽이다. 그 앞에 작은 적벽이 보산적벽이다.
 전망대에서 본 화순적벽. 옹성산이 품은 노루목적벽이다. 그 앞에 작은 적벽이 보산적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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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으로 가는 길. 지난 9월 30일 힐링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임도를 따라 화순적벽을 보러가고 있다.
 화순적벽으로 가는 길. 지난 9월 30일 힐링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임도를 따라 화순적벽을 보러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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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을 팔아서 만나는 화순적벽은 달랐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감회가 남다르다. 설렘도 배가된다. 마음이 급할 것도 없다. 시간도 넉넉하다. 힐링 건강 걷기 행사와 상관없이 숲길에서 하늘거리는 것으로도 좋다.

숲길에서 부산한 건 다람쥐뿐이다. 길섶에 피어난 억새와 수크령, 구절초가 환하게 맞아준다. 평소 드나들던 길은 물론, 가보지 않았던 숲길을 따라 솔방솔방 걷다가 탁 트인 조망지점도 찾았다.

망미정에서 송석정으로 가는 숲길의 호반이다. 효자비 아래, 호숫가 암반에서 보는 적벽의 풍광이 압권이다. 옹성산이 품은 적벽을 아무런 장애물 없이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관리선을 타고 물 위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깨끗하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모습을 드러낸 노루목적벽. 망미정과 송석정 사이, 효자비 부근 호숫가 암반에서 본 풍경이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모습을 드러낸 노루목적벽. 망미정과 송석정 사이, 효자비 부근 호숫가 암반에서 본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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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만난 효자비. 망미정에서 송석정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솔방솔방 걷다가 만난 비석이다.
 숲길에서 만난 효자비. 망미정에서 송석정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솔방솔방 걷다가 만난 비석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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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이는 노루목적벽의 자태가 거침없었다. 맑고 깨끗한 물에 비치는 적벽의 그림자까지도 그림이었다. 언제라도, 누구라도 반할만한 매혹적인 풍광이었다. 장애물 없는 첫 만남, 횡재였다.

석천 임억령(1496∼1568)의 얘기처럼 '적벽동천(赤壁洞天)'이다. 적벽이 신선의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적벽의 절경을 보며 한을 달랜 정암 조광조(1482∼1519)도 떠올랐다. 정암은 기묘사화로 화순 능주에 유배됐다가 사약을 받았다. 적벽의 장관에 흠뻑 취해 오래 머문 방랑시인 난고 김병연(1807∼1863)도 있다. 난고는 화순에서 오랜 방랑생활을 마감했다.

옹성산이 품은 노루목적벽 풍경. 호수에 비친 적벽과 하늘 풍광까지도 매혹적이다.
 옹성산이 품은 노루목적벽 풍경. 호수에 비친 적벽과 하늘 풍광까지도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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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적벽 아래에서의 뱃놀이. 적벽문화축제에서 전시된 옛 사진이다.
 노루목적벽 아래에서의 뱃놀이. 적벽문화축제에서 전시된 옛 사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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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은 노루목적벽이 대표한다. 산의 형세가 노루의 목을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산길에 노루가 많이 다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자로는 '장항적벽', 망미정 앞에 있었다고 '망미적벽'으로도 불린다.

노루목적벽은 하늘과 호수 사이에 펼쳐진 아담한 병풍 같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가 거꾸로 서있는 모양새다. 백아산에서 발원한 동복천이 항아리 모양의 옹성산을 휘돌아 나오면서 이룬 절경이다.

높이가 본디 100m 쯤 된다. 절벽에서 폭포가 쏟아지며 위용을 뽐냈다. 절벽 아래로는 물이 흘렀다. 모래밭이고 자갈밭이어서 으뜸 물놀이 터였다. 삿대를 저어 가는 나룻배도 떠 다녔다. 그 배를 타고 뱃놀이를 즐겼다.

노루목적벽 아래에서의 뱃놀이. 적벽문화축제에서 전시된 옛 사진이다.
 노루목적벽 아래에서의 뱃놀이. 적벽문화축제에서 전시된 옛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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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미정 앞에서 본 노루목적벽. 적벽 버스투어에 참가하는 여행객들이 만나는 풍경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순적벽의 조망 포인트다.
 망미정 앞에서 본 노루목적벽. 적벽 버스투어에 참가하는 여행객들이 만나는 풍경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순적벽의 조망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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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댐이 만들어지면서 노루목적벽의 운명도 바뀌었다. 절반 이상 물에 잠기고 댐 안에 갇혀버렸다. 댐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1984년엔 일반인의 출입마저 통제됐다. 정적만이 흐르는 적벽이었다.

노루목적벽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2014년 10월이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화순군이 상생 발전을 위해 개방에 합의하면서다. 30년 동안 기다렸던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건 당연했다.

수몰지역 주민들의 설움을 달래주는 망향탑. 탑을 둘러싸고 수몰된 15개 마을의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수몰지역 주민들의 설움을 달래주는 망향탑. 탑을 둘러싸고 수몰된 15개 마을의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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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정과 옹성산 풍경. 송석정은 광산 김씨 석정처사 김한명이 처음 지었다. 동복호 안에 자리하고 있다.
 송석정과 옹성산 풍경. 송석정은 광산 김씨 석정처사 김한명이 처음 지었다. 동복호 안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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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적벽 앞에서 망향정을 품고 있는 작은 적벽이 보산적벽이다. 보산적벽 위에 자리한 망향정(望鄕亭)은 수몰민들의 설움을 달래주는 쉼터다. 수몰된 15개 마을의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정든 고향을 떠난 주민은 창랑, 월평 등 15개 마을 5000여 명에 이른다.

망향정에서 대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망미정(望美亭)이다. 병자호란 때 의병장이었던 정지준이 지었다. 당초 노루목적벽 밑에 있었으나 물에 잠기면서 옮겨졌다. 광산 김씨 석정처사 김한명이 지은 송석정의 풍치도 아름답다.

억새와 어우러진 옹성산과 동복호 풍경. 송석정 옆 호숫가 암반에서 본 모습이다.
 억새와 어우러진 옹성산과 동복호 풍경. 송석정 옆 호숫가 암반에서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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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순적벽, #노루목적벽, #장항적벽, #적벽문화축제, #적벽버스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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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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