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락기 시집 <황홀한 적막>
 김락기 시집 <황홀한 적막>
ⓒ 청색시대

관련사진보기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장자(莊子)철학'의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일체의 인위적인 것들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인간과 사물이 생겨나온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순정하고 담담한 태도.

등단 이후 시종여일하게 시조와 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문학적 이력을 쌓아온 김락기의 시집 <황홀한 적막>에선 바로 이 '장자'와 '무위자연'의 향기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더없이 담백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았음에도 품격이 느껴진다. 예컨대 이런 노래다.

아름다운 것은 그대로 두어라
가까이 하려 하지 마라
여름 밤하늘 그토록 빛나며 사라지는 별똥별도
가까이 하면 비수가 되어 꽂히는 운석파편일 뿐.
- 위의 책 중 '운석비'(隕石雨) 일부.

아름다움은 굳이 제 곁에 두려 애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법. 이 짤막한 몇 줄의 문장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레 알게 된다. 김락기 시인은 한 걸음 물러서서 세상사를 해석하는 관조의 태도를 이미 체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락기가 자신의 문학을 통해 보여주는 '무위자연'의 향취는 시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내가 읽은 백미(白眉)는 '구름 섬 인생'이다.

세상은 또한 사람 섬으로 넘쳐나고
사람은 오만가지 생각 섬을 만들며 살아간다
만들어지고 부서지며 떠도는 그대, 낭인이여
이 세상 누군들 구름 섬 아닌 자 있으랴
생멸하는 구름 섬을 저 아니라 할 수 있으랴.

시인에게 포착된 '인간의 삶'이란 외따로 떨어져 서러운 섬과 같은 것. 슬프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김락기는 단 5행의 시어(詩語)로 이 부정하기 힘든 생의 진실을 간파해내고 있다. 높은 시적 경지라 부르지 않기 힘들다.

"시를 통해 제유적 세계인식과 동양미학 보여줘"

계간 <시조문학>과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락기 시인은 <삼라만상> <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 <독수리는 큰 나래를 쉬이 펴지 않는다> <고착의 자유이동> 등의 책을 썼다.

한편, 시집 <황홀한 적막>을 접한 서울과학기술대 최서림 교수(시인)는 "김락기의 시는 단순·소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배워서 터득된 기교가 아닌 절박함의 기교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적 적막"을 김 시인의 특장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최 교수는 김락기의 몇몇 작품을 지목해 "부분과 전체의 조화와 질서가 이상적인 형태를 갖춘 제유적 세계인식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상찬의 말을 전했다.

내 생각 또한 그렇다. 장자가 말한바 '무위자연'과 '동양미학'의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좋은기사 후원하고 응원글 남겨주세요!

좋은기사 원고료주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더보기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7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