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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0월 1일, 중국 국경절·열사기념일 연휴 당시 천안문 광장의 모습.
 지난 2016년 10월 1일, 중국 국경절·열사기념일 연휴 당시 천안문 광장의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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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 있으면 추석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추석 연휴 기간이 길어서,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한동안 못 만났던 친척을 만나고 차례를 지내겠지요. 제가 생활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친척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합니다.

한국과 다른 게 있다면, 한국 사람은 추석에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차례를 지내는데, 중국사람 대부분은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지 않습니다. '차례'란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에 조상에게 간단히 제사를 지내는 행사입니다. 중국사람은 설날 명절에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지만, 추석 명절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10월 1일은 국경절입니다. 국경절이란 현재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나라를 세운 날입니다. 중국에서 국경절은 공휴일인데, 이 국경절 법정 공휴일 기간이 무려 7일이나 됩니다. 그런데 추석(음력 8월 15일)이 국경절(양력 10월 1일) 연휴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사람은 국경절 연휴 기간에 고향에 간다고 하지, 추석 연휴 기간에 고향에 간다고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매년 이런 상황이 반복돼 중국에서는 추석이라는 명절의 의미가 한국과는 같지 않은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설날과 추석에 친척들이 고향에 모여 아침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데, 여성들이 제사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온종일 고생하지요. 이곳 중국에서는 설날에만 조상에 차례를 지내는데, 한국과는 다르게 제사 음식이 격식에 맞춰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그냥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이렇게 만든 음식 중에서 조금 덜어 제사상에 올리는 것으로 제사 준비를 마칩니다.

더군다나 음식을 만드는 일을 남성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중국에서는 명절 기간 여성들이 음식 준비하는 일로 고생하지는 않습니다(중국사람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이전 기사 '공자가 조상에게 제사 지내라고 한 이유'를 참고해 주십시오).

'요리는 대부분 남성이'... 이것이 대륙의 공식

중국땅에서 '요리는 남성'이라는 공식은 상당히 보편적이다.
 중국땅에서 '요리는 남성'이라는 공식은 상당히 보편적이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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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남성들이 음식을 만드는 일을 맡습니다. 미혼 여성들이 말하는 결혼 조건 중에는 남성들의 요리 솜씨도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넓고 인구가 많다 보니, 지역에 따라 풍습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생활하고 있는 중국 산동성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남성이 음식을 만듭니다. 참고로 이곳 산동성은 공자와 맹자가 태어나고 생활했던 곳으로, 중국에서 유교를 가장 중요시하는 지역입니다.

제가 중국 친구 초대를 받아 중국 친구의 집을 방문하면, 어떤 때는 남성이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어떤 때는 여성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집에서 누가 음식을 준비하는지 궁금했던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중국 대학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그래서 자기 집이 대학교 바로 옆에 있는 학생이라도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매일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중국 대학생에게 고향에 가면 '엄마 밥'을 먹고 싶은지, '아빠 밥'을 먹고 싶은지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학생 중 80%가 아빠가 만든 밥을, 나머지 20%가 엄마가 만든 밥을 먹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중국 남성들 대부분이 집에서 음식을 만든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같습니다.

물론 남편이 바빠서 음식을 만들 시간이 없으면 아내가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맞벌이하는 부부들은 저녁에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음식을 만듭니다. 하지만 대부분 경우 퇴근 후에 여성은 아이를 돌보고 남성은 음식을 만든답니다.

중국에서 음식은 꼭 남성이 만들어야 한다거나 아니면 꼭 여성이 만들어야 한다고 정해진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남성이 어떤 때는 여성이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사람은 어떤 일은 남성이 해야 하고 어떤 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고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렇게 남녀가 평등하다는 사실은 단순히 가정에서 누가 밥을 만드느냐 하는 일을 넘어서 모든 일에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통용되는 인식들

중국 여성의 삶은 한국 여성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중국 여성의 삶은 한국 여성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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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노동이 필요한 일에도 남녀가 평등합니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남성에게 국방의 의무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군대에 가야 하지만, 중국에는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이기 때문에 남성 모두가 군대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성도 군인이 되고 싶으면 군대에 지원해 군인 생활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군대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남녀 모두에 국방의 의무가 없습니다. 대신 중국 대학생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군사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대학교에 따라 다른데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동안 군사훈련을 합니다. 그런데 이때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군사훈련 과정이 남학생, 여학생 모두에게 같습니다.

그러니까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하여 별도의 군사훈련 과정을 실시하는 게 아니라, 여학생도 남학생과 같이 똑같은 내용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여학생에게 '남학생과 똑같이 훈련하면 육체적으로 어렵지 않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합니다. '남녀가 평등하기 때문에, 남성이 하는 일은 당연히 여성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녀가 육체적으로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녀의 육체적 차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한국 근로기준법 제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회사의 규모와 사정에 따라 여성 근로자가 법적으로 보장된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여성 근로자를 위한 생리휴가가 없습니다. 여성 근로자가 '생리'를 사유로 쉬려면, 자신의 월차나 병가를 사용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경제적 의무를 수행합니다. 중국에서 대부분 여성은 근로자로 일을 하고 남녀 모두 만 65세까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2017년 중국 퇴직연령규정).

그래서 여성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근로자로 일하는 여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여성이 자아 성취와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려고 직장에서 일한다면, 중국 여성은 자신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반드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중국사람은 여성과 남성 모두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으로만 남녀가 평등하다고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남녀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태그:#추석, #중국생활, #중국문화, #중국사람, #남녀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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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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