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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으로서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겁니다."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부관장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21일 오전 9시, 어깨에 손가방을 멘 김 부관장은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과 베트남인들에게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베트남 여성들에게 사죄드린다'는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아래 정대협)는 여성·인권 단체와 손을 맞잡고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여성들에게 가한 폭력을 사죄하는 1인 릴레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릴레이 운동은 지난 13일부터 시작했고, 종로구 삼청동 베트남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다.

정대협 소속 김 부관장은 "한국이 베트남전에서 가해국이었다는 게 사람들 사이에서 잊힌 것 같아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사죄를 통해 전시에 여성이 당한 성폭력 문제를 베트남과 함께 연대할 기틀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성 피해 사실 발굴에 적극 나서야"

 1인 릴레이 운동에 나선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부관장
 1인 릴레이 운동에 나선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부관장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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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50분께 베트남대사관에 도착한 김 부관장은 김복동, 길원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말이 담긴 한국어·베트남어 팻말을 안고 섰다. 수요집회에 매주 참석하는 두 할머니는 "피해자로 20여 년이 넘게 (일본과) 싸워오고 있는데 우리와 같은 피해를 한국군에게 입은 베트남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지난 2012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당시 '전쟁 상황에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뜻에 따라 나비기금을 조성했다. 시민들의 기부로 모여진 이 기금은 베트남 푸옌성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다.

2015년 6월 24일 김복동 할머니는 1184차 수요시위에서 전 재산 5천만 원을 나비기금에 기부하기도 했다. 김 부관장은 나비기금 조성과 피해 사실 발굴에 호응을 당부했다.

"베트남 성폭력 피해자 20~30여 분에게 매달 5만 원씩 지원해드리고 있는데요. 지원 규모를 넓히고 싶어도 피해 여성들이 용기있게 말할 상황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 못 하세요. 정대협의 힘만으로 피해 여성을 찾아 지원하기가 어려워요."

"피해자들 인권이 회복될 때까지, 반복 사죄"

 1인 릴레이 운동에 나선 한미정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
 1인 릴레이 운동에 나선 한미정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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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30분이 되자 한미경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 팻말을 들었다. 이날 릴레이 운동을 위해 화성에서 2시간을 걸려 온 한 대표는 "전시에 성폭력이 일어난 건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다. 사과를 제대로 안 하는 일본처럼 되지 말자는 마음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팻말로 시선을 옮겼다. 김 부관장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팻말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베트남 피해자들의 인권이 회복될 때까지, 반복 사죄할 것"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전해줬다.

베트남대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베트남인이 정문에 출입하면서 김 부관장과 한 대표에게 목인사를 하기도 했다. 비자를 발급하러 대사관에 왔다가 릴레이 운동을 지켜본 서창원(50, 남)씨는 "운동에 많은 부분을 공감한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에겐 여러 가지를 요구하지만 정작 베트남이 당한 피해엔 미흡한 대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9시 23분, 영사 업무가 시작되는 30분을 앞두고 베트남인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한 대표는 자세를 고쳐 팻말의 위치를 대로변에서 정문으로 돌려세웠다. 유인물을 건네받은 베트남인 반한(32, 남)씨는 "아마 베트남인들이 이 광경을 보면 한국인에 좋은 감정이 생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릴레이 운동, 오는 10월 31일까지 지속

 영사 업무 시작을 앞두고 대기하는 베트남인들 앞에서 한 대표가 푯말을 세워보이고 있다.
 영사 업무 시작을 앞두고 대기하는 베트남인들 앞에서 한 대표가 푯말을 세워보이고 있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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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 와잉(23, 여)씨는 "나이가 어려 전쟁 기간에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정확히 몰라 저희들이야 용서할 수 있는데, 어른 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이날 운동을 카메라로 담은 이와인(41, 남)씨는 "한국 국제 정치가 아시아에서 한일간에 집중된 반면, 피해 사실 논의를 비롯해서 베트남과의 교류와 협력은 확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한 대표는 팻말을 걷었다. 대사관 직원의 출근 시간과 영사 업무가 오전에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 8시에서 30분간은 정대협 실무자가, 8시 30분부터는 정대협과 연대에 나선 단체가 9시 30분까지 릴레이 운동에 동참한다.

1인 릴레이 운동은 평화의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김운성씨 부부, 한베평화재단도 동참한 가운데 평일에 한해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11월 2일부터는 '나비 평화기행'이 6박 7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한국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베트남 지역 일대를 탐방하는 내용이다. 신청은 02-392-5252와 war_women@hanmail.net을 통해 받고 있으며 22일 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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