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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 주민토론회 자리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진 속 장애인 학부모와 함께 울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강서 특수학교가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송영옥씨의 기고글을 싣습니다. 송씨는 지적장애 2급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편집자말]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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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부모이고 저도 부모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학교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세우는 문제로 열린 주민 토론회 자리에서 장애 자녀를 둔 어느 어머니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절절합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너나없이 죄인이 되어 울먹였고 진심을 다 해 호소했습니다. 무릎을 꿇은 어머니에게 "쇼하지 말라"고 외쳐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함께 울었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다가 한없이 가라앉기를 반복했습니다. 이일은 서울 강서구의 이야기 같지만 지금 여기, 강원도 동해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루 두세 시간씩 버스 타는 동해·삼척 장애 학생들

제 딸은 지적장애 2급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3이 된 지금까지 일반 학교 특수학급을 다닙니다. 달리 도움반이라고 합니다. 딸처럼 도움반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입니다.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서 몸까지 아픕니다. 학교에서고 동네에서고 앞에서 생글거리다가도 돌아서서 '바보'라고 홀대하고 따돌리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 딸은 그렇게라도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제 주변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 중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 두세 시간씩 버스를 타야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동해시에는 특수학교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해와 삼척 지역 특수교육대상자는 300명쯤 됩니다. 동해시에 194명, 삼척시에 100명이라고 합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동해시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태백으로, 강릉으로 하루 두세 시간이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 동해에서 41명, 삼척 22명에 이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우리 아이처럼 일반 학교 도움반(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기도 하지만 아예 교육받기를 포기한 아이도 많습니다.

통학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일반학교 도움반에서는 공부할 수 없을 만큼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들입니다. 몸이 성한 사람도 서너 시간씩 버스에 시달리면 녹초가 되는데, 몸도 마음도 불편한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비 오는 날 누가 우산을 씌워주지 않으면 비를 그대로 줄줄 맞는 아이들입니다.

특수학교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고요?

강원도교육청에서 2014년부터 동해에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거기에 드는 예산 264억 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제 금방이라도 특수학교가 생기나 하고 마음이 들뜨고 손뼉을 짝짝짝 쳤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특수학교가 들어설 지역 주민들 반대에 밀려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동해에 특수학교를 짓는 데는 찬성하지만, 우리 동네만은 안 된다고들 합니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장애인 마을이 될 것이라느니 지역이 더욱 낙후되고 말 것이라는 억지스러운 주장들이 넘쳐납니다.

왜 우리한테 이러냐고 주민들이 억울해하는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쓰레기처리장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도 아닙니다. 그냥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입니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리도 하는 모양인데 그 말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실제로 부산대 교육발전연구소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학교 주변 부동산 가격 변화를 조사해 보니 특수학교 인접 지역 땅값은 연평균 4.34% 올랐지만, 특수학교에서 떨어진 지역에서는 4.29%가 올랐다고 합니다.

끝내 특수학교가 들어서지 못했을 때도 생각해 봅니다. 집값은 올랐을지 어쨌는지 몰라도 주민 반대로 특수학교가 들어서지 못한 인심 사나운 곳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거꾸로 장애학생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고, 지역주민과 어울려 잘 사는 동네로 소문이 난다면 어떨까요.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한번 상상해 본다면

대한민국 장애인은 2016년 기준으로 252만 명. 스물 가운데 하나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인 경우는 열에 하나밖에 안됩니다. 나머지 아홉은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입니다. 이 말은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갑작스러운 사고로 여러분의 자녀가 장애인이 될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열에 여섯 정도만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나머지 넷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가정에서 가족들이 돌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일반 학교에 보낸다 해도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동떨어진 도움반에서 학창 시절을 다 보냅니다. 언어, 놀이, 운동, 물리 치료같이 받아야 할 치료는 끝도 없지만 그게 모두 부모의 몫이 되고 가족의 짐이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학교고 교육이고 훈련이고 다 포기하고 맙니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올해 4월 기준으로 9만 명쯤 된다고 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겨우 2만6000명 정도입니다. 학교 가고 싶은 아이가 어떤 아이든 힘들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수십 번, 아니 수만 번도 더 무릎을 꿇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이고 이 땅에 살아갈 어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동해 특수학교에도 많은 관심을

계획대로 설계가 끝나고 공사를 시작해서 2019년 3월 동해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아이들은 힘들지 않고 편하게 학교 다닐 수 있을 것입니다. 동해와 삼척 지역 장애 학생들이 더는 학교 가려고 두세 시간씩 차를 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세상을 뜨는 다음날 자기도 저 세상 가는 게 소원이라고. 그 마음들을 부디 헤아려 동해 특수학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동해가 특수학교 설립에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보태 주십시오.
 
[관련 기사] 장애인 가족, 특수학교를 말하다
장애인 가족인 나, 무릎 꿇지 않을 겁니다


태그:#특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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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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