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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면 보건지소
 화성면 보건지소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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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400여 명의 작은 시골인 충남 청양군 화성면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한 화성면 보건지소가 있다.

기자가 방문한 화성면 보건지소는 자그마한 건물에 한방, 내과 그리고 물리치료 시설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저녁 시간이 되면 영어와 수학 등을 지도하는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밤마다 학교로 출근하는 그 주인공은 화성면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류호연 한의사다. 군 복무를 대신해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인 류호연씨는 퇴근 후 지역 학생들의 학습지도를 위해 전교생이 28명인 인근 중학교로 다시 출근한다. 도시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촌 지역의 현실이 안타까워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있는 것이다.

류씨는 퇴근 후 매주 화·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담과 학창시절을 이야기해주며 학생들을 상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학생들에게는 형·오빠로 통하지만 때로는 친구로 지내기도 한다.

류씨를 만나기 위해 청양군 화성면 보건지소를 찾았을 때 그는 마을 어르신을 진료하고 있었다. 진료실에서 차분한 인상과 똑 부러지는 말로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하는 모습에서 말하지 않아도 그가 한의사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봉사하고 싶어 학교에 먼저 연락... 아이들 보면 피로 사라져"

화성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류호연 한의사
 화성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류호연 한의사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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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공중보건의로 입대했다. 류씨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자신의 연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화성면 보건지소에서 지난 4월부터 근무 중이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원래 좋아한다. 이곳에 근무하면서 봉사할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혹시나 주제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해서 중학교에 먼저 전화를 걸어 교장 선생님에게 수업지도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학교에서 흔쾌히 수용했다.

아이들과 일주일에 두 번 만난다. 학교에서만 만나는 건 아니다. 시골이라는 특성상 방학 때도 보건소에 와서 공부하고 때론 시간이 날 때마다 형, 오빠나 친구처럼 삼겹살도 구워 먹고 영화도 보면서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서먹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아이들이 거리감을 두지 않아서 좋고, 아이들이 잘 따라오고 재밌어해서 즐겁다. 이곳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즐겁게 지내고 싶다. 학교 선생님들도 저를 대견해하고 고마워한다."

이와 관련해 중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학원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포기하는데, 그런 부분을 의사 선생님이 도와주니 너무 고맙다"며 "아이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선생님 또한 아이들을 좋아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낮에는 어르신 환자들을 진료하고 저녁에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류씨는 "피곤한 날도 있지만 학교에 도착해서 아이들만 보면 피로가 풀린다"라고 답했다.

그는 "저녁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아이들의 귀가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다. 가끔 제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이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 '아이들과 가까워졌구나' 싶어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류씨는 "많은 마을주민이 보건지소를 찾는데, 이분들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진료를 해줄 수 있어서 좋다"며 "공중보건의를 마치더라도 향후 몇 년 동안 경제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봉사를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시골에 있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순수하다. 그런 반면에 꿈이 작은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해서도 부족한 면을 보충해줘 꿈을 크게 갖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태그:#화성면보건지소, #한의사, #공중보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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