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고위공무원이 명예퇴직(이하 명퇴) 후 바로 인천학교안전공제회에 취업한 것을 놓고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시교육청에 확인해보니, 시교육청 행정국장을 지내다 지난 6월 30일 명퇴한 A씨는 퇴직 후 하루 만인 7월 1일자로 인천학교안전공제회에 취업해 사무국장을 맡았다.

인천학교안전공제회는 학교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학생·교직원 등이 학교 안전사고로 입은 피해를 보상함으로써 안정된 교육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1년 설립됐다. 2007년 9월에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수법인으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다.

학교는 학교안전공제회에 교직원과 학생 수별로 매달 공제료를 내는데, 공제회는 교직원이나 학생이 안전사고를 당하면 치료비 등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업무를 담당한다.

학교안전공제회는 전국 시ㆍ도교육청별로 존재하는데, 인천에선 2012년에 인천학교안전공제회가 '보상금에 비해 공제료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학교 소방시설을 관리하고 소화기를 판매하는 소방시설관리센터를 운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시교육청 교육공무원 출신을 전관예우처럼 사무국 직원으로 특별채용하고, 관리감독청인 시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 시교육청 행정국장이 명퇴 후 바로 인천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게 논란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 인천지부는 "전형적인 낙하산 밀실 인사이며, 공직사회 부패 방지를 위해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인천 '교피아(=교육마피아)' 구축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2015년에 제정된 '공직자윤리법' 17조에는 '재산등록의무자(=고위관료)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을 제한받게 돼있으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있다.

참학 인천지부는 "시교육청 전 고위관료가 어떻게 명퇴 후 바로 다음날, 자신이 관리ㆍ감독했던 기관에 곧바로 취업했는지, 그리고 시교육청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심사했는지 명백히 밝혀야한다"고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행동강령을 개정해 퇴직 전부터 고위공무원의 취업 심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행동강령 개정으로 교장 또는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2개월 전 퇴직심사신고서를 제출해야하며, 감사담당관은 퇴직예정자가 구직활동 기간에 취업예정업체와 관련한 직무를 회피했는지 여부와 퇴직 전 1년간 관여했던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로 취업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만약 관련이 있는 경우 해당 기관 취업을 자제하게 권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퇴직 2개월 전 퇴직심사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이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강조했던 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관실 담당공무원은 "당사자가 퇴직심사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퇴직심사신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대상인지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라며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나, 취업 제한 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A씨는 7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학교안전공제회가 취업 제한에 해당하는 기관이 아니기에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전국 대부분의 학교안전공제회가 학교현장을 잘 아는 전문성을 가진 교육공무원 출신을 특별채용하고 있고, 인천에서도 2007년 특수법인이 된 후 계속 명퇴한 고위공무원을 채용해온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서 "취업이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새 정부의 (국정)기조상 공개 채용 절차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으면 법 개정 등으로 향후 추진하면 될 것이다"라며 "인천의 '교피아'라는 식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