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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이 진행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소년 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5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11만여 명이 참여했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이 진행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소년 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5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11만여 명이 참여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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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현행 소년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죄를 묻지 않고,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형을 낮춰주도록 한 소년법 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소년범의 경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은 범행 수법이나 이후 가해자들의 태도를 보면, 상황이 가볍지 않다. 중학교 3학년생인 가해자 2명은 한 학년 아래인 또래 여중생을 1시간 반 동안 둔기 등을 이용해 폭행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배포하기까지 했다.

가해 여중생들은 이후 사안이 커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수했지만,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 사진은 삭제한 뒤였다. 증거인멸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경찰은 이들을 한 시간 반 만에 부모에게 인계했다.

이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관은 "성인이라면 당연히 구속 영장을 신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부산 여중생 폭행 가해자, 자수 전에 범행 사진 삭제)

현행 소년법 등은 만 14세 미만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경우에도 양형에 있어 미성년자임을 고려하도록 한다. 설사 사형이나 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하더라도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이었다면 15년 이상을 내릴 수 없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소년 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5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11만 명이 참여했다. 비슷한 내용의 청원 요구 수백 건이 해당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시피하다.

60년 전 국회에서도 논란이었던 소년법 연령
 
2012년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형사책임연령 하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덕인) 논문에 나타난 국가별 형사책임 최저연령 규정.
 2012년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형사책임연령 하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덕인) 논문에 나타난 국가별 형사책임 최저연령 규정.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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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범죄자의 처벌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8년 7월 24일 제정한 소년법에서는 만12세를 하한연령으로 규정했다. 당시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소년범의 연령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고 간 것으로 나타나 있다. 1953년 6월 26일 열린 국회 임시회 정리한 속기록에서 발견한 백남식 의원의 주장은 이러했다.

"지금 범죄에 대한 지능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습니다. 현재 다액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쓰리(소매치기) 관계자는 12살, 13살, 14살이 주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14살로 하면 이 쓰리의 조장이 대단히 많이 될 줄 생각합니다. 그럼으로써 이것을 13세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 의원은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후 지난 2007년 소년범죄의 저연령화와 흉포화에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보호처분 대상자의 연령이 만10세로 낮아졌고, 소년법 적용 상한 연령도 만19세 미만으로 낮아졌다. 이때마다 소년법의 기본 원칙이 반사회성 있는 소년의 건전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존재했다.

미성년 범죄자의 경우,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경찰청이 낸 2016년 경찰범죄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한해 발생한 미성년범은 7만 5757명. 그런데 미성년범죄자 중 50.4% (3만 8173명)가 생활 수준으로는 하류층에 속했다. 상류층인 미성년범죄는 0.8%(601명)에 불과했다.

처벌보다 올바른 성장 도모하는 선진국
 
미국의 소년법원(Youth Court)의 법정 모습. 미국의 일부주와 독일, 영국 등은 소년법원을 운영중이다.
 미국의 소년법원(Youth Court)의 법정 모습. 미국의 일부주와 독일, 영국 등은 소년법원을 운영중이다.
ⓒ Cincyba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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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국가별 형사책임 최저연령 규정을 보면, 최저 연령이 가장 낮은 나이는 만7세이다. 태국,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 32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호주와 영국 등 18개국은 기준이 만10세이고, 룩셈부르크와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18세로 최저연령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국과 같이 만14세를 최저연령으로 정한 나라가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등 40개국으로 가장 많았다.  

선진국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년범죄로 고민을 겪고 있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소년범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해법을 둔다. 한국은 가정법원이 소년범죄를 담당하지만 미국의 일부 주나 독일, 영국 등은 소년법원을 따로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소년범죄 피해자에 중심을 두고 가해자와의 관계 치유를 강조한다. 여기에는 가해 소년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미국 법무부 소년사법 및 범죄예방정책국(OJJDP)은 이를 미국 소년사법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소년범에 대한 한국의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 제37조 (어린이 범죄자 보호), 제39조 (몸과 마음의 회복), 제40조 (공정한 재판과 대우)와 '소년사법행정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등 국제기준을 따를 것을 한국에 권고하기도 했다.

강지명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6월 <공공사회연구>에 발표한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체계적 정비방안' 논문을 통해 "(소년범 관련 법) 집행과정이 형사제재의 성격만을 지녀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반사회성 있는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와의 연계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해야 하며 성장과 발달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태그:#소년법, #부산 여중생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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