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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에 대해 충성심이 있고 경험도 있는 캠프 사람들이 본선 선대위에서 일하지 못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그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소통이 안 되면서 무너졌는데, 국민의당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한 캠프 간부, 보고서 66쪽)

국민의당이 1일 5·9 대통령 선거 패배 원인을 짚은 대선평가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달 말 이미 박주선 당시 비대위원장에 접수됐으나, 곧 있을 전당대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비대위가 공개를 미뤘던 바로 그 보고서다.

당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전문 직접 보기)에는 지난 6월 4일 구성된 대선평가위(이준한 위원장)가 7차례 회의를 비롯해 자체 평가·전문가 토론회·대선평가 설문조사·캠프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분석한 대선 평가 및 패배 원인이 담겼다.

국민의당이 1일 전문을 공개한 대선평가보고서 표지와 목차.
 국민의당이 1일 전문을 공개한 대선평가보고서 표지와 목차.
ⓒ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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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76쪽 분량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평가위는 특히 5·9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대통령)에는 있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현 당대표)에는 없던 점에 주목했다. ①소위 '문빠'와 같은 안철수 열성 지지자('안빠') ②당 조직·의원들의 화력 지원 ③당 후보의 소통·설득력 등 세 가지의 부재가 그것이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보고서는 ▲제1장 머리말(평가 방법·대상·과정) ▲제2장 여론으로 본 19대 대선 ▲제3장 2017년 대선과 후보의 활동 ▲제4장 2017 대선과 당 기능·활동 ▲제5장 2017 대선과 국민의당의 과제(평가·교훈)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편 안 대표는 보고서 공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아직 내용을 못 봤다"며 "다 받아들여서, 우리가 혁신하는 중요한 자료로 삼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문빠'에 버금가는 다수 '안빠' 확보 필요했는데..."

국민의당이 1일 5·9 대통령 선거 패배 원인을 짚은 대선평가보고서를 공개했으나, '반쪽 보고서'라는 비판이 인다. 사진은 지난 5.9일 대선 패배 직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개표상황실에서 패배를 승복하는 모습.
▲ 대선 패배 승복한 안철수 "국민의 선택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국민의당이 1일 5·9 대통령 선거 패배 원인을 짚은 대선평가보고서를 공개했으나, '반쪽 보고서'라는 비판이 인다. 사진은 지난 5.9일 대선 패배 직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개표상황실에서 패배를 승복하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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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위는 후보의 대선 홍보 활동을 평가하며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가 열성 지지층이 없었고, 소위 '안빠(안철수 열성지지자)'가 필요했음에도 존재하는 지지자들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안 후보가 문 후보에 질 수밖에 없던 첫 번째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서는 소위 '문빠'로 불리는 문 후보 지지자 팬덤이 큰 역할을 했음. 반면 안철수 후보(캠프)는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면서 지지자 그룹 관리, 활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물론 지지자 그룹이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전혀 없었음." (보고서 69쪽)

"소위 '문빠'에 버금가는 다수 '안빠'의 확보가 필요했음. SNS에서 밀린 근본 이유는 충성파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충성파가 형성되지 않은 이유는 안철수의 '새 정치'가 뭘 지향하는지 불명확했기 때문… 안 후보 본인도 팬클럽의 중요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보고서 53쪽·71쪽)

평가위는 또 안 후보가 당시 선대위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면서, 문 후보에 비해 총 40여 명의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효과적으로 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일부 의원은 본인이 맡은 보직에 대해 본인이 왜 그 보직을 맡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 선대위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선대위를) 구성하다 보니 인선 과정에 의원도 전혀 알 수가 없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인선 과정은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지 않았나 싶다. 외부 영입도 시간은 걸렸겠지만, 일주일이나 걸렸어야 했는지…."
(경선캠프에 참여한 국회의원, 보고서 64쪽)

"후보가 당·선대위·당원 조직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고, 신뢰 관계가 부족했음. …안 후보는 캠프를 중심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해야 했으나 그러한 의지·역량이 없었고, 이는 선거에서 캠프-선대위의 불협화음, 현역의원들의 적재적소 배치 부재, 의원들의 선거 지원 부족, 당 중진의원들과 후보 메시지의 부조화 등으로 나타남." (보고서 75~76쪽)

안 후보의 '소통 부족'을 꼽은 부분도 뼈아프다.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당내 의원 및 당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탓이다. 평가위는 이러한 후보의 '소통·설득력' 부족도 주요 패인 중 하나로 봤다.

"안 후보가 공약을 변경하면서 당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음. (일례로) 사드에 대해 후보가 입장을 변경하면서 당과 충분한 상의가 없었음. 이에 당이 후보를 위해 당론 변경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빚어졌으며, 후보가 사전에 당에 이해를 구하지 않은 정황이 그대로 언론에 노출돼 당과 선거운동원의 사기도 크게 저하됨." (보고서 53쪽)

"반면 민주당은 선대위 구성 시 소위 '용광로 선대위'를 천명하며 반문 의원의 대표 격인 박영선·이종걸 의원을 (문) 후보가 직접 만나 오랜 시간 설득하고 선대위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함... 선거 결과에서 보듯 민주당은 120명 의원이 총력 선거 지원을 했으나, 국민의당은 40명 소수 의원도 전원 참여할 수 없었음." (보고서 61쪽, 64쪽)

보고서에 '문준용'은 딱 한 번 등장...안철수·박지원이 면담 거부한 이유는

그러나 국민의당 대선평가보고서에는 문 후보 아들로서 지난 대선 당시 당 선대위가 줄기차게 비판했던 '문준용'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해,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한 교훈을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준용 취업특혜 관련 정보도 공명선거추진단 측에서 대변인실과 상관없이 발표했다"는 식이다.

평가위는 다만 "선대위 검증능력의 부재- 이유미 제보조작 사건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공당의 제보 검증 능력이 상당히 취약했다(171쪽)"며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용주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이 문준용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권양숙 아름다운 봉하재단 이사장(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거론했다가 10여 일 만에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 등 당시 선대위의 '헛발질'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이용주 "'권양숙 친척' 부분 사과드린다").

평가위는 그러나 보고서에서 '문준용'을 딱 한번 언급했고, 이용주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이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권양숙 아름다운 봉하재단 이사장(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거론했다가 10여 일 만에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4월24일 당사에서 관련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는 이 단장의 모습.
 평가위는 그러나 보고서에서 '문준용'을 딱 한번 언급했고, 이용주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이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권양숙 아름다운 봉하재단 이사장(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거론했다가 10여 일 만에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4월24일 당사에서 관련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는 이 단장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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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가위는 지난 7월 간 장병완 선대본부장, 김경진 홍보본부장 등 12명의 선대위 책임자와 대면해 인터뷰를 했으나, 정작 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의 대면 인터뷰는 하지 못했다.

평가위는 평가보고서 12~13쪽에서 관련한 경위를 밝혔다. 요약하면 안 후보는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박 당시 선대위원장은 "모든 것이 본인 책임"이라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고 한다.

"대선평가위는 2017 대선 평가를 위해 무엇보다 안 후보에 지난 6월 28일 공문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으나 답신을 받지 못함. 평가위 신용현 의원이 전화로 면담을 요청했고 안 후보와 약속을 잡았으나, (면담일인) 7월 19일 오전 안 후보가 신 위원에 전화해 제보조작 사건이 검찰 수사 중이라 무슨 말을 해도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질문을 구체적으로 적어주면 서면으로 답하겠다며 결국 예정된 면담을 취소시켰음."

"박지원 공동선대위원장의 면담거부 -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이 박 선대위원장에게 한 차례 이상 직접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든 것이 본인의 책임이라며 그 이상의 밝힐 것이 없다고 답했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핵심 관계자의 대면 인터뷰가 빠진 '반쪽짜리 보고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해당 보고서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 등 안 대표와 관련된 핵심 쟁점이 지나치게 간략하게 담겨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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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민의당 대선백서, #안철수 대선평가보고서, #안철수 대선후보 패배, #안철수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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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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