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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장마에도 감자가 썩지 않았다. 굼벵이가 감자맛을 먼저 보았다.
▲ 바랭이 풀밭에 유기농 수미 감자를 캐다 긴긴 장마에도 감자가 썩지 않았다. 굼벵이가 감자맛을 먼저 보았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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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긴긴 장마 탓에 감자 작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공판장에서 20Kg 수미 감자 한 박스가 4만원 가까이 한다. 평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몇 해나 감자가격이 똥값보다 못했다. 20Kg 한 박스에 5천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올해는 감자가 금값이다.

올해 수미 감자를 400평 심었다. 6월말에 캐고 이어짓기로 메주콩을 심어야 했다. 때를 놓치고는 장마에 걸렸다. 땅속 작물은 흙이 질면 캐기가 어려워 속절없이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금값 대우를 받는 귀한 감자가 바랭이 풀밭에 묻혀 있다.

7,8월 긴긴 장마가 그치고 바랭이 풀밭에서 감자를 캔다. 바랭이 풀을 예취기로 깎고는 두둑을 호미로 파보니 굵은 감자들이 메롱한다. 봄에 남들보다 두둑을 높고 넓게 만들었다. 유례없는 긴 장마를 예상한 건 아니다. 두둑이 커야 감자가 실하지 싶었다. 그리도 길고긴 장마에도 빗물에 잠기지 않아 감자가 썩지 않았다.

노다지나 다름없이 금값이 된 수미감자를 캐는 두 할머니. 밀짚모자를 쓴 장모님과 옆집 팔순 할머니가 구한 유기농 감자를 호미로 캐내고 있다.
▲ 할머니들의 유기농 금감자 발굴작업 노다지나 다름없이 금값이 된 수미감자를 캐는 두 할머니. 밀짚모자를 쓴 장모님과 옆집 팔순 할머니가 구한 유기농 감자를 호미로 캐내고 있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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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캐시는 장모님 표정이 밝다가 어두웠다가 한다. 감자는 참 좋은데 굼벵이가 감자를 많이 갉아 먹었다고 안타까워 하신다.

"어머니, 살충제 안친 밭에 굼벵이 먹는 건 당연해요. 모양 좋은 감자 만들자고 독하고 해로운 살충제 써서야 되겠어요? 살충제 달걀 난리난 거 보셨잖아요?"

"그야 사우 말이 맞지만 누가 그런 거 알아주나? 단양장에 나가 유기농이라고 팔면 사람들이 거짓말 한다고 그래. 농약 안치고 농사가 되냐고."

나는 누가 알아주리라고 믿는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국민들은 건강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유럽에서는 벌레 먹고 못생긴 농산물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정직하게 생산한 농산물을 찾는 도시인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굼벵이 먹은 유기농 감자를 즐거운 마음으로 거둔다.

흙에서 나와 가을 햇볕을 받으며 밭에서 물기를 말리고 있다.
▲ 긴긴 가뭄과 장마를 이겨내고 햇살을 받는 유기농 수미감자 흙에서 나와 가을 햇볕을 받으며 밭에서 물기를 말리고 있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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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에서 10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기농민, 블로그 단양한결농원으로 농사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저비용 유기농법과 천연농약을 연구하는 <자연을닮은사람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유기농 감자, #수미감자, #단양한결농원, #단양군농민회, #유기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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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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