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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천대사회경제연구센터 센터장)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천대사회경제연구센터 센터장)
ⓒ 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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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필자가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지적하고 또 우려해 왔듯이, '명품도시'니 '경제수도'니 하는 달콤한 수식어의 상징인 인천 경제자유구역 개발 프로젝트에 제대로 된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의 유일무이한 경제정책인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대표하는 송도 국제도시 조성 개발사업이 지자체와 개발 시행사 간의 부정 유착관계와 국내 재벌대기업이 설립한 기업이 개발이익을 독점적으로 챙기는 등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기업'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이젠 개발이익 정산과 환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발을 주도해온 인천시 산하 경제자유구역청의 실질적인 총책임자인 청장 직무대리가 8월 14일 자신의 SNS계정에 이에 관한 폭로성 글을 올린 뒤 그 파문은 날로 확산하고 있다. 송도 국제도시의 개발이익 정산 및 환수의 방법론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경제자유구역 개발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의 또 다양한 형태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8월 18일 자로 대기 발령으로 열외로 나오게 된 경제자유구역청의 책임자가 그의 SNS계정에 '개발업자들은 얼마나 쳐드셔야 만족할는지? 언론, 사정기관, 심지어 시민단체라는 족속들까지 한통속으로 업자들과 놀아나니…'라는 글을 게시하며 송도 국제도시 개발사업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자 인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러한 충격요법(?) 때문인 것인지, 그간 인천의 언론이네 시민단체네 하면서도 경제자유구역 개발 방식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 한번 제기하지도 못 했던 이들이 지금은 다들 한결같이 감시자로서 또 비판자로서 그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왜 일찍부터 이러지 못 했나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아 있지만, 개발 방식 그 자체부터 잘 못된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에 지금부터라도 '시민적' 채찍을 가할 수 있게 된 것 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볼 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필자가 작년부터 지적해온, 부정, 불공정 협정, 지역성장연합과 개발업자 간의 유착 관계 등과 같은 송도 국제도시의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파행적 한계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폭로되어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방법론부터 근본적으로 또 과감하게 수정되길 진심으로 빈다.

이는 금번 논란이 송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초과개발이익 정산과 환수, 개발업체 선정을 위한 협상을 진두지휘하던 인물에 의해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야 말로, 경제자유구역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은 속속히 드러날 것으로 확신 해마지 않는다.

사실, 송도 국제도시 개발이익 환수 문제는 오래 전부터 공론화되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짚어보자. 개발 시행사가 챙기는 개발이익뿐만 아니라 송도 원주민들의 '조개딱지'를 얄팍하게 주물러 막대한 부동산 투기이익을 챙긴 투기꾼들의 비윤리적 이익에서부터 그 공공적 환수 문제는 제기되었어야 했다. 1970년대 이후 해산물 양식사업이 정부에 의한 장려(보호)산업으로 지정되면서 송도 국제도시의 원 공간인 송도 갯벌은 해산물 양식에 종사하는 어민의 생계를 위한 전형적인 '공유지'로 자리 잡았으며 또 그 역할을 감당해왔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위한 1996년의 송도 매립사업 시작과 함께 주민들에게 달랑 매립지 50평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소위 '조개딱지'를 마치 인천시가 베푸는 시혜인 것처럼 나눠주었는데, 주지하다시피, 이를 손에 쥔 갯벌의 원주민들은 당장의 눈앞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당시 송도에 득실거리던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헐값에 다 팔아 넘겼다.

그러나 토지소유권이 투기꾼에게 넘어가는 순간 딱지의 가격은 6~7배 이상 폭등했다. 송도는 바로 이 순간부터 전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투기장으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송도 개발과 함께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그곳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고, 2007년경이 되자 송도 국제도시 내 토지의 원주민 보유비율은 10~20%로 하락하고 말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국의 문호 토마스 모어가 그의 명저 '유토피아'에서 권력자들이 목양장을 짓기 위해 작은 토지를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여기던 소생산자들을 폭력으로 쫓아내던 15~16세기 영국을 '양이 사람을 먹어치우는 나라'로 비판했던 것처럼,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인해 결국 공유지 송도는 '투기꾼이 어민을 잡아먹는 도시'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부동산 투기꾼들이 챙긴 막대한 이익의 공공적 환수에 대한 논의는 제기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당시의 인천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송도 6·8공구의 개발이익 정산과 환수 문제에 대해 인천의 시민사회가 이전부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이와 같은 인천 지역사회의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그리고 '명품도시' 또는 '경제수도' 같은 허황한 캐치프레이즈 그 자체에 대한 시민의 속수무책으로 점철된 인천 고유의 오래 된 '역사적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 지금까지도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 아니었겠나.

송도 국제도시 투기이익 또는 개발이익의 공공적 환수 문제는 송도가 매립되고 있던 개발 초기 단계의 부동산 투기꾼들에 의해서만 남겨 놓은 과제가 아니다. 천혜의 자연이자 지역의 인문학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인천 앞바다를 메워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53㎢ 규모의 송도 국제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은 지난 2003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에도 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총 사업비의 대부분을 인천시와 한국토지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문제에서부터 막대한 시민혈세를 투입하여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외국자본이 송도를 기피하는 현상이나 이와 같은 유치 외국자본의 사각지대 문제를 노려 국내 재벌대기업이 순식간에 외국기업으로 옷을 갈아입는 파렴치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송도 국제도시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방식과 정책 집행 과정에 대한 '심상치 않은' 적신호는 지속적으로 켜져 왔지 않았나.

특히, 최근에 와서는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 매립지를 수십만∼수백만㎡씩 떼어 민간 사업자에 수의계약으로 넘긴 뒤 나중에 개발이익을 정산해 개발이익 환수 명분으로 이를 인천시와 나누는 개발방식과 관련해서는 특혜시비와 양자 간의 분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 않은가.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송도 6·8공구 개발 역시, 인천 경제자유구역 개발 도처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인천시와 민간사업자 간의 갈등 중 하나에 불과하다.

송도 국제도시 개발 초기부터 개발이익의 공공적 환수에 대한 이렇다 할 문제의식도 또 치밀한 대응도 보이지 못 했던 인천시와 본질적으로 개발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민간 개발 시행사 간의 이와 같은 갈등과 분쟁은 개발 초기단계에 성립된 양자 간의 '밀월관계'가 어떤 영문인지 최근 와서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한 행정 조치를 급작스럽게 강화하고 나선 인천시의 '공공성을 향한 쇼맨십(?)'으로 인해 깨지면서 초래되는 당연한 귀결이다. 송도 6·8공구 개발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빙산의 일각일 게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송도 6·8공구 개발의 역사를 조금만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2007년 8월 미국의 포트만홀딩스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SYM&Associate가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프로젝트 법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에 대해 송도 6·8공구 부지 228만㎡와 그 독점적 개발권을 아주 과감하게(?) 헐값으로 제공하여 무려 151층이나 되는 랜드마크 인천타워 건립을 포함한 업무지구, 상업지구, 주거지구 등이 복합적으로 조성되는 국제도시 개발을 추진했다. 과연 누구의 의지대로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당시 SLC에 송도 6·8공구 부지를 3.3㎡당 300만원에 매각했는지 알 수 없다. 짐작은 가지만, 물증 없는 심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튼, 여기서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개발이익 극대화를 지상과제로 삼는 개발 시행사에게 친절하게(?) 시혜를 베풀었던 것은 확실하다. 인천시가 민간 업자들에게 독점적인 개발권을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토지의 시세 차익까지 세심하게(?) 또 혈세로 챙겨주었던 것은, '개발 자본에게 초과이윤을 보장하는 인센티브를 챙겨줌으로써 이들이 그 초과이윤의 추가 확보를 위해 보다 투기적인 성격의 개발과 그 전략을 일삼을 수밖에 없게 하는', 앞에서도 언급한 이른바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이 갖는 파행적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시행사들이 개발을 통해 확보하는 내부수익률 12%를 넘는 이익에 대해 인천시와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한, 일부 이익 환수는 차치하더라도 이른바 시행사들의 '초과이윤'을 일부 보장해주려고 했던 조치는 개발 시행사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시하는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전형 아닌가.

게다가 인천시의 시행사에 대한 이러한 약속 조치는 개발이익의 정산 방법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는 등 어정쩡하기까지 했다. 개발 방식은 '기업주의적'인 형태를 흉내 내되, 그 형식은 양자가 뒤에 가서 얼버무릴 가능성이 있는 소위 '날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관민 성장연합'이 협의한 편파적이고도 불완전한 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부동산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로 랜드마크 인천타워 건립이 장기간 표류하자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SLC와의 담판(?)을 통해 194만㎡를 회수하고 34만㎡만 SLC에 매각하기로 2015년 1월에 룰을 바꿨다.

또 시행사에게는 장사가 잘 되는 아파트만을 짓게 해줬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SLC가 해당 용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해 발생하는 내부수익률 12%를 넘는 이익을 정산하는 것과 관련하여,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개별 블록별로 개발이익을 정산하자는 입장을 견지해온 반면에, SLC는 총 7개 블록 중 지금까지 2개 블록만 분양된 상태인 만큼 모든 개발계획이 완료된 후에 통합적으로 정산하자며 맞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개발이익 정산과 관련된 양자 간의 명확한 합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민 성장연합' 간의 불협화음은 분명 성공적 송도 개발을 통한 정치적 재집권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초과이윤에 대한 일종의 망상(?)이 낳은 장밋빛 청사진에 도취된 인천시와 개발 시행사의 공동 작품 아니겠는가.

특히, 송도 6·8공구 개발 시행사인 SLC의 초과이윤에 대한 탐욕은 이론적으로 볼 때 아무리 그러할 수밖에 없다 치더라도 그 도는 지나치다. 이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2007년에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SLC에 대해 부지를 3.3㎡당 300만원에 매각했는데 현재 송도 땅값이 3.3㎡당 1천200만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SLC가 음흉하게 주머니에 넣어버리는 '불로소득' 즉 땅값 차익만 해도 최소 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을 통한 막대한 개발이익에 더해 토지 시세 차익도 챙길 개발 시행사가 개발이익 정산 방식을 두고 인천시와 벌이는 '막장 드라마'는 부동산 개발 자본과 투기 자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인천시에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 시행사의 토지 '불로소득'의 가능성은 누가 먼저 보장하였는가?

인천시 역시,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그 이론적 수준을 넘는, 과도한 '개발 자본 챙기기'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탐욕과 졸속으로 점철된 '관민 성장연합'이 초래한 지금의 이 모든 파행적 귀결에 대해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책임자였던 공직자가 말한'언론기관'과 '시민사회단체'는 무엇 때문에 또 어떤 식으로 방관하고 있었던 것일까?

송도 국제도시 개발 프로젝트. 토건 자본의 초과이윤과 이를 위한 투기 지향적' 관민 성장연합', 그리고 이로 인한 시스템적 불안정성을 띨 수밖에 없는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성격을 갖는다. 해서, 이러한 방식의 도시개발은 본질적으로 합리적 계획과 조정과는 거리가 멀고 지극히 투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송도 국제도시의 현주소는 그 본질을 훨씬 상회한다. 그곳은 '비밀리에 나쁜 일을 꾸미는 무리들이 모이는 곳'을 의미하는 복마전(伏魔殿)일 가능성도 크다.

외젠 오스만의 탐욕적인 대규모 도시 재개발 계획에 맞서 시민이 도시를 접수한 파리꼬뮌. 이런 혁명적 상황이 인천에는 있을 수 없다며 비꼬는 사람, 이들이 바로 송도 국제도시의 개발이익을 챙기는 '공공의 적'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천대사회경제연구센터 센터장)의 송도국제도시 관련 칼럼입니다.



태그:#인천대, #양준호 교수, #사회경제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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