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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성주군청
 경상북도 성주군청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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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문제로 군수와 주민간 갈등이 깊어진 경북 성주군을 출입하는 한 유력 지역 일간지 기자가 군청으로부터 매달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주민들은 해당 기자가 군수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는 이유가 이 같은 이권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목한 S기자는 현재 성주군 농촌보육정보센터의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이 센터는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데 지자체와 경북도청으로부터 한해 총 1억 2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경북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S기자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 현재까지 매달 220만 원씩 총 7000여만 원을 급여명목으로 받았다. S기자는 2010년 3월부터 지역일간지 <영남일보> 소속 성주군 주재기자로 근무했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은 S기자가 군수에 편향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해 성주의 사드 '제3부지' 유치 결정과정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로 사드배치를 결정하자 김항곤 성주군수는 "성주 사드반대"를 외치며 혈서를 쓰고 성주군민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8월 초 김 군수는 돌연 입장을 바꾸었다.

김 군수는 매일 저녁 열리던 촛불집회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급기야 8월 22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제3부지 검토'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래 예정지였던 성산포대가 아니라 성주군 내 다른 장소를 사드부지로 검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돌연 입장 바꾼 김항곤 군수 발언과 똑닮은 '기사'

김 군수의 입장변화가 있기 전까지 S기자도 주로 사드반대를 외치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김 군수가 입장을 바꾼 뒤엔 '3부지 찬성여론'에 대해 주로 보도했다. 김 군수가 '제3부지 검토 요청' 기자회견을 연 다음 날, S기자는 <성주군 3후보지 검토 요청에 지지 잇따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성주군 노인회가 진행한 제3부지 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성주지역 10개 읍·면에는 '국가정책 쉽게 안 바뀐다. 반대보다 제3지역 이전을'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100여개가 내걸렸다"라며 성주군 분위기가 '제3부지 검토'로 쏠린 듯 묘사했다.

하지만 당시 김 군수의 '제3부지 검토 요청'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던 성주 군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은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군청을 봉쇄하고 반대 주민들을 쫓아낸 상태에서 진행됐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 후 주민들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제3부지 검토'가 주민들의 뜻에 어긋난다는 점을 주지시켰고, 당일 저녁 수백명의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열어 김 군수의 발언을 규탄했다.

사드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3부지 찬성여론이 우세한 것처럼 보도한 S기자의 기사를 보고 많은 군민들이 어이없어했다"면서 "김 군수의 기자회견 후 수많은 군민이 기자회견장에 들어가 그것(김 군수의 발표)이 군민의 뜻이 아니며 원천무효임을 밝혔지만 S기자의 기사에 주민들의 목소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S기자가 성주군수의 가장 최측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군수가 바라는 것을 (S기자가) 기사를 통해서 내보내왔다"고 주장했다.

S기자가 제3부지 찬성 분위기를 전하며 기사에 쓴 '100여 개의 찬성 현수막'이 실제로 성주군 일대에 걸리긴 했다. 그러나 현수막 아래에 표기된 '3부지 찬성위원회'는 이름만 존재할 뿐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현수막들은 곧장 주민들에 의해 철거됐다.

사실상 군수가 '임명'하는 농촌보육정보센터장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오전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 제3후보지 결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오전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 제3후보지 결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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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김 군수가 군 내 사회단체 지도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사드배치 반대 주민들을 향해 "이북 편을 든다", "정신이 나갔다, 술집 하고 다방 하는 것들"이라고 막말을 한 게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이 자리에선 김 군수가 사회단체 대표들을 부하 다루듯 꾸짖는 상황이 벌어져 이후 성주군민 1004명이 김 군수를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S기자는 '김항곤 성주군수 여성 비하성 발언 공식 사과' 기사에서 김 군수의 문제 발언을 "사드배치 피해 최소화와 제3부지 선택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이라고 설명, 김 군수의 강압적 행동을 '설득하는 과정'으로 완화했다. 이 같은 표현은 김 군수가 낸 사과문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앞서 S기자는 2015년 8월 '허위보도'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당시 성주 일반산업단지 내 지정폐기물 매립장의 폐쇄를 요구하며 군수를 규탄하던 성주군농민회의 집회에 참여한 농활 학생들의 인터뷰를 근거로 그들이 강제로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직후 농활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해당보도가 허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성주군 농민회는 영남일보에 S기자의 파면을 요구하며 그를 허위보도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에 영남일보가 해당 건에 대한 반론보도를 싣기로 하면서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성주군 농촌보육정보센터 조례에 따르면 농촌보육정보센터 위탁사업자 선정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군수가 결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를 잘 아는 한 군민은 "군수의 의중이 당락을 좌우한다"며 "심의위원들도 군 내 기관단체장들로 이뤄지고 군수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형편이라 군수의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군수의 뜻대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해당센터의 운영조례에는 '센터장은 상주하며 군수의 명을 받아 소관업무 전반에 대한 사항을 관장하고 소속 센터 종사자를 지휘·감독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설립목적과 관련조례를 보았을 때, 여성농업인의 삶을 이해하며 보육센터에 '상주할 수 있는 자'를 위탁사업 대상으로 하고 있다.

S기자는 평일 1~2개의 기사를 내고 있는 현직 기자다. 사실상 센터에 상주가 어려운 기자에게 어린이집을 지휘 감독하고 부정기사업을 통해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야 하는 위탁사업을 맡긴 것이다. 또한 경북도청 농업정책과에 확인한 결과, 경북도 내 10개 농촌보육정보센터 중 센터장이 타 직업을 겸하고 있는 곳은 성주군이 유일했다.

S기자 "기사와 위탁사업은 전혀 무관, 직업 선택의 자유"

S기자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군에서 농촌보육정보센터장 임명 특혜를 받고 군수에 편향된 기사를 쓴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그것은 그들(사드 반대 주민들)이 느끼는 거다. 내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는 군수가 누가 되든 상관없다"라고 답했다.

또 '제3부지 검토 촉구' 기사가 성주군 여론을 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수막을 건 단체가 유령단체고 아니고는 난 모르겠다"며 "현수막이 걸린 것은 팩트고, 사드반대 단체에서도 명의를 걸 때 OO초등학교, 어쩌고 저쩌고라고 걸지만 공식적으로 등록된 단체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성주군 농촌보육센터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 S 기자는 "원래는 자원봉사센터 준비하고 있다가. 이게 (보육센터 위탁사업자 모집공고) 먼저 나왔다"라며 "내가 농업에 종사한 경험도 있고 사업을 해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농촌 정보센터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거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지역봉사를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군청 출입기자인데 군 사업을 위탁받는 것이 조심스럽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S기자는 "(위탁사업을 받더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지적한다. 전혀 무관하다. 목소리 높일 것은 높이고 기사 쓸 것은 쓰고 그러고 있다. 군에 굽신굽신 그러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S 기자는 "나는 겸직이 아니라 겸업이다. 취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는 법상으로 보장이 되어있다.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기자들은 자기 업이 다 있다. 건축업도 하고 이벤트도 하면서 광고받고 다 그렇게 한다"고도 했다.

권익위, 대가성 밝혀지면 성주군수도 '김영란법 위반'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금품이 직접 오가지 않았더라도 공무원(지자체장)이 대가를 바라고 금품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기자와 계약을 맺으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10조에 '이권개입 등의 금지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타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안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자에게 대가성을 바라고 계약을 체결해준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면 청탁금지법을 넘어 '뇌물죄'에 해당된다"며 "자세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신고가 들어오면 부패조사처리팀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소속사인 <영남일보>는 S기자가 성주군 농촌보육정보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해온 사실을 인지하고 S기자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8월 22일 김항곤 성주군수의 기자회견 당시 현장영상은 미디어 몽구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QXwjVxpxw



태그:#성주, #김항곤, #영남일보, #관언유착,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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