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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을 출발해 홈플러스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중이다. 전주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한차례의 자전거 대행진을 통해 자전거가 안전한도시, 자전거가 즐거운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자전거인들이 모이는 날이 있다.
▲ 2017년 8월 전주 자전거 대행진 시청앞을 출발해 홈플러스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중이다. 전주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한차례의 자전거 대행진을 통해 자전거가 안전한도시, 자전거가 즐거운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자전거인들이 모이는 날이 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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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했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바람 시원하다.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계절로 꼽힌다. 7월을 쉬었던 '전주시 자전거 대행진'이 26일 오전에 열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는 참가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참가 신청을 한 사람이 적어서 걱정한다는 '자전거 정책과'와 '전주 지속가능 협의회' 관계자들의 걱정을 듣기도 했다.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250명 가량의 대열이 길게 늘어서자, 관계자들은 안도했다.

출발에 앞서 자전거가 그려진 패널 위 풍선을 맞추는 다트게임도 이어졌다. 여성 참가자가 호기롭게 터트렸지만 내용물이 꽝이어서 아쉬워했다. 공영자전거의 새로운 모델을 꼽는 선택에서 신중하게 골라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자전거 대행진의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을 의견으로 담기도 한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2017년 전주 자전거 대행진'은 기린대로 자전거 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달렸다. 한 달을 쉬고 다시 이어진 8월의 행진은 시청을 출발해 한벽루 밑의 옛 기찻길을 따라 전주천을 달리는 코스였다. 완주군 상관면과 인접한 은석교까지는 왕복 11Km가량이다.

공영자전거 모델에 대한 스티커 투표를 하고 있고 시청앞 광장에서 출발에 앞서 간단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
▲ 자전거 대행진 출발전 공영자전거 모델에 대한 스티커 투표를 하고 있고 시청앞 광장에서 출발에 앞서 간단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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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복장에 '자전거 대행진'이라는 어깨띠를 맨 지긋한 연령대의 어르신들부터 빨간색으로 단체복을 입은 오송중학교 학생 등 참가자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장바구니 달린  생활자전거부터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동호회원도 섞여 있다. 누구에게는 버거운 코스일 수 있고 또 누구에게는 싱겁고 재미없는 라이딩일 수 있다.

간혹 힘들어하는 참가자들은 스태프들이 수시로 안내한다.

"힘들면 여기서 돌려 한벽루 아래의 생태박물관으로 가서 쉬고 계세요. 다시 되돌아올 거니까요."

반환점인 은석교 아래 전주천에 발을 담그고 되돌아오기로 했다. 며칠간 내린 비로 전주천이 불어나 그 프로그램은 생략하였다. 준비해온 생수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나눠먹은 행진 대열은 생태박물관 앞에서 경품을 추첨하는 시간을 가지고 1차를 마무리했다. 다시 시청까지 달려 완전히 마무리한 것은 낮 12시가량. 달리는 도중과 멈춰 선 틈틈이 몇몇 참가자와 인터뷰를 통해 자전거 대행진을 취재하였다.

기린대로를 통해 한벽루까지 달렸다.
▲ 자전거 대행진에서 달리는 사람들 기린대로를 통해 한벽루까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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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이 행사의 준비자로 참여한 '전주 지속가능 협의회' 최우순 팀장에 따르면 5년 동안 참가자 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한다. 많게는 올 5월에 열린 대행진에 500여 명이 참여하였고 적게는 80~100여 명이 참가했단다. 대신 초창기에 비해 학생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수준도 다르고 수백 명의 참여자가 다 다른 형편일 것이다. 이들이 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달리는데 어떻게 만족하고 있을까?

대행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에 대한 대답 중 가장 수긍이 가는 대답은 김원섭씨(자전거 다울마당 위원)의 이야기였다.

"도로에서 차에 위축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건장하고 잘 타는 사람들보다 학생들, 어르신들이 특히 도로를 달릴 기회를 가지고 싶어 한다."

대행진 때가 아니면 감히 도로를 달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기회를 통해 잠재된 도로 질주 본능을 발휘하고자 나오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잘 타고 이런 주행이 마땅치 않을 사람에게도 동질적인 연대감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잘 타는 라이더들은 자전거를 탄 노약자들의 안전한 행진을 돕기 위해 스태프로 참여했다. 행사 도중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교통정리를 하는 한 참여자가 눈에 띄었다. '전주역 앞에서 자원봉사로 불법 주·정차 차량 운전자들을 계도하는 일을 한다'는 황의정씨에게 물었다.

"(차들이) 비교적 잘 협조해 주는 편이다.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자전거가  도로에 나와서 달리는 건데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기다려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운전자가 그렇지는 않다."

초창기인 초등학생 때부터 대행진에 참여했고 처음으로 스태프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나경민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천변을 달린 오늘의 코스가 별로였다"는 경민군에게 학원에 갈 때 주로 자전거를 타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인도 위의 겸용도로로 달리면 걷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차도를 달려요. 차가 좀 막히면 기다렸다 가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요"라며 "대행진이 인식을 변화시켜주자는 건데 오늘 행진도 차도를 위주로 달렸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했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진.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의정 자원봉사자, 달리는 모습, 나경민군, 전주 지속가능협의회의 강소영 사무국장과 최우순팀장
▲ 자전거 행진을 말하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진.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의정 자원봉사자, 달리는 모습, 나경민군, 전주 지속가능협의회의 강소영 사무국장과 최우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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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을 담당하는 '자전거 정책과'의 배경남 문화팀장은 "2년간 다소 멈칫거렸던 자전거 대행진이 올해 다시 재개되고 있는데 힘을 내고 있습니다"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안 해도 알음알음 참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 10월에는 대대적으로 달리는 진짜 대행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마다 조직된 자전거 동호회와 자생적인 기존의 동호회, 그리고 시범학교를 비롯한 학생 참여자들에게 적극 알려 2000명 이상이 기린대로 위를 가득 메운 장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행사를 마치고 시청앞에서 대행진을 담당하는 배경남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전주시청 자전거 정책과 배경남 팀장 행사를 마치고 시청앞에서 대행진을 담당하는 배경남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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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는 해마다 10만에 달하는 자전거가 도시 곳곳에서 시내 중심부를 향하여 모이는 '별의 경주'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과 대구, 전주를 비롯한 도시들도 모두 형편에 맞게 이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처럼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와 같은 방식은 지금은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대행진에 참여하며 대열로 힘을 모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와 차량 운전자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협력 속에서 풀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의 '미래'의 모습이라면 좋지 않겠는가.

How the Dutch got their cycle paths라는 유튜브 영상을 캡처한 화면으로 도로위에 자전거와 함께 드러누워 안전한 자전거길을 요구하였다.
▲ 네덜란드에서의 1970년대 자전거 시위 How the Dutch got their cycle paths라는 유튜브 영상을 캡처한 화면으로 도로위에 자전거와 함께 드러누워 안전한 자전거길을 요구하였다.
ⓒ BicycleDu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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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중 자전거 동호회를 사진에 담다
[인터뷰] 인솔교사 복승권씨
복승권 교사를 비롯해 인솔교사 2명, 15명이 학생이 함께 달리고 한벽루 앞에서 사진을 담았다.
▲ 전주 오송중학교 자전거 동호회도 함께 달렸다. 복승권 교사를 비롯해 인솔교사 2명, 15명이 학생이 함께 달리고 한벽루 앞에서 사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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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습니까?
"학교가 생긴 지 7년 정도 되었는데 초창기 때부터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2학년 학생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오늘은 체육선생님과 저, 그리고 15명의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 지난번에도 봤는데 대행진은 계속 참여하나요?
"시험이나 행사랑 겹치지 않으면 가급적 참여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아이들이 건지산이나 하천 위주로 달리는데 도로를 한 번씩 달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대행진에 함께 합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하네요."

-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데 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던가요?
"토요일에 학교 근처를 다니면 아이들이 마땅한 게 없으니 PC방 같은 데서 놀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 때우기보다 자전거를 타니까 부모님들도 환영하는 것 같습니다."

- 전주시에서 시범학교도 지정하고 있고 여러 가지 자전거 정책에 의욕을 내고 있는데 잘 하고 있는 것 같나요?
"공문을 통해 협조를 구하고 있기도 하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여러 가지 학교나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의견 청취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만드는 건 예산을 투입하는데 최대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변의 자전거 길에도 자전거와 사람이 나뉘어서 달리게 표시되어있는데 확실하지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만들어 가면 잘 될 것 같습니다."



태그:#전주 자전거 도시, #전주 자전거 대행진, #크리티칼 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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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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