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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탱크 내부 모습
 문화비축기지 탱크 내부 모습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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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으로 재생된 문화비축기지 탱크 내부(T4).
 공연장으로 재생된 문화비축기지 탱크 내부(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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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그대로 보존한 문화비축기지 탱크(T3).
 원형 그대로 보존한 문화비축기지 탱크(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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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서쪽 도로를 건너면 넓은 광장이 보이고 야트막한 산 중턱에 둥글고 이국적인 건물들이 부채꼴로 점점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14만22㎡)인데도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숨어 있던 이곳의 이름은 '문화비축기지'.

이곳은 과거 박정희 정부가 석유비축기지로 사용하면서 지난 41년간 보안시설로 묶여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시설이다. 이런 곳을 최근에 서울시가 새롭게 문화시설로 단장했다.

과거 기술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세운상가의 영광을 되살리는 '다시세운상가프로젝트', 차가 다니던 서울역고가를 사람이 다니는 보행길로 바꾼 '서울로 7017'에 이어, 서울시가 다시 만들어낸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이다.

당초 이 자리에 석유비축기지가 들어선 것은 박정희 정부가 지난 1973년 중동전쟁으로 인한 1차 오일쇼크로 위기를 느꼈기 때문. 유사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해 76년부터 78년까지 3년간의 공사 끝에 건설됐다.

당시 여기에 비축했던 석유의 양은 130만배럴로, 지금은 우리나라 석유소비량의 반나절치밖에 안 되지만 70년대 당시엔 한 달치를 저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맞춰 인근에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지어지면서 위험시설로 분류됐고, 2000년 11월 폐쇄돼 산 아래 일부 부지만 임시주차장으로 사용된 뒤 10년 넘게 방치돼 왔다.

새로 단장한 문화비축기지는 공연, 장터, 피크닉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문화공간(35,212㎡)이 가운데 자리하고 산 중턱에 6개의 탱크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과거 가솔린, 디젤, 벙커씨유 등 위험한 유류를 담고 있던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탱크들을 비롯해 내외장재, 옹벽 등은 모두 기존 자원들을 재생,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으로 리모델링됐다.

각각의 탱크들은 뉴욕의 애플스토어를 닮은 유리돔(T1),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T2), 원형을 그대로 살려 석유비축기지 조성 당시를 보존한 탱크(T3)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탱크 상부의 구멍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게 만든 공간(T4), 문화비축기지의 재생과정을 스토리텔링한 이야기관(T5), 탱크에서 걷어낸 철판을 재활용해 조립한 카페, 회의실, 강의실 등으로 만든 커뮤니티센터(T6) 등도 볼만하다.

문화비축기지 공사 전
 문화비축기지 공사 전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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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공사 후
 문화비축기지 공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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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물 지열 냉난방... 3개월간 시장·축제 열려

모든 건축물을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로 냉난방하는 것도 문화비축기지의 자랑거리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유처리시설(30톤)과 빗물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한편, 서울시는 문화비축기지 개원 후 연말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40개팀을 선정하고, 기지 내 곳곳에서 3개월간 시민시장, 음악축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는 문화마당에서 주민, 사회적경제기업가, 지역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마을장터(달시장)가 열리며, 첫 번째 달시장이 열리는 9월 9일에는 서커스공연인 '프로젝트 날다 트렘폴린'과 자전거음악축제가 열린다.

9월 16일에는 대학로에서 열려 큰 호응을 받은 친환경 도시농부와 지역 청년창작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인 '마르쉐@문화비축기지', 23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크렐레 연주자들이 동시에 연주해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우크페페'가 열린다.

9월과 10월 두 달간은 '옛 근로자의 시선으로 보는 문화비축기지'(이야기관) 전시가 열려 석유비축기지 시절 자료를 전시하고 탱크를 관리하던 옛 직원이 직접 투어도 진행한다.

문화비축기지는 오는 9월 1일 정식개원하고 10월 14일에는 개원 기념 시민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당초 환경오염이 우려됐으나 조사 결과 토양이나 내부공기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민들이 많이 이용해 41년간 시민과 단절됐던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문화비축기지, #석유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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