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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집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관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반려동물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미용실, 카페, 호텔을 넘어 이제는 출판업계까지 반려동물이 진출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고양이 서점 '슈뢰딩거'의 김미정 대표를 만났다.

고양이 '집사'를 위한 서점이 있다고?

서점 '슈뢰딩거'의 모습
 서점 '슈뢰딩거'의 모습
ⓒ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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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대표는 서점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고양이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고 단순 명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 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에서 근무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이 가족사항을 보더니 '결혼한 여자가 왜 가족사항에 시댁을 쓰지 않고 친정을 쓰느냐'고 물었다. 결혼을 하면 친정에서 나는 사라지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회사생활이 쭉 의문의 연속이었다. 회식에서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직장 상사는 본인이 아기를 낳고 1주일 만에 회사에 복귀했다고 자랑했다. 회사를 계속 다니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나와 2년을 쉬었다. 그러다 소책방 창업에 대해 알게 됐고, 천천히 창업을 준비했다. 작은 책방을 만들어 '본전치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책방을 열기로 마음먹었을 적에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콘텐츠가 많았다. 번역기로 '고양이' 등을 검색해서 이를 위주로 여행했고, 도쿄에 있는 책방 리스트를 뽑아 돌아다니기도 했다. 처음에는 책방에 고양이 사진집과 다른 데서는 팔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위주로 가져왔다. 그런 책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서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점 '슈뢰딩거'의 모습
 서점 '슈뢰딩거'의 모습
ⓒ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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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는 정말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책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출판된 책과 잡지, 사진집도 많았지만 원서도 여러 권 있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300권 정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500권 정도 되는 것 같다"며 "고양이 관련 서적 중에서도 '책방이 망하면 내가 가져도 되겠다'고 느끼는 책들을 위주로 골라놨다"고 말했다. 외국서적 같은 경우에는 소매가로 구매해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인 목표는 '고양이 플랫폼' 만드는 것"

지금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사'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동물을 무서워했다. 그는 "대학 시절 친구가 고양이를 키웠는데, 그 이후로 고양이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고양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 접하다 보니 고양이에 관심도 많이 생겼고 고양이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 고양이와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양이도 외로움을 타고, 동거인을 알아본다. 그래서 '고양이는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말이나 '고양이는 주인을 못 알아본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 서운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책방을 운영하며 고양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고양이 플랫폼'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사실 '슈뢰딩거'에서는 지금도 '묘한 글쓰기 살롱', '고양이 강화 주간' 등 고양이와 관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정 대표는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이 와서 서로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통한다. 그러한 과정이 즐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고양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강사들을 섭외한다든지, 고양이 관련 아티스트들과 만나 협업하고 싶다. 서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양이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 사진집, 슬프지만 추천해"

서점 '슈뢰딩거'의 모습
 서점 '슈뢰딩거'의 모습
ⓒ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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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책방의 여러 책들 중에서도 길고양이 사진집인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를 추천했다. 그는 "길고양이들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 자체가 힘들다. 먹이 문제도 그렇고, 로드킬도 많이 당한다. 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책이라 볼 때마다 슬프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추천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둘이면서 하나인>이라는 책도 추천했다. 김 대표는 "작가가 책에 세계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북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길고양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볼 수 있다. 물론 슬픈 내용이 많지만, 너무 슬프지만은 않다. 그래서 길고양이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태그:#책방, #서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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