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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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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인터뷰 <"문 대통령 정보공개 의지 강해", 숫자에서 밀리는 청와대 내부자들>에서 이어집니다.

"죽을 때까지 나를 부끄럽게 할 일"이라고 했다.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은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참여정부뿐 아니라 MB 정부와도 기록관리를 같이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 임기 초반에 이걸로 각을 세워도 될지 계산했다"고 했다. 그게 부끄럽다고 했다. 9년 전, 그러니까 2008년 7월 7일 <중앙일보> 보도로 시작된 일이었다.

"노 정부 때 청와대 메인 서버, 봉하 마을에 통째로 가져갔다"고 했다. 곧장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가 "국기  문란"이라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른바 '보수단체'들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분위기를 이었고, 검찰은 "국가기록원 등이 근거를 갖춰 수사 의뢰를 한다면 별개로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결국 칼을 휘두른 곳은 참여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국가기록원이었다.

"그때 참 청와대가 나빴죠. 정치적 공방도 아니었어요. 그냥, 무자비하게. 와중에 국가기록원 사람들 손을 빌어서 노 전 대통령 비서진을 고발했죠."

"청와대, 국가기록원을 도구로 사용했다"

 지난 2008년 1월 2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 2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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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4일이었다. 국가기록원이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외부에 빼돌린 혐의로 참여정부 때 비서관과 행정관 1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실상 '노무현'을 공격한 것이었다. 그리고 9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이 사건이 국가기록원에 '부메랑'으로 돌아갔다. 지난 6월 9일, '기록의 날'을 맞아 국가기록원이 10년 만에 민간 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가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 교수에 따르면 '쉼표' 하나 때문이었다.

'국가기록원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진을 고발했다'.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의 행사 발표문이 문제가 됐다. 정권이 바뀐 상황, 국가기록원 측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국가기록원 측은 '노 전 대통령은 고발하지 않았다'며 수정을 요청했고, 김 소장은 이를 검열로 받아들였다. 이 교수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학회 토론회 주최기관에서 발표문을 미리 검토하고 수정 요청하는 경우를 나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한국기록학회는 행사에 불참했다. 지난 9년 동안 국가기록원 내부와 외부 사이에 생긴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교수는 "지난 9년간 기록을 이용한 정쟁 상황에서 정권에 큰 도움을 준 국가기록원 원장일수록 더 좋은 자리로 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9년간 국가기록원이 기록 탄압에 동참했다는 뜻입니까?
"도구로 사용됐죠. 청와대가 오물 안 묻히고 처리하고 싶은 일을 국가기록원 손으로 했죠."

- 예를 들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때도,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아, 이 치사한 사람들이 법정에서 증언할 사람을 국가기록원 원장도 아니고, 실장도 아니고, 팀장, 과장도 아니고 말단 기록연구사를 보내요. 그리고 증언하게 했어요. 도구죠, 예."

"블랙리스트, 국가기록원에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나왔다. 이 교수는 "국가기록원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권 바뀌기 전 국가기록원에 있는 고위 관계자 등 몇 분에게 물어봤는데, '그럼 없을 거라고 생각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측은 서면 반론을 통해 "국가기록원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래 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이 교수는 블랙리스트를 통해 이른바 '좌파 낙인'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세계기록총회 학술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좌파 인사가 포함됐다는 제보가 들어갔고 기록원 실무 담당자가 그로 인해 좌천됐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 측은 "세계기록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준비 기획단 발족 등에 따른 전보 인사는 여러 차례 있었다"며 "다만, 좌천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 교수의 확신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화관광부에서 벌어진 일은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의 관심사와 관련된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국가기록원에서 벌어졌던 일은 그것도 아니었어요. 분위기가, 사상을 문제삼으면, 뜻을 이룰 수 있는 분위기였으니까. 제보한 분들 성향이 진짜 좌파가 싫다거나 그런 분들이 아닙니다. 이권! 이권이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이권을 누리고자 하는 세력들도 발호를 했던 것이죠."

이 교수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매우 정교하게 기록을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원회에서 인권 전문가를 내쫓거나 무력화시켰듯이 국가기록원에서도 기록 관련 전문가들을 무력화시켰다"고 했으며, "공공기관 기록 전문 요원 자격을 대폭 완화하려고 한 것" 역시 비슷한 목적에서 이뤄진 시도였다고 했다. "기록물을 쉽게 폐기가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려고까지 했던 그 정권이었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 때(800만 건)보다 더 많은 기록(1000만 건)을 남겼다고 '자랑'을 했었다. 이 교수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관 수량은 제일 많아요.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오늘 아침 청와대 구내 식당에서 제가 3천 원 주고 밥 사 먹은 것, 그게 기록 한 건이에요. 아침에 500명 먹었으면 500건이 되는(웃음), 이런 식이란 거죠. 이명박 정부 때는 식권 하나까지 계산하는,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참여정부가 이관한 양을 알고 있었기에 역시 의식을 했다고 봐요."

"정상적인 나라라면 세월호 사건 때... 국가기록원, 권력에 굉장히 약해"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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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기록관리가 갈수록...
"부패와 기록이 사이가 좋지 않죠. 그거랑 상관이 있어요. 부패의 역사, 독재와 은폐의 역사가 역시 기록과 상극이죠. IMF란 엄청난 일이 벌어졌었는데, 아직도 우리는 그게 어떻게 터졌는지 잘 몰라요. 세월호와 똑같죠. 위험 신호를 누가 어떻게 감지했고, 어떻게 대책 논의를 했고, 어떻게 대응했는데, 뭐가 안 먹혀서 그렇게 됐는지, 몰라요. 세월호 사고 이후 다양한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는 거죠. 대한민국은 뒤로 갈수록,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기록이 없다."

이 교수는 국가기록원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문재인 정부가 뭘 믿고 국가기록원에 기록을 맡기겠냐"며 "기록을 만들었다가 봉변을 당했던 참여정부 시절 기억도 트라우마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의 신뢰를 받지 않으면 기록이 생산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기록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가기록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시 세월호가, 그리고 용산 참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있잖아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럼 국가기록원이 해경, 인천 항만, 관제소 기타 등등, '오늘부터 세월호 관련 기록 한 건이라도 파기하면 안 돼', 기록 동결 명령이란 걸 내려야 해요.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들에서는 해요. 레코드 프리즈(Records freeze)라고, '얼려라', 그 상태에서 더하지도 말고 수정하지도 말고, 삭제하지도 말고,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라.

이런 글을 한 언론에 썼더니, 국가기록원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런 명령한 적 있다, 법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요. 세월호에 대해서는 안 했잖아요. 정치적인 일은 못해, 할 수 없어, 사실상 '안 할 거야'죠. 그러면서 4대강 영상 사업은 했답니다, 이제는 환경 복원 관련 좋은 자료로 쓰일 수도 있겠죠(웃음).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 기록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국가기록원은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너무 너무 많았는데, 사실 안 한 거죠.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행동을 거의 안 했어요. 용산 참사 수사기록 3천 쪽, 유가족들이 그렇게 열망했는데도 공개되지 않았어요. 아직도, 경찰청과 검찰청 문서고에 고이 잠들어 있다고요. 수사 기록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국가기록원은 권력기관에 굉장히 약한 기관이에요."

"적폐 청산은 문제 인물 찍어내는 것만이 아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15일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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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교수는 국가기록원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중립성, 독립성, 전문성을 꼽았다. 특히 중립성과 관련해 그는 "중립성을 이 정파와 저 정파 사이의 중간이라고 해석하면 절대 안 된다"면서 "기록관리를 잘 해보려는 정파가 있을 수 있고, 기록 따위라며 귀찮게 여기고 무력화시키려는 정파가 있는데, 중간에 서 있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건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하루 빨리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지난 9년간 발생한 잘못된 일에 대한 백서 발간이 중요하다"며 "적폐 청산이 꼭, 문제가 되는 인물 몇 명 찍어서 내보내면 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진범을 찾아 벌주자는 것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를 알아야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그게 기록의 힘이죠.
"그렇죠. 기록 관리 수난사, 이런 기록을 만들어 거기서 교훈을 찾아내야 해요."

길었던 인터뷰가 끝났다. 끝으로, 그동안 참았다는 듯 툭 던지는 한 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가장 나쁜 건, 성실하게 기록을 남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입니다."

국가기록원 서면 반론 "정치적 논쟁 휘말린 건 매우 유감"
- 지난 기록의 날 행사에 한국기록학회가 불참했습니다. 김유승 소장의 발표문 중 '국가기록원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진을 고발했다'는 표현을 문제삼으면서 갈등이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인지? 왜 기록원은 발제에 대한 이견을 토론을 통해 반영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김 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발표문 중 사실과 다른 부분(국가기록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고발한 사실이 없음)이 있어 수정 요청을 한 사실은 있으나, 김유승 소장의 주장을 국가기록원이 불수용하여 한국기록학회가 행사에 불참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김유승 소장은 '발제에 대한 이견은 토론을 통해 반영'하면 된다는 것인데, 국가기록원이 수정을 요청하는 것은 '검열'이라고 항의하고, 발표에 불참했습니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직접 김유승 소장을 방문하여 기록원의 요청은 검열이 아닌 사실 관계 정정이라고 설명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한국기록학회가 이를 문제 삼아 행사에 불참하게 된 것입니다."

- 이소연 회장은 국가기록원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고위관계자에게 들었다고 합니다.
"국가기록원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관리한 사실이 없습니다."

- 2016년 세계기록총회 학술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좌파 인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기록원 실무 담당자가 좌천됐다고 하는데, 역시 사실인지?
"2016년 세계기록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준비기획단 발족(2015년 12월) 등에 따른 전보 인사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다만, 좌천성 질문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기록원이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됐다는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은?
"'이지원 시스템의 봉하마을 유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사건 등과 관련하여 국가기록원이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향후 국가기록원은 국가 기록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록물은 최대한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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