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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문예지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를 제작하며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였습니다. 올해도 구제역과 조류 독감으로 인한 살처분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펀딩의 리워드로 양말을 제공해 주신 그린블리스 유신우 대표를 만나 양말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본 인터뷰는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기자의 말

(관련 기사: "고양이의 목소리를 책에 담겠다", 그런데 어떻게?)

유음 : "그린블리스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신우 : "구제역 사태로 영향을 받았던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매해 일어나지만, 5~6년 전쯤에 굉장히 큰 규모로 일어난 적이 있었어요. 방역도 엄청났어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무심했어요. 그런데 지나가는 뉴스 화면에, 살처분 구덩이 속에서 한 마리가 올라오더라고요. 아마도 살겠다고 올라오는 그 돼지를 포클레인 주걱이 밀어냈어요. 그 영상에 충격이 컸어요. 당시 생각으로는 어차피 고기로 사육되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살처분되나 도축되나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슬픈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 후로 동물과 관련한 책,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접했어요. 반려동물만이 생명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 그때까지만 해도 제게 길고양이라는 단어도 없었어요. 고양이는 미관을 해치고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동물일 뿐이었어요. 그런데 좀 더 알아가다 보니 동물들의 삶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비건까지는 아니지만 식습관도 바뀌었어요. 그때 이후로 삶이 많이 달라진 거죠. 건강, 동물, 자연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유기농 식재료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처음엔 건강한 디저트 카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밀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잖아요. 제빵학원을 다니면서 건강한 디저트 카페 관련한 사업을 구상했어요. 그 아이템을 좀 보려고 태국을 갔죠. 일주일을 머무르려다 일정이 조금 길어졌어요. 그때 일주일 여행이니까 양말을 일곱 켤레 챙겨갔어요. 운동화를 자주 신는 편이라 양말이 꼭 필요하거든요. 며칠 더 머무르려고 하니 양말이 모자랐어요. 그때 양말을 사려는데, 우리가 보통 양말은 가격적 메리트를 먼저 따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저도 싼 양말을 사려고 시장에 갔죠. 태국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많이 덥죠. 양말을 사서 신었는데, 양말이 미끌리는 거예요. 그때 양말은 싼 것만을 고려할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양말 서랍을 열었는데 양말은 수십 켤레인데 신고 싶은 양말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때 양말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좋은 소재에, 신고 싶은 예쁜 디자인 양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양말의 주 소재인 면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우리가 천연, 자연 소재라고 하는 면이 세계 경작지의 2%를 차지하는데, 농약의 10%, 살충제의 25%가 쓰일 정도의 문제적 작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면에도 유기농이 있다는 것을 알고 환경에 해를 덜 끼칠 수 있는 오가닉 코튼을 사용해 양말을 만들게 된 거죠."

유음 : "환경에 해를 덜 끼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유신우 :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가장 친환경은 인간이 빨리 사라져 주는 것이라고 지인이 얘기하더라고요. 농담이지만 뼈 있는 극단적 이야기죠(웃음). 인간은 환경에 해가 되는 존재이지만, 살아가며 환경을 덜 해치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친환경'이 너무 마케팅적 언어인 듯하고 조금 불편해서 저희 스스로 자주 쓰지는 않고 있어요."

유음 : "양말을 제작하다 보면 아까 말씀하셨듯이 무채색 양말보다 다양한 색깔의 양말, 소비자의 기대에 맞는 양말을 만드셔야 하잖아요. 그때 기준이 뭔가요?"

유신우 : "제가 동물이나 환경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예를 들면 제가 지금 돌고래 양말을 신고 있어요. 돌고래는 원래 하루에 120km를 수영하고 가족 단위로 산대요. 이런 이야기, 아이템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찾아보고 그쪽에 관심 많고,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작가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승낙을 얻으면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죠."

유음 :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서칭을 하시고 섭외를 하시는 과정이시군요."
유신우 : "그렇죠. 책을 만드는 과정도 같지 않으세요?"

유음 : "그렇죠. 청탁을 하는 과정도 비슷해요. 저희도 문예지를 하는 게 고양이를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그려보자고 한 건데, 양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환경이라고 하는 광의의 뜻에서요."

유신우 : "저희는 '친환경', '착한' 같은 단어를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해요. 면은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하더라도 물 소비가 많은 문제점이 있대요. 그래서 프라이탁 같은 경우, 면이 아닌 린넨, 모달을 사용한다고 해요. 그래도 면의 장점이 있거든요. 특히 양말로는 부드러움과 땀 흡수를 위해 면화가 가장 좋다고 해요."

'곶자왈 고양이 1'
 '곶자왈 고양이 1'
ⓒ 그린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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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음 :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 제작을 위한 텀블벅 펀딩에서 '곶자왈 고양이' 양말을 선뜻 리워드로 소개하기로 해주셨죠. 작업 설명을 조금 부탁드릴게요."

유신우 : "그 작업도 제주도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곶자왈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 번 가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곶자왈 숲에 반 야생, 반 집고양이인 친구가 있었어요. 숲 해설 코스를 앞질러 가며 사람들을 안내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대요.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게 되었죠. 가끔 집에 사는 고양이가 뛰쳐나간다는 이야기를 듣잖아요. 근데 이 아이는 뛰쳐나가지 않는대요. 자연과 집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그 환경이 좋은 거죠."

유음 : "그린블리스도 여러 가지 펀딩을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유신우 : "동물에 관심이 많아지니까 유기되는 동물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유기되는 동물이 한해에 8만~12만 마리 정도 된다는데, 통계니까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많겠죠. 강아지 공장이라고 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종을 끊임없이 생산해서 팔고, 구매한 사람들은 키우기 불편하다거나 이사 간다고 강아지를 버리는 거죠. 말 그대로 반려동물이 소비재가 되는 건데, 문제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제품 속에 녹여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관심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분과 협업해서 제작했어요. 양말을 신고 디자인을 통해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길 바랐어요. 가령,

"너 양말 예쁘다."
"이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양말이야."
"그게 뭐야?"
"매해 10만 마리 정도의 반려동물이 버려진대"
"정말? 그런 일이 있구나.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은데 입양하는 쪽으로 알아봐야겠다."

이런 식으로요. 펀딩 수익금은 동물자유연대에 전달 드렸어요. 브랜드,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런 이슈에 관심이 있는 것을 더해 홍보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죠.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도 마케팅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최근에는 곶자왈에 나무를 심는 캠페인을 했어요. 제작비, 배송비를 제외한 수익 전액을 나무 심는데 사용 중인데, 어떤 사람이 댓글에 "이런 식의 장사라 씁쓸해"라고 남겨놨더라고요. 저는 그 댓글에

"그린블리스는 예쁘고 편안한 양말을 자연에 해를 덜 주면서 만들고,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을 제품 디자인으로 이야기하려 노력합니다. 나무를 심고 싶은 건 그린블리스의 꿈입니다. 작은 브랜드로 당장은 쉽지 않기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황사, 온난화 등 자연환경은 날로 안 좋아집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이 너무 걱정됩니다. 펀딩이 잘 되어 수익을 많이 남기고 나무를 많이 심고 싶습니다. 수익을 전부 나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마케팅의 일부고 장사일 겁니다. 그린블리스는 자연에, 동물에, 곧 우리에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고민하는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글을 남겼어요."

고양이 문예지 <젤리와 만년필> 구매 링크 : http://aladin.kr/p/EokUu

덧붙이는 글 | 본 인터뷰는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태그:#젤리와만년필, #그린블리스, #양말, #친환경,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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