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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씨가 전남 함평에서 채취한 점토다. 김 씨는 채취한 흙을 잘게 부숴 물에 넣고 휘저으며 가라앉는 미세한 흙가루를 받아낸다. 그릇을 빚을 흙을 직접 만드는 작업이다.
 김정태 씨가 전남 함평에서 채취한 점토다. 김 씨는 채취한 흙을 잘게 부숴 물에 넣고 휘저으며 가라앉는 미세한 흙가루를 받아낸다. 그릇을 빚을 흙을 직접 만드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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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반적인 여행과 다른, 흙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다. 이른바 '흙여행'이다. 나만의 흙을 찾아 전국의 평지는 물론 산기슭이나 절개지까지 찾아다닌다. 사나흘은 기본이고 일주일, 열흘도 걸린다.

"같은 흙이지만, 성질이 다 달라요. 경상도 산청의 흙은 경질토예요. 힘이 느껴지죠. 전라도 무안이나 함평은 황토잖아요. 흙이 곱고 부드러워요. 섬세하고요. 그 흙에 맞는 기물을 만드는 거죠."

백운산 끝자락,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에서 '백운요'를 운영하는 도공 김정태(49) 씨의 말이다. 좋은 도기를 만들려면 불도 중요하지만, 첫 걸음은 흙이라는 것이다. 그는 점력이 좋고, 내화도가 높고, 수축이 작고, 철분이 적은 걸 좋은 흙으로 꼽는다.

김정태 씨가 채취한 흙을 잘게 부숴 물에 넣어 휘젓고 있다.(왼쪽) 김 씨가 가라앉은 미세한 흙가루를 살펴보고 있다.(오른쪽)
 김정태 씨가 채취한 흙을 잘게 부숴 물에 넣어 휘젓고 있다.(왼쪽) 김 씨가 가라앉은 미세한 흙가루를 살펴보고 있다.(오른쪽)
ⓒ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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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씨가 흙수비를 끝낸 점토 한덩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점토는 경남 산청에서 직접 채취해 얻었다.
 김정태 씨가 흙수비를 끝낸 점토 한덩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점토는 경남 산청에서 직접 채취해 얻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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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렇게 채취한 흙을 잘게 부숴 물에 넣고 휘젓는다. 가라앉는 미세한 흙가루를 받아내는 작업이다. '흙수비'라고 한다. 다음은 꼬막 밀기. 성형이 잘 되도록 흙뭉치를 물레 회전 방향으로 비틀어 돌리면서 눌러준다. 흙에 기포가 생기면 소성 단계에서 그릇이 터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꼬막 밀기까지 끝낸 흙을 2개월 동안 건조시키고, 3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작업장 안팎에서 여름 햇볕에 말려지고 있는 흙덩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성형을 할 수 있는 흙을 만드는 과정이다.

김정태 씨가 수동 물레에 흙을 올려놓고 그릇을 빚어 보이고 있다. 김 씨는 물레도 발로 직접 돌리는 수동을 쓰고 있다.
 김정태 씨가 수동 물레에 흙을 올려놓고 그릇을 빚어 보이고 있다. 김 씨는 물레도 발로 직접 돌리는 수동을 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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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씨가 운영하는 백운요의 전시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벽에 새겨진 '흙이 나를 빚는구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김정태 씨가 운영하는 백운요의 전시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벽에 새겨진 '흙이 나를 빚는구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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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흙을 수동 물레 위에 올려놓고 성형을 하고, 말리고, 초벌을 하고, 유약을 입히고, 재벌을 한다.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씨는 그릇을 빚는 과정은 물론 흙을 찾아다니고, 수비하고, 말리고, 숙성시키는 긴 시간 동안 그는 작품만을 생각한다.

"흙이 중요해요. 색의 기본은 흙에서 시작되거든요. 흙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성형을 잘 하고 불을 잘 때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어요."

김씨는 흙을 채취하는 순간부터, 그 흙으로 어떤 기물을 만들 것인지 늘 고민한다고 했다. 흙의 고유한 빛깔과 성질을 살리기 위해 유약도 자연에서 얻은 것만 쓴다.

광양에서 백운요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태 씨와 신효정 씨 부부. 김 씨는 자기를, 신 씨는 토우를 빚고 있다.
 광양에서 백운요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태 씨와 신효정 씨 부부. 김 씨는 자기를, 신 씨는 토우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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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정 씨가 빚은 토우들. 작업장 안팎 여기저기에 정겹게 생긴 토우들이 자리하고 있다.
 신효정 씨가 빚은 토우들. 작업장 안팎 여기저기에 정겹게 생긴 토우들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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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요는 김씨와 부인 신효정(45) 씨의 공방이다. 올해 12년 됐다. 김씨는 물항아리와 편병(扁甁), 생활자기 등 전통 사발을 빚는다. 신씨는 표정이 살아있는 토우를 만든다. 공방 안팎에 자리잡은 정겨운 토우가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백운요는 방문객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시간을 맞춰 부부가 함께 참여한다. 김 씨는 전통 물레로 그릇 빚는 일을, 신 씨는 토우 만드는 작업을 돕는다. 학교 학생과 학부모에서부터 산업체 근로자, 관광객까지 찾는 이들이 다양하다.

신효정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릇을 만들어보는 도예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효정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릇을 만들어보는 도예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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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씨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물레를 이용해 그릇을 빚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태 씨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물레를 이용해 그릇을 빚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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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나를 빚는 것 같아요. 예전엔 내가 흙을 빚는다고 생각했는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흙이 나를, 내 마음까지 빚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흙을 빚는 시간은 나 자신을 수행하는 시간입니다."

그 덕분일까. 흙과 함께 사는 김 씨와 신 씨의 얼굴에서 보드라우면서도 아늑한 미소가 배어난다. 흡사 구도자들 같다. 공방 안팎의 풍경도 소소하면서도 화려하지 않게 연출돼 있다.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까지도 아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김정태 씨와 신효정 씨가 살고 있는 광양 백운요. 광양 백운산 자락의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김정태 씨와 신효정 씨가 살고 있는 광양 백운요. 광양 백운산 자락의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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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정태, #백운요, #흙수비, #토우, #신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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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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