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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중 한 장면. 농가에서 돼지들은 돌려눕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출산을 반복하고 생을 마감한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중 한 장면. 농가에서 돼지들은 돌려눕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출산을 반복하고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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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오후 8시 16분]

가로세로 50cm에 암탉 6~8마리가 사육된다. 한 마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봐야 A4용지 크기의 2/3정도다. 창문이 전혀 없는 밀폐된 공간, 바람이나 햇빛은 평생 꿈도 꿀 수 없다. 날개도 펴지 못하고 케이지(철제 사육장)에 빽빽하게 쌓여있는 닭이 한 층에 수백 마리 이상이다. 이런 닭이 4~5층 이상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닭의 분뇨는 계속 쌓이고 분진이 되어 날아다닌다. 서로의 몸에 분진이 닿는다.

돼지들의 삶을 국내 처음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든 황윤 감독이 본 양계장의 현실이다. 황윤 감독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공장식 양계장을 보면 살충제 (검출) 달걀 파동이나 AI(고병원성 조류독감)가 발생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본 공장식 축산 시스템 농가는 단 1초도 숨 쉴 수 없는 공간이었다"며 "암모니아 가스부터 알 수 없는 병균이 떠다니는 곳을 촬영하고 나서 나 역시 피부병으로 고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된 게 2003년인데, 이후 14년 간 평균 1~2년 주기로 AI가 나타나고 있다"며 "AI는 공장식 축산과 더불어 극대화 됐다"고 꼬집었다. 심장병 약, 호르몬제, 피부병약과 장염치료제, 항생제를 먹이며 키운 동물이 질병 없이 건강할 리 없다는 지적이다.

황 감독은 "비좁은 공간에서 몇천 마리씩 키워지는 닭에서 건강한 달걀이 나오기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장식 축산을 폐지하고 동물복지 농장으로의 전환하고, 사육두수를 줄이지 않으면 비슷한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문제가 터지면 그제야 검사하고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축산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 역시 달걀, 우유 고기 등을 '싸고 질 낮은 제품을 많이 소비하는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황윤 감독과 한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싸고 안 좋은 고기 먹고 병드는 게 우리가 원하는 건가?"

친환경 소규모 농장. 어미돼지가 볏짚 위에서 출산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황윤 감독
 친환경 소규모 농장. 어미돼지가 볏짚 위에서 출산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황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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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촬영하며 여러 농가를 다닌 걸로 알고 있다. 농가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공장식 사육이다. 밀집사육이다. 암탉이 A4용지 크기의 2/3도 안 되는 곳에 날개조차 펴지 못하고 빽빽하게 들어가 있다.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데, 이런 곳에 한 층마다 닭이 수 백 마리가 4~5층 이상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분뇨가 관리되지 않은채 쌓이고 분진이 되어 날아다닌다.

AI는 2003년 처음 국내에서 발생했다. 이후 14년 간 평균 1~2년 주기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겨울에 발생하던게 얼마 전부터는 여름에도 발생한다.

창문은 전혀 없다. 완벽하게 밀폐되어 바람도 안 통하고 환기도 안 된다. '이' 같은 작은 벌레는 햇볕을 쐬는 것만으로 살균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닭들은 햇볕을 평생 쐬지 못한다. 당연히 벌레가 생긴다. 닭을 케이지가 아니라 방사해서 키우면 모래로 날개를 손질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벌레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모든 것 없이 무조건 살충제만 사용하니 문제가 없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말인가.
"맞다. 하지만 이 시스템 역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한가? AI는 2003년 처음 국내에서 발생했다. 이후 14년 간 평균 1~2년 주기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겨울에 발생하던게 얼마 전부터는 여름에도 발생한다. 6월에 제주에서 AI 발생하지 않았나. 어느새 연례행사처럼 AI를 겪고 있다."

-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모든 공장식 축산 농가를 없애는 것인가.
"그렇다. 동물 복지 농장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이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축산농장'을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하고 있다. - 기자 말)

-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려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공장식 축산은 결코 싼 방식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큰 비용이 든다. 생각해봐라. 살충제 검출 달걀 파동이 일어나고 AI가 발생하면 전량 폐기하고 검수한다. 싼 약으로 쉽게 벌레를 죽이려 했다 결국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AI만 봐도 그렇다. 살처분에 들이는 국가세금도 수천억 원 이상이다. 또 원치 않는 살생에 동원된 공무원들 중 트라우마를 앓다가 자살하거나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과도한 살처분 업무를 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에 사용하는 GMO 사료만 해도 독성 물질을 품고 있다. 다 수입이다. 곡물을 키울 때 제초제 농약을 뿌리고 이를 동물이 먹고 다시 그걸 우리가 섭취한다. 공장식으로 무조건 많은 동물을 키워서 나오는 분뇨와 메탄가스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땅과 강이 오염되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해마다 심한 폭염과 홍수 등의 기후 변화를 겪고 있지 않나."

- 많은 동물을 사육하는 것도 문제가 되나?
"우리는 이 작은 나라 안에서 오직 먹기 위해 너무 많은 동물을 가둬서 키우고 있다. 사육두수를 얘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동물이 기계가 아닌 동물의 생태와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동물에게 더 많은 면적을 제공하며 동물의 수를 줄이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키울 경우 당연히 고기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정말 싸고 안 좋은 고기를 많이 먹는 걸 원하는 건가?

동물복지 농장에서 인도적으로 키우고 국민이 더 나은 고기 먹는 게 더 좋은 방안 아닌가. 살사충체 뿌려지지 않은 동물, 동물답게 키워진 고기를 먹으면 인간도 더 낫지 않겠나. 약품으로 키워진 동물을 먹는 인간도 병들 수밖에 없다. 소비자 역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태그:#살충제, #동물복지, #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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