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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첩
 필름첩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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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보관해오는 애물단지가 하나 있습니다. 필름 첩 꾸러미입니다. 사람들은 통상 사진을 인화하고 필름을 버리는데, 저는 모아서 따로 필름 첩을 관리했습니다. 프로 작가는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에 비해 사진을 오랫동안 많이 찍어왔고, 그중에는 작품이 될 만한 필름이 가끔 있기 때문에 버리지 못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게 1995년경. 그때까지 모아 관리한 필름앨범만 예닐곱 권쯤 됩니다. 이것들을 전부 필름으로 가지고 있어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기약이 없더군요. 게다가 직업 특성상 이사를 자주 하는 터라 매번 그 부피가 만만찮고 다루기가 번거로웠습니다.

결국 필름을 스캔해 하드디스크에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벌써 몇 년째 필름 스캐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캐닝이 끝난 필름을 버리니 필름 첩이 2권 남았습니다.

필름 스캐너
 필름 스캐너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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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스캐너입니다. 필름을 한 줄씩 스캔할 수 있는 후진 스캐너입니다. 스캔하는 시간도 빠르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한 번에 조금씩 하다 보니 작업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째인데도 아직도 끝내지 못한 것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작업해 올해나 내년 중에는 끝내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어디인지 바로 찾아내는 구글

필름을 스캔하다 보면 분명 내가 찍은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생소한 그림을 보기도 합니다. 어디서 찍은 건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사진도 적지 않습니다. 작품이 될 만한 필름은 렌즈와 조리개 데이터까지 상세히 적어놓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메모 내용이 자세하지 않습니다. 정리할 당시에는 미래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인간의 기억력처럼 못 믿을 만한 건 없는 듯합니다.

Chateau de Fontainebleau
 Chateau de Fontainebleau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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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시죠. 배경이 꽤 근사한 유적지인데, 도무지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파리가 아닌가 싶어 구글 위성사진으로 하나씩 찾아봤지만 파리 어디에서도 비슷한 건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구글(Google)에서 이미지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떠올랐습니다. 한번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
 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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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eau de Fontainebleau
 Chateau de Fontainebleau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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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 파일을 '사진 찍은 장소 찾아주기' 검색창에 붙여넣으니 아래와 같이 검색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의 근사한 유적지는 파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리에서 남쪽으로 8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구글이 1991년에 찍은 사진을 가지고 제가 어디의 무슨 건물에 들렸는지 알려줬습니다. 헐! 기가 찰 노릇입니다.

Framlingham Castle
 Framlingham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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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
 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
ⓒ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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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프랑스 지중해 연안에서 출발해 파리를 거쳐 벨기에에 이르러 페리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간 적이 있습니다. 안개 낀 어느 주말, 한 고성에 들린 일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도 구글이 찾아줄 수 있나 싶어 이미지 검색 기능을 다시 이용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그곳이 어디였는지 바로 찾아줍니다. 런던 동북쪽 입스위치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프램링햄 성이었습니다.

프로 구단을 이긴 바둑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마구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으로 성장한 게 바로 구글입니다.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저의 개인적인 데이터는 사실상 구글의 손 위에 놓여 있습니다.

구글의 신조가 '약해지지 말자'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구호인 듯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돌았습니다.


태그:#영국, #프랑스, #구글, #사진, #필름 스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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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 연구소에서 새 차 만드는 일을 하다가 캐나다 밴쿠버에 와서는 혼다, 토요타 딜러를 거쳐 지금은 지엠딜러에서 자동차 고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콩글리쉬로 잉글리쉬하며 어리버리 사는 이야기, G+도 모르면서 아는체 하는 자동차 이야기, 정신줄 놓고 노는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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