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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은영 '너나우리' 공동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은영 '너나우리' 공동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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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수정 : 14일 오후 5시 10분]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대통령으로서 사과했다. 민주당이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야 비로소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는 처벌되며, 피해자가 제대로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경과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참사 원인 물질 중 가장 문제가 된 두 가지는 PHMG와 CMIT/MIT다. 그냥 알파벳 그대로 읽으면 된다. 이 두 가지 물질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중 CMIT/MIT가 먼저 등장했다. CMIT/MIT는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라는 물질과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라는 물질을 혼합한 것이다. 1994년 유공(지금은 SK케미컬)이 CMIT/MIT를 원료로 가습기메이트를 만든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는 1997년 역시 유공이 개발한다. 이때 환경부는 관보에 PHMG는 유독물이 아니라고 떡 하니 고시한다.

PHMG가 가습기 살균제로 쓰인 건 3년 후부터다. 2000년 10월, 옥시가 '옥시싹싹뉴가습기당번'을 내놓는다. 그 이후 여러 회사들에서 가습기살균제 출시가 유행이 된다.

두 물질은 그러니까 방부제다. 세균번식을 막는다. 식품 가공하는 공장의 라인에 물에 섞어서 뿌리고, 종이 만드는 공장에서도 공정 중에 뿌린다. 이걸 사람이 호흡하면서 들이마실 수 있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 물질로 쓴 것이다.

환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것은 2006년부터다. 그 전에도 피해자가 있었겠지만 지금 알려져 있긴 그렇다. 2008년까지 3년 동안, 원인 모를 폐질환 환자가 지속적으로 생겨났다. 폐섬유화가 많았다. 흉터는 섬유질이 엉켜있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피부조직과 달리 딱딱하다. 폐섬유화는 폐가 그런 식으로 딱딱해지는 것이다.

원인이 확인된 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 7명이 같은 증상으로 입원했다. 이 중 4명은 사망하고, 3명은 폐를 이식하여 겨우 살아난다.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했고,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한다. 그 해 11월 수거명령이 떨어진다.

질병관리본부가 폐섬유화의 원인이 PHMG라고 발표한 건 3달 후 2012년 2월이었다. PHMG말고, CMIT/MIT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동물실험을 했는데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환경부는 2012년 9월에 PHMG와 CMIT/MIT를 모두 유독물로 지정한다.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접수를 받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는 약 5700명. 사망자는 1222명이다. 여기까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과다.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6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에 전하는 편지 발표를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6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에 전하는 편지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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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따져보자.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정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우려하는 경제부처의 의견을 들어, 사과의 수준을 조율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사태에 대체 어디까지 책임이 있나. 작년 국정조사특위가 확인한 내용은 이렇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가습기 살균제 일부에 KC마크를 부여했다. 안전하다는 표시다. 당시 가습기살균제는 '세정제'로 신고 되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가습기 사용 전에 내부를 '먼저 세척'하는 데 사용되는 제품이었다면 '세정제'가 맞다.

그러나 당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설명서에는 '물 교체시 물통에 직접 넣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살균제가 몸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국가기술표준원은 살균제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KC마크를 줬다.

환경부는 해외에 이미 PHMG와 CMIT/MIT가 유독물이라는 연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유공은 PHMG독성 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규정이 그랬다. 그런데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에는 환경부가 국내외 자료를 조사해서 유해성심사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해야 한다'고 되어 있진 않으니 환경부 잘못은 아니었다. 다만 환경부가 해외자료를 참고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건 확실하다.

1993년 PHMG에 관한 러시아의 한 논문에는 실험동물들이 "내부 장기, 간의 충혈, 비장의 경화, 폐 부종, 위와 소장의 팽창 등을 보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CMIT/MIT에 대해서는 1998년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가 있었다.

환경부가 이 두 물질을 유독물로 지정한 건 앞서 말했듯이 이미 참사가 벌어지고 난 뒤인 2012년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2000년 이후 매년 60만개 이상 팔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참사 원인이 확인된 2011년 전까지 허위광고를 잡아내지 못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당번에는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다른 제품에는 '인체에 무해'라고 적혀있기도 했다.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에 안심하고 수많은 부모가 자기 아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를 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잘못이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은 2005년 경 가습기 안 세균이 위험하다며 보도자료를 냈었다. 살균제 말고 세균 말이다. 이때 미국환경보호청 자료를 참고했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가습기에 세정제나 살균제를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이 문구는 무시되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사람이 죽어나갈 때 한국소비자원은 국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를 왜 계속 써야 하는지를 굳이 설명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인 한국건설환경생활시험연구원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옥시레킷벤키저가 의뢰한 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사건의 파장을 고려했을 때 정부 유관기관이 실험결과를 알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실험에서 실험쥐는 폐가 손상됐고, 일부 쥐는 죽었다.

이렇게 정부부처는 일부는 제도 미비로, 일부는 안이함 때문에, 또 일부는 고의로 상황을 발생·악화시켰거나 그에 기여했다. 앞으로 진행될 진상규명 작업에서 정부의 책임은 보다 분명히 확인 및 인정되어야 한다.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이 2016년 6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피해자와 가족모임, 시민사회,종교,보건의료,노동계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옥시의 완전 퇴출, 가해기업 및 정부의 책임자처벌, 옥시 재발방지법 제정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옥시 완전 퇴출"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이 2016년 6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피해자와 가족모임, 시민사회,종교,보건의료,노동계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옥시의 완전 퇴출, 가해기업 및 정부의 책임자처벌, 옥시 재발방지법 제정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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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업이다. 크게 두 부류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PHMG와 CMIT/MIT를 만든 회사와 그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회사들.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만든 회사는 SK케미컬이다. SK케미컬은 매우 나쁜 회사다. SK케미컬은 PHMG를 염화나트륨, 물 등과 섞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고, 여기에 제품 이름으로 SKYBIO1125라고 이름을 붙였다. SK케미컬은 이 물질에 흡입 독성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하지만, 그들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일종의 '제품설명서')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제품을 사용 시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 '호흡기 보호: 분진이나 증기가 발생한 가능성이 있는 공정에서는 방독면을 착용한다.'

CMIT/MIT는 더욱 문제다. 이 물질은 오래전부터 흡입독성이 잘 알려져 있던 물질이다. 그런데 SK케미컬(당시 유공)은 1994년 이 물질로 가습기메이트를 직접 만든다. 사전에 철저한 안전검사는 없었다. 게다가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SK케미컬은 가습기메이트가 안전하다고 보고서를 조작하기도 하였다.

애경은 SK케미컬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는데 여기서 CMIT/MIT말고 다른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 DDAC(디데실디메틸 암모늄)와 DCMIT(디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다. DDAC는 국정조사 전에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했다. 폐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DCMIT는 이정미 의원이 확인했다.

다음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이다. 주연은 옥시레킷벤키저다.

옥시레킷벤키저(아래 '옥시')는 레킷벤키저라는 영국 그룹이 한국 회사 옥시를 인수해서 만든 기업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1년에 40만 개 이상 팔았다. 피해자도 가장 많다.

옥시는 사태가 터지기 전 PHMG가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SK케미컬에서 만든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옥시에게 전달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이 제품을 사용 시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가 적혀 있는 그 자료다.

EU는 오래 전부터 PHMG를 살생물제로 관리해왔다. 살생물제는 말 그대로 생물을 죽이는 물질이다. 인간도 생물이다. 사람에게 사용할 때 철저하게 주의해야 한다. 살생물제로 관리한다는 말은 이 점에 유의하여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기업 레킷벤키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사건 발생 후 옥시는 진짜 범죄자처럼 굴었다. 서울대, 호서대, 한국건설환경생활시험연구원 그리고 해외 연구소 4곳 이상에 실험을 의뢰했다. 결과는 모두 옥시에게 불리하게 나왔다. 옥시는 서울대에 연구용역비 이외 돈을 더 얹어주고, 유리한 내용만 나중에 재판정에 제출했다. 호서대 실험은 옥시 직원 집에서 진행했다. 한국건설환경생활시험 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아예 수령을 거부했고, 추가실험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중단시켰다. 해외연구소의 자료도 국정조사 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영국본사도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옥시 말고 다른 기업, 예를 들어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이 점은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거론됐던 기업들 중 제대로 처벌 받은 곳이 없다. SK케미컬부터 옥시까지 처음부터 다시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사태 발생 이후 정부 대처

사태 발생 이후 피해자 지원 및 인정과정에서 정부 대처에도 문제가 많았다.

우선 피해자 지원 문제가 계속 늦춰졌다. 가습기살균제 수거명령이 떨어진 때가 2011년 11월이다. 그런데 피해자 지원이 결정된 것은 2014년 4월이다. 2년 6개월이 흘렀다. 이 문제를 환경부에서 관리하기로 결정하는 데 1년,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질환으로 인정하는데 또 1년이 소모됐다. 그마저도 2013년 4월 심상정 의원이 주도하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가능했다.

피해자 인정 문제는 더 심각하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 CMIT/MIT 피해자 대다수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인정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결과 폐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부가 CMIT/MIT제품만 사용한 사람 5명을 피해자로 인정하기도 하였지만 그 뿐이다.

이번 기회에 CMIT/MIT사용 제품 피해자 인정 문제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정미 의원실이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건강영향연구(II)'라는 자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 수준에서 MIT에 노출될 경우 폐를 포함한 호흡기 계통 또는 전신적으로 심각한 독성학적 악영향이 유발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2016년 2월에 나온 자료이고, 환경부에서 받았다.

당시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이정미 의원실에 서면으로 CMIT/MIT가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동물실험결과는 안 나왔지만, 사람이 몸으로 직접 피해를 입증한 것이 CMIT/MIT의 유해성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나.

둘째, 폐섬유화말고 다른 질환이 생긴 피해자는 3단계 혹은 4단계 판정을 대부분 받았다. 정부는 1~4단계로 나눠서 피해자를 판정한다. 1단계는 가습기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킨 게 거의 확실할 때, 2단계는 가능성이 높을 때다. 가능성이 낮을 때는 3단계, 거의 없으면 4단계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서 보상하는 건 1-2단계에 속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이다. 이 분들에게는 의료비, 장례비, 간병비, 생활자금 등이 지원된다. 반면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지금까지 없었다. 3-4단계 피해자들 가운데에서 사망자가 나오고, 폐섬유화말고 다른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피해자 특별 구제 계정을 통해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해 긴급 지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3-4단계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더 밝혀져야 할 것들


2016년 8월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피해 어린이 임성준군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모님을 따라와 자리에 앉아 있다.
 2016년 8월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피해 어린이 임성준군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모님을 따라와 자리에 앉아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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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확인되어야 할 것들도 많다.

앞서 애경가습기메이트에 DDAC, DCMIT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었다. DDAC는 동물실험결과 폐 염증 및 섬유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문이 보고되어 있다. DCMIT는 SK케미컬이 홈페이지에 "피부자극을 일으키므로 그 함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이 물질이 어느 정도의 독성이 있는지 모른다는 입장이나, "DCMIT가 MIT와 CMIT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독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했다.

자, 무엇이 필요한가. 이 두 가지 물질이 폐손상 및 다른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두 물질이 사전 확인 없이 사용된 데 누가 책임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CMIT/MIT문제와 별도로 혹시 가습기 메이트 등의 사용자가 DDAC와 DCMIT 때문에 아프거나 죽게 된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피해자 조사가 필요하고, 지원방안도 있어야 한다.

살균제 성분과 관련하여 드러난 사실은 또 있다. LG생활건강은 BKC(염화벤잘코늄)란 물질이 함유된 '119가습기'를 팔았다. 안전성 검사는 없었다. 그런데 BKC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이걸 코로 들이마시면 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이 제품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인 것 같다고 발표하기 전에 판매가 중단됐었다. 국정조사 특위도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 판매 회사들에 대한 조사는 매우 미흡한 상태이다. 다른 기업들도 옥시레킷벤키저 수준으로 조사해야 한다. 애경은 SK케미컬에서 가습기메이트를 받아서 팔았다. 이마트, GS리테일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정부 관련 추가 조사 필요

정부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필요한 일들은 이렇다.

폐질환자에 대해서만 그것도 폐섬유화가 일어난 경우에만 주로 피해자를 인정하는 문제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옥시가 한국건설환경생활시험연구원에 의뢰했던 실험 결과에서는 폐손상 말고 간독성도 심하게 나타난다는 내용이 있었다. 역시 옥시 의뢰로 진행된 서울대 실험결과에서는 태아 기형이 나타났다. 옥시레킷벤키저 글로벌이 미국 쪽 연구소에 의뢰해서 나온 연구결과에는 간, 소환관 등에서도 독성이 나타났었다. 그 밖에 영남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심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물실험결과가 있다. 천식, 비염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다수다.

아울러, 이미 병이 있었던 사람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바람에 그 병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맞다.

이 밖에도 조사해야 할 것들은 많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는 작년 6월 피해자들에게 생활자금과 간병비를 지원하자는 논의를 정부가 진행할 때 공문을 허위로 작성해서 그 논의를 막으려 했다.

5월26일 차관회의에서 간병비 등 지원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계획을 마련해서 추진"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환경부는 6월1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거기엔 "입원 기간 중 발생하는 간병비는 해당 피해가 발생한 날로 소급하여 산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상식적인 조치다. 그런데 기재부가 제동을 걸었다. 환경부에 공문을 보냈다.

'생활안정자금 및 간병비 지원은 소급하지 않는 것으로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결정한 만큼 동 신설조항 삭제 필요'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지정기부금 단체 승인을 하루 만에 해주고, 문체부가 한국관광진흥기금을 용도에 어긋나게 써 차은택을 밀어주려할 때는 125억, 20억을 두 번에 걸쳐 하루 만에 승인한 자들이 기재부였다. 결과적으로 간병비는 소급 적용하기로 했지만 기재부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

CMIT/MIT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행태는 참기 힘들다. 공정위는 작년 8월19일 CMIT/MIT를 사용한 가습기메이트에 '유독 물질 등 주성분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심의했다.

바로 그날 오전 이정미 의원실은 SK케미컬이 가습기메이트 안정성을 평가하면서 계산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서 발표했다. 공정위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날 관련 기업들의 잘못을 밝히지 않고 심의를 끝내버렸다. 새로운 증거가 나왔으니 최소한 심의를 미룰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치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실은 아직 밝혀질 게 많다. 여기 거론하지 않은 문제도 많다. 작년에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정조사특위를 연장하지 못하고 끝냈었고, 진상규명도 거기서 멈춰 있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성역 없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조사 및 근본적 대책 마련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국민에게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해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상구 시민기자는 전 정의당 대변인입니다.



태그:#가습기살균제, #문재인대통령, #이정미의원, #가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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