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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결심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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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측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마지막 공판에서 눈가를 훔치며 결백을 호소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고는 했지만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의 불법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 4명의 뇌물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 나섰다. 오는 25일 선고가 나기 전에 재판부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경을 벗고 녹색 공책을 펼쳐 준비한 최후진술을 읽어 내려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 5개월여 진행된 재판 과정에 대해 "복잡한 법적 논리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특검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며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고, 이게 다 제 탓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책임을 인정한 것은 자신의 그룹 승계와 관련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용이하게 하려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런 일이 진행되는 걸 자신이 알지도 못했다는 게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미였다.

이 부회장, 최후진술 5분 내내 울먹

"창업자인 저희 선대 회장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주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라고 말할 때 이 부회장은 목이 메이는듯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고 눈가를 손으로 훔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한 50대 여성이 이 부회장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외쳐 재판부에 의해 퇴정당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 5분 내내 울먹였고 중간중간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을 마셨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 제가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보자고 다짐했다"며 "그런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 들어간 이후의 경영에는 자신이 적극 관여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번 뇌물죄 혐의와도 관련이 없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제 사익이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기대한 적이 결코 없다"며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우리 서민들의 국민연금을, 노후자금을 가지고 손해를 끼치고 제 욕심을 내겠습니까. 너무나 심한 오해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정말 억울합니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3시 21분부터 약 5분간 이 부회장이 한 최후진술 전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5개월 동안 세심하고 공정하게 들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켜보며 복잡한 법적 논리 이해하기 어려웠고 특검 제시한 공소사실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고 이게 다 제 탓이었다는 점입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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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임직원들의 많은 선배님들의 피 땀 어린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창업자인 저희 선대 회장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주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거 같습니다. 저의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국민들과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는 더 엄격하고 커졌습니다. 이번 사건 수사 재판과정 통해서도 많은 부끄러운 모습들이 드러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저는 평소에 제가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번 해보 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합니다.

재판장님 이거 한마디만 꼭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제 사익이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던지 기대한 적 결코 없습니다. 그리고 변호인께서도 말씀하셨는데 국민연금 오해 부분에 대해서도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특검은 제가 엄청난 손해 입히고 제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결코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래도 우리 국민들의, 우리 서민들의 국민연금을 노후자금을 가지고 손해를 끼치고 돈 욕심을 내겠습니까. 너무나 심한 오해입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경영할 수 없습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 안겨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이재용, #최후진술, #뇌물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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