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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청
 광명시청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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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아! 자료실 열쇠 받아와."

불리는 사람의 이름이 '공익'인 게 아니다. 지자체에서 공익 근무를 하는 병역 의무 이행자에게 공무원이 한 말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 여행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 광명시청을 찾았다. '사람중심 행복도시'라는 표어를 내건 도시다.

민원안내실에 문의해 찾아간 홍보과 공무원에게 시청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제공하는 관광책자와 기타 여행에 대한 정보자료를 요청했다.

담당자는 '자료 일부가 여기 없다'면서 관광 관련 부서에 전화해 자료실 열쇠까지 구했다. '민원인'이라 불리는 낯선 방문객이 요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직원은 '기다리는 동안 차라도 마시겠냐'고 권하기도 했다.

이러한 광명시 공무원의 친절한 태도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 입장에서 매우 감사하고 기뻤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담당자는 관광 관련 부서에서 자료실 열쇠를 받아오기 위해 건너편에 앉은 한 청년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다. 그의 말은 "공익아~"로 시작해 명령형 반말체로 마무리가 됐다.

공익 근무 요원은 군대가 아닌 국가 기관에 소집돼 병역 의무를 행정 업무 보조나 교통질서 등의 공공 업무로 대신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연령대는 20대가 주류를 이룬다. 담당 공무원은 해당 공익 근무 요원보다 나이가 많고, 상하 위계 질서상 직급이 높기 때문에 반말로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시의 공무원들은 민원인을 응대할 때 그 사람의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경어체를 사용했다. 따지고 보면 공익 근무 요원도 한 사람의 시민, '민원인'이다. 담당 공무원의 경우도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받기 위해 다른 공무원 앞에 서 있을 때에는 '민원인' 신분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을 신고한다고 하자. 그 때는 한 나라의 가장 높은 위치의 공직자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민원인'일 뿐이다. 즉, 누구나 모두 민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낯선 이방인에게는 경어체에 공손하며 친절한 태도를 가지면서, 왜 정작 일정 기간 지속해서 얼굴을 보며 근무를 함께 하는 동료에게는 '공익'이란 두 음절의 단어로 호칭하고 명령형 반말체를 구사하는 것일까?

지위와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한다면, 이를 바라보는 낯선 민원인도 흐뭇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자가 공익 근무 요원 입장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공익'보다는 본래 지닌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 '사람중심 행복도시'라는 표어 구현과 걸맞은 것이라고 믿는다.

비단 이곳 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요청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공무원 여러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젊은 한 때를 반납하고 일하는 공익 근무 요원에게도 민원인처럼 친절을 베풀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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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명시, #광명시청, #사회복무요원, #공익근무요원,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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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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