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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뿔 모양의 조형물을 흔드는 두 시민.
 삼각뿔 모양의 조형물을 흔드는 두 시민.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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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계단 옆. 두 명의 시민이 그물 모양의 체가 달린 삼각뿔 형태의 조형물을 연신 흔들었다.

삼각뿔 모습의 체를 흔드니...일반고 학생들은 맨 아래로

삼각뿔 맨 위 그물엔 '영재학교', 두 번째 그물엔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특목고'란 글귀가 각각 적혀 있다. 맨 아래 판엔 '일반고'라는 글귀가 있다. 여러 가지 크기의 공을 맨 위에 넣고 흔드니 가장 큰 공은 영재학교 그물에 먼저 걸렸다. 이어 중간 크기 공은 '자사고 특목고' 그물에 걸렸다. 나머지 수많은 구슬모양의 공은 맨 아래 '일반고' 판으로 떨어졌다.

바로 옆에서는 70여 명의 학부모 등이 모여 집회를 벌였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20개 단체가 모인 '특권학교 폐지를 위한 촛불시민행동'이 제1차 목요집회를 연 것이다.

"서울대가 학생을 가장 먼저 뽑고, 연고대가 두 번째로, 제일 나중에 나머지 지방대가 학생들을 뽑아 간다면 시민들이 가만 있겠느냐?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시형태가 고교체제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이 같이 말하면서 "세계 어디에도 특권고교가 학생들을 먼저 뽑아 졸업시킨 뒤, 다시 상위권 대학 입학을 독식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자사고・외고 등의 특권학교 졸업생의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40.7%였다. 한 해 4.8%를 차지하는 특권학교 졸업생이 국립 서울대를 사실상 독식한 셈이다.

이날 빨간색 풍선을 손에 든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자사고, 외고(외국어고) 특권학교 폐지하라"
"문 대통령 대표공약 물러설 곳 전혀 없다."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를 2015년에 졸업한 김현우 씨는 무대에 나와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이 한 신문 인터뷰에서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사학을 운영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걸 봤다"면서 "제발 이 나라에서 왜곡된 경쟁의식과 학벌의식을 키우는 자사고를 운영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김 씨는 "지금 자사고는 획일화된 입시기계 양성을 통해 특정계층의 사다리 노릇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회 참가자들이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의 노래를 들으며 밝게 웃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의 노래를 들으며 밝게 웃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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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노래하는 교장'으로 유명한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이 나와 축하공연을 펼쳤다. 방 교장은 '금연송',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불렀다. "자사고 폐지에 동의해서 나온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방 교장은 "아직 그런 경지는 모르겠고 촛불 가수가 되고 싶어 나온 거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특권학교 폐지 못하면 교육개혁도 물 건너가"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내신 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 등의 교실개혁 정책을 도입하려고 해도 이 특권학교의 특권 강화로 이용될 것 같아 추진하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특권학교를 폐지하지 못하면 새 정부의 교육개혁도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교육 적폐인 특권학교를 폐지하는 그날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특권학교 폐지 촛불시민행동은 오는 17, 18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데 이어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열리는 19일 오후에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행사 장소에서 대응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시도교육감협의회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취임 뒤 처음 참석할 예정이다.


태그:#특권학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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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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