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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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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규모 지점 통폐합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의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에선 아예 씨티은행의 은행업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금융소비자를 위해 은행 영업에 필요한 최소 영업점 수를 금융당국이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씨티은행 지점의 80%가 폐쇄되고 난 다음 국민은행도, 신한은행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결국은 돈 있는 사람, 부자들 중심으로 영업방식이 바뀌면서 서민들을 위한 서비스는 없어지는 형태가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 문제가 단순히 씨티은행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문제를 은행 산업 전반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은행과 거래를 계속해야 신용도가 올라간다는 점 때문에 씨티은행과 거래를 해오던 소비자는 권익을 침해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점 패쇄 등으로 다른 은행과 거래를 다시 해야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 등에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 씨티은행의 점포 패쇄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경남, 울산, 제주, 충남, 충북지역에선 씨티은행 점포가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돈 있는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 서민 위한 서비스 없어질 것"

4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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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금융위가 씨티은행에 대해 지점폐쇄를 중단 시키고, 이용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부분이 없는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 권익에 침해 우려가 있다면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은행이 지방의 고령 소비자를 의도적으로 차별했고, 이것이 인가 때 허용 받은 사항이 아니라면 점포폐쇄를 타당, 건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이 은행법 8조 2항에 명시된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이라는 부분을 위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전 교수는 특정 소비자에 대한 차별금지와 관련한 외국 사례도 소개했다. 전 교수는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과 법무성이 허드슨저축은행의 지역 차별에 대해 고발했었다"면서 "이후 정부와 은행은 지점 2개 신설 등 시정 조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5년 판례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던 시기의 일이라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에 대해 은행업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세 번째 토론자로 참여한 정승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정책연구소 소장은 "돈이 되지 않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은행법에 명시된 (공공성과 관련한) 은행업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씨티은행의) 은행업 인가가 취소돼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송병준 씨티은행 노조위원장도 "상식을 넘어서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켜보면서 이에 대한 아무런 제도적 제재장치가 없다는 점에 더 놀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시, 도의 경계를 넘어 은행 거래를 해야 하는 고객들의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송 위원장은 "지역별 최소 영업점 유지 조건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점포패쇄에 따른 지방, 고령층 소비자 금융거래 취약 사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진홍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이 은행업 인가 요건을 위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 내부적으로 또 법률적으로 검토한 부분"이라며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노조 쪽이)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은행 지점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김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에서는 1990년대 1만 7000개가 넘던 은행 점포가 2015년 기준 9000개로 줄었다"며 "호주에서도 7000개에서 4000개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은행이 지점을 줄이면 산간오지에 있거나, 고령층인 소비자들은 금융거래에 대해 취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비대면(얼굴 맞대지 않고 어떤 곳에서든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 자체를 거스르거나 이를 (당국이) 제어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우원식 더민주 원내대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태그:#금융노조, #씨티은행, #김득의, #전성인, #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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