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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제262회 정례회가 30일 폐회했다. 이날 부산시의회는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부산시의회 제262회 정례회가 30일 폐회했다. 이날 부산시의회는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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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보호·관리하는 조례로 눈길을 끌었던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부산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부산시의회는 제262회 정례회 마지막 날인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조례를 일부 수정 가결했다. 원안이었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보조비 50만원 지원을 100만원으로 상향하고, 설과 추석 명절 지원금 50만원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서울 등 유사 조례가 있는 지자체가 월 최대 70만원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지원이다.

쟁점이었던 소녀상 등 기념사업 지원에 대한 내용은 수정없이 통과됐다. 이로써 부산시가 예산 범위 내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조형물과 동상 등 기념물을 설치하고 지원·관리하는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조례가 상임위에 이어 본회의 문턱까지 통과하자, 조례 제정을 바라왔던 시민단체 측은 내실 있는 운영을 염원했다.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여전히 조형물의 불법 설치 문제를 들고 나오는 분이 계신 만큼 조례의 취지에 근거한 성실한 이행을 계속 촉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대표는 "조례는 아주 최소한의 소녀상 보호와 관련한 활동이었다"면서 "소녀상을 지키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마지막 목표이기 때문에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 행동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례 제정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6개월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지난 2016년 12월 31일 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지난 2016년 12월 31일 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열렸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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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례의 중심이었던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은 지난 6개월여 동안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냈다. 소녀상 설립 전부터 일본영사관 앞에서는 인간 소녀상 시위가 이어졌고 제작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이 벌어졌다.

소녀상 제작이 끝나고 설치를 추진하자 일본은 담당 구청인 부산 동구청에 외교 서한을 보내 영사관 주변 어떠한 장소에도 소녀상 설치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관련기사: 부산 일본영사관 "소녀상 세우지마" 노골적 압박)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28일 시민단체가 소녀상을 설치하자 동구청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즉각 강제 철거했다. 시민들은 분노했고 항의 전화로 동구청의 업무는 마비됐다. 공무원노조까지 나서 행정대집행의 문제를 제기했다.

부담을 느낀 동구청은 이틀 만에 소녀상 설치를 허용하겠다고 물러났고, 2017년을 하루 앞둔 31일 밤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관련기사: 부산 평화의 소녀상 제막 "시민 승리 역사 썼다")

일본의 대응은 노골적이었다. 일본 정부는 본격적 외교와 경제 대응에 나섰다. 주한일본 대사와 부산총영사가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전까지 진행했던 통화스와프 재개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영사관은 부산시 행사를 보이콧했다. (관련기사: 일본의 부산 소녀상 대응 조치에 시민단체 "적반하장")

일본에 이어 한국 외교부까지 소녀상 설치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소녀상 주변에 걸었던 관련 현수막이 흉기에 찢기는 등 훼손 시도도 이어졌다. 소녀상을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하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정명희 부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관련 조례를 발의했다. (관련기사: "부산 소녀상, 우리 손으로 지키자" 맞춤 조례 제정 움직임)

대선 주자들 잇따른 방문... 시의회에서는 공방 격화

지난 1월 20일 부산을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당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월 20일 부산을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당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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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국면과 맞물리며 대선 주자들의 소녀상 방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예정에 없이 부산 소녀상을 찾아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으로 하여금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사죄하게 하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를 겪은 나라, 전 인류가 함께 요구하고 바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문재인, 예정에 없던 소녀상 방문... 일본 강하게 비판)

새 정부가 출범했고 조례 제정이란 공을 넘겨받은 부산시의회는 연일 시끌시끌했다. 다수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상임위에 조례가 상정되는 것 자체를 보류시키자 여야가 충돌했다. 본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갔고, 조례 제정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법적 대응을 말하는 수준까지 격화했다. (관련기사: 부산 '소녀상 조례' 제정 둘러싸고 여야 정면 충돌)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지난 23일 다시 관련 상임위인 복지환경위원회에 조례가 상정됐다. 이날은 한국당 의원들이 앞장서 조례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앞다투어냈다. 결국 조례는 모두의 동의 속에 원안보다 일부 조항이 강화되어 통과됐고,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관련기사 : 방청석 박수 받은 부산시의회, '소녀상 조례' 제정 순풍)


태그:#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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