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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는 경제의 해악인가?

[서평] 해리 덴트 <2018 인구절벽이 온다>
17.06.26 14:1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인구 절벽'으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무시무시한 협박조의 기사를 무수히 찾을 수 있습니다.

"인구 절벽화 현상 '국가적 재앙' 수준" 충청투데이 2017. 06. 26.
"[인구절벽 위기극복, 일본에서 배운다] 네이버뉴스 2017.06.22.
"대구·경북 '인구 절벽' 현실화" 경북일보 2017. 06. 20.

하나 같이 출산율 감소로 생산 가능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노인 인구는 증가하여 복지 부담 증가와 국가성장력 약화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타개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설명합니다.

'인구 절벽'은 미국의 해리 덴트가 '2018 인구 절벽이 온다'에서 개념화하여 확산 되었습니다. 국내 매스컴은 이 저서를 바이블인양 인용하면서 공포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해리 덴트의 견해는 매우 간단합니다.

나의 소비 흐름지표는 1988년에 만들어졌다. 나는 이 지표를 가지고 수십 년간 세계 주요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예측해왔다. 내가 한 일이라곤 연도별 출생인구의 숫자를 가계 소비가 평균적으로 정점에 이르는 시점, 즉 출생 후 46년에 맞춰 연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통해 일본 경제가 1989년에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중략) 이 지표를 보면 이미 수십 년 전에 미국 경제가 2007년 말에 절정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P5)

연도별 출생인구와 가계 소비를 분석하여 생산 가능인구 중 42~47세 가량에서 가장 큰 소비 흐름이 파악되고, 이를 바탕으로 43~49세의 인구가 많아지는 기간에는 경제가 호황을 맞고, 인구수가 적어지면 불황을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인구수가 많아져 수요가 높아지면 경제가 호황으로, 인구수가 적어져 수요가 낮아지면 경제가 불황에 빠지게 된다는 분석은 매우 단순하지만 일면 타당한 분석입니다.

해리 덴트의 주장에 따르면 경제가 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구가 항상 증가해야 하기 때문에 42~47세의 소비주도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으로 분석하면 미국은 2007년 이후, 유럽은 2014년 이후,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즉, 소비 절벽으로 불황에 빠지게 된다는 예측입니다. 해리 덴트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도 같은 논리로 그 원인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 역사상 기성세대보다 인구수가 더 적은 신세대가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P 103)

그런데, 해리 덴트는 '5장 금융 버블의 역사'에서 1600년대 초의 튤립 투기 버블, 1700년대 초의 동인도회사 등의 버블, 1722년 경의 미시시피 버블,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불황기를 설명하며 그 원인을 탐욕에 의한 투기는 반드시 버블을 형성하고, 버블은 터진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탐욕스러운 돼지이며 가능하다면 노력을 기울리지 않고 빨리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P209)

의문점 하나. 현대 역사상 기성세대보다 인구수가 더 적은 신세대가 등장하기는 일본의 1990년대의 잃어버린 30년을 시작으로 처음이라고 하였는데, 과거의 버블에 의한 경제 불황기는 인구 감소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탐욕스러운 돼지가 버블을 형성한 것이라는 해리 덴트의 지적대로, 경제 불황은 인구 감소가 하나의 원인일 수 있으나, 이것이 절대적 원인 요소는 아닐 것입니다. 1930년 대공황과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의 서평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의문점 둘. 인구 감소가 반드시 경제에 해악으로 작용하는가?

해리 덴트가 말했듯이 역사적으로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예외적으로 유럽 중세기에 흑사병으로 인하여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1346년에서 1353년 사이에 흑사병 때문에 유럽 인구의 1/3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흑사병이 휩쓸고 간 서유럽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건비가 6배 이상 급등하자 노동자들은 예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서유럽은 경이로운 경제 호황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대호황은 흑사병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고, 유럽의 인구가 다시 회복되면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해리 덴트는 대표적으로 일본이 극심한 인구 절벽이 실현되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급격한 경기 하락을 경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관련 기사를 보면 일본은 구인난으로 인하여 아우성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유효구인배율'(2016년)은 1.43배로, 일본 경제가 1차 오일쇼크 직전까지 누렸던 호황기 때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유효구인배율이란 전국  공공직업안정소에 신청된 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가 143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기업은 구직난의 고육지책으로 휴일에 다른 회사 근무 허용 경쟁, 주4일 근무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노동 임금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최근 기사에는 일본 경제가 10년 이래 처음으로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인구 절벽 실현으로 급락할 것인지 아니면 임금 상승 효과로 호황으로 갈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리 덴트와 같은 전통적 경제학자(해리 덴트는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투자전문가이지만)는 인구 감소는 소비를 감소시켜 기업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하여 경제가 불황에 빠진다는 논리입니다.

다른 견해로 보면 인구 감소는 임금을 상승시키고, 소비가 증가하여 기업 매출을 높여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노동 임금은 고정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 상승은 기업들의 수익률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이 인구 감소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것을 새로운 차원의 산업혁명 이라고 불러야 할 의문입니다만)은 자동화 분야 뿐만 아니라 전문 분야에서도 획기적으로 일자리의 절대수를 감소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업 문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에서 출산 장려가 올바른 정책 방향인지 의문시됩니다. 

마지막으로 해리 덴트의 본 저작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소개해 드리면, 인구 절벽에 대한 내용은 서문, 1장 세계의 인구 절벽 그리고, 2장 일본의 식물경제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3장부터 9장까지는 경제학적 논거에 의한 견해보다는 부동산, 부채, 금융버블 역사 등의 투자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도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경제적 논거가 희박하고 불친절한 설명으로 다소 번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구 절벽에 대한 이해를 원하신다면 서문, 1장, 2장 만으로도 충분하며, 7장의 중국의 고성장과 끝없는 투자 부문은 중국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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